FC안양 고정운 감독이 강연 도중 '적토마'라는 별명의 유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적토마'는 당시 '스포츠서울' 이원한 기자가 처음으로 지은 별명이라고 한다.

[스포츠니어스 | 안양=김현회 기자] ‘적토마’ 고정운 FC안양 감독이 자신의 체격과 스피드에 대한 비밀을 털어놨다.

29일 경기도 안양 롯데백화점 평촌점 문화홀에서 열린 FC안양 토크 콘서트 ‘프로가 프로를 만나다’에 참석한 고정운 감독은 자신의 체격과 스피드가 타고난 것이 아니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고정운 감독은 선수 시절 177cm의 키에 78kg의 건장한 체격과 스피드를 앞세우며 ‘적토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고정운 감독은 건국대학교 1학년 진학 당시 체중이 63kg에 불과했다. 고정운 감독은 “대학 무대 첫 경기 상대가 대통령배에서 만난 육군사관학교였다. 그런데 내가 몸싸움이 전혀 되지 않아 상대가 밀면 넘어졌다. 그래서 두 번째 경기부터는 감독님이 날 빼버렸다”면서 “너무 상처를 받아 이때부터는 어떻게 하면 살을 찌울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건국대학교는 축구부 외에도 야구부를 운영했다. 그는 자연스레 체구가 좋은 야구부원들에게 체중 증량 비법을 물었다. 고정운 감독은 “야구부에는 살도 찌고 배도 나온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에게 ‘어떻게 하면 살을 찌울 수 있느냐’고 물었다”며 “그 친구들이 ‘맥주를 많이 마시라’고 해 정말로 체중을 늘리기 위해 맥주를 열심히 먹어봤다. 그런데 살이 안 찌더라. 라면도 열심히 먹었는데도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이때부터 고정운 감독이 택한 건 죽어라 운동에 매달리는 것이었다. 무려 1년 6개월 동안 체중을 늘려 힘을 기른 것이다. 고정운 감독은 “하루에 줄넘기를 2천개씩 하고 3단뛰기를 100개씩 했다. 웨이트트레이닝도 쉬지 않고 했다. 어떻게 하면 스피드를 키울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단거리 선수들이 고무 튜브를 이용해 훈련하는 걸 봤다”면서 “그때는 ‘자전거포’에 가면 ‘빵꾸’를 때우라며 튜브를 그냥 줬다. 이 튜브를 구해 스피드를 키우기 위해서 죽어라 개인 운동에 매진했다”고 비법을 털어 놓았다.

고정운 감독은 독하게 훈련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친구들과 외박을 받아서 소주 한잔을 마시다가도 저녁 8시만 되면 숙소에 들어왔다. 지하 보일러실 옆에 줄넘기와 튜브, 유니폼, 운동화를 챙겨놓고 거기에서 매일 운동을 했다”고 밝힌 고정운 감독은 “1년 6개월 동안 몸무게가 13kg이나 늘었다. 원래 이 정도로 급격하게 체중이 증가하면 선수 생활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나는 쉬면서 살을 찌운 게 아니라 운동을 통해 몸무게를 키웠기 때문에 계속 운동을 할 수 있었다. 대회에 참가하면 다른 팀 선수들이 내 몸이 너무 변해 나를 못 알아볼 정도였다”고 전했다.

고정운 감독은 1년 6개월 동안 이렇게 체중과 스피드를 키우기 위한 훈련에 매진해 기량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고정운 감독은 “고등학교에서 내가 대학에 진학할 때는 한 해에 우리 동기들 중 연,고대에 10명씩 갈 때였다. 하지만 나는 100위에도 못 드는 선수였다”면서 “그런데 동기들 중에는 내가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들어갔다. 2학년 때부터 대학 선발, 유니버시아드 대표팀, 대표팀 2진에 들다가 4학년 때 춘계연맹전 우승을 하면서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 선수에 뽑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은 고정운 감독이 타고난 체격 조건과 스피드의 대명사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고정운 감독은 타고난 게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나는 처음부터 빠르지 않았다. 스피드는 타고 난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절대 그 말을 믿지 않는다”면서 “체격도 마찬가지다. 내가 3남 2녀 중 막내인데 형님들 키가 다 165cm를 넘지 않고 왜소하다. 나는 내 몸을 내가 만든 거다. 절대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 정도로 체격과 스피드를 만들기 위해 독하게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고정운 감독은 마지막으로 전라북도 완주에서 갓 서울로 상경했던 20살 때를 떠올렸다. 고정운 감독은 “보잘 것 없는 시골의 왜소한 촌놈이 대학교를 서울로 진학하면서 ‘축구로 성공하지 못하면 내 인생은 없다’고 마음을 다졌다”며 “노력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지금은 나에 대해 체격과 스피드는 타고난 선수라고 평가하지만 나는 이 몸을 내가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고정운 감독은 “친형님이 공부를 열심히 해 강남에 한의원을 차려 100억 원대 자산가가 됐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체격 조건과 돈 모두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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