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현대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1년 동안 K리그의 '가성비'는 좋아졌을까요?

매년 이맘 때 쯤이면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각 구단과 선수들의 연봉을 공개합니다. 최고 연봉 선수들을 비롯해 각 구단별 연봉 총합, 평균 등의 수치가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1년 전에 이 자료를 바탕으로 '각 팀 당 승점 1점을 따는데 얼마의 비용이 들었는가?'를 조사했습니다. 비록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지 못한다는 허점이 있지만 나름대로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팩트리어트] 재미로 보는 'K리그의 혜자를 찾아서'

그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연맹은 올해도 연봉을 공개했습니다. 지난해와 올해의 자료를 토대로 각 구단의 가성비를 따져보려고 합니다. 과연 1년 동안 무엇이 바뀌었을까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 '가성비'라는 것은 순수하게 선수들의 연봉과 해당 팀의 승점을 통해 도출한 수치입니다. FA컵, AFC 챔피언스리그(ACL) 등의 성적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순전히 재미로 보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많이 쓴 전북, 최고 가성비는 대구

전북은 지난해에 비해 승점 1점 당 약 1,000만원 이상을 절감했습니다. 지난 시즌 전북은 승점 1점 당 약 2억 2,000만원의 수치가 나왔으나 올 시즌은 2억 880만원 가량의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전북은 K리그 클래식 우승컵을 놓친 대신에 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컵을 획득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오히려 가성비는 지난 시즌에 비해 덜할 수 있습니다.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운영비를 쓴 전북을 제외하면 각 팀마다 크게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동소이합니다. 대부분 1억원대 초반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 가장 가성비가 떨어지는 팀은 FC서울과 전남드래곤즈입니다. 서울은 1억 5,0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었고 전남은 약 1억 3,0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다른 팀들에 비해 2,000만원 가량 더 쓴 셈입니다.

황선홍 감독의 입맛은 더욱 씁쓸할 수도 있을 것이다 ⓒ FC서울 제공

이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대구의 효율성입니다. 대구가 승점 1점을 따는데 쓴 비용은 1억원이 되지 않습니다. 8,400만원 가량으로 추산됩니다. 총 연봉은 11개 팀(상주상무 제외) 중 9위지만 가성비 측면에서 따져보면 단연 1위입니다. 2위는 인천유나이티드가 차지했습니다. 승점 1점 당 9,100만원의 수치가 나왔습니다.

지난 시즌 '혜자축구'의 영예는 광주FC에 돌아갔습니다. 광주는 지난 시즌 승점 1점 당 5,300만원의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은 결코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승점 1점 당 약 1억원의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뛴 셈입니다. 하지만 성적은 두 배 가까이 뛰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강등을 당했습니다. 입맛이 씁쓸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K리그 챌린지, '효율왕'은 역시 경남

이제 K리그 챌린지로 넘어가려고 합니다. K리그 챌린지는 K리그 클래식에 비해 선수운영비가 적습니다. 따라서 승점 1점 당 지불하는 비용 또한 비교적 적은 편입니다. 전체적으로 승점 1점 당 들인 비용은 지난 시즌에 비해 상승했지만 그래도 1억원을 넘는 팀은 없습니다. 1부리그와 2부리그의 차이를 여기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와중에 압도적인 '혜자'가 눈에 띕니다. 바로 경남FC입니다. 경남은 선수단 연봉으로 약 27억원을 사용했고 승점 79점을 획득했습니다. 그들이 승점 1점을 따기 위해 들인 비용은 불과 3,400만원에 불과합니다. 대한민국 프로축구 어떤 팀도 이 정도 효율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종부 매직'이 수치로도 증명된 셈이죠.

황선홍 감독의 입맛은 더욱 씁쓸할 수도 있을 것이다 ⓒ FC서울 제공

지난 시즌은 '허리띠를 졸라맨 팀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K리그 챌린지의 특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살림을 아낀 팀이 꽤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경남에 이어 가성비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FC안양, 부천FC1995, 안산그리너스 모두 선수단 총 연봉에서는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승점 1점 획득 비용은 상당히 저렴합니다.

이는 결국 '돈 많이 쓴 팀이 실속 없었다'라는 얘기가 됩니다. 가장 비효율적인 모습을 보여준 팀은 다름 아닌 대전시티즌입니다. 그들이 승점 1점에 들인 비용은 무려 9,200만원 가량입니다. K리그 챌린지 팀 중 유일하게 1억원 대에 근접한 수치입니다. 성남FC와 수원FC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성남은 승점 1점 당 7,360만원, 수원FC는 8,730만원 가량의 수치가 나왔습니다.

'대동소이' K리그 클래식, '증가세' K리그 챌린지

결론은 지난 해와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승점 1점 당 비용을 계산하고 두드려봐도 상주상무와 아산무궁화의 가성비를 이길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상주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 잔류하는 기쁨까지 누렸습니다. 승점 1점 당 약 6,370만원을 쓰고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부산아이파크는 상주 앞에서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의 승점 1점 당 가치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지난 시즌에는 K리그 클래식이 약 1억 2,000만원, K리그 챌린지가 약 4,000만원의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약간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K리그 클래식의 수치는 크게 변화가 없었습니다. 약 300만원 가량이 증가했습니다.

반면 K리그 챌린지는 약 150%가 증가했습니다. 승점 1점의 가치는 약 6,200만원으로 추산됩니다. 지난 시즌에 비해 무려 2,000만원 증가한 셈입니다. 이는 지난 시즌 지갑을 쉽사리 열지 않았던 충주험멜과 고양자이크로가 리그에서 탈퇴하고 강등된 성남과 수원FC가 공격적인 영입을 했기 때문에 생기는 변화인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지난 해 이 조사를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질문을 남겼습니다. K리그 한 경기당 적게는 승점 2점, 많게는 승점 3점이 걸려있습니다. 적게는 1억 4,000만원, 많게는 3억 6,000만원의 가치를 하는 셈이죠. 지금도 여전히 그 질문은 유효합니다. 우리가 보는 K리그 경기가 그만큼의 가치를 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경기장을 찾아온 팬들이 그만큼의 만족을 느끼고 있을까요? 대답은 각자의 몫이 될 것입니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