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K리그 연봉 공개 5년, 무엇이 달라졌나?


김신욱 전북
전북 김신욱은 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다. ⓒ전북현대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2013년 K리그 선수들의 연봉 공개가 시작됐다. 개혁의 신호탄이었다. 2011년 승부조작 파문을 겪은 프로축구연맹은 개혁을 시작했고 선수단 연봉 공개도 이 개혁 중 하나로 시행됐다. 선수단 연봉을 철저히 비밀로 하던 K리그에서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연봉 공개에 따른 파장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연봉 공개로 얻는 게 더 많다는 판단이었다. 나 역시 이전부터 K리그 연봉 공개를 주장해 왔던 바여서 연맹의 결정에 지지를 보냈다. 그런데 연봉 공개 후 5년이 지난 지금 과연 이 제도는 제대로 정착되고 있을까.

연봉 공개, 투명한 운영 위해 시작됐다
당시 내가 연봉 공개에 찬성하는 칼럼을 내자 이에 반박하는 이들도 많았다. 일단 내 주장부터 되짚어 보겠다. 나는 선수단 연봉 공개 찬성 이유 중 가장 먼저 선수단 운영 투명화를 장점으로 들었다. K리그에는 그 동안 외국인 선수 영입 비리 등이 적지 않았다. 연봉이 공개되지 않으니 선수에게 실제 지급하는 연봉과 구단에서 집행하는 연봉에 차이가 있어도 이를 아무도 몰랐다. 예를 들어 A감독이 B에이전트와 짜고 C구단에 D선수의 연봉으로 3억 원을 부른 뒤 실제 D선수에게는 1억 5천만 원만 지급하는 식이었다. 나머지 차액은 A감독과 B에이전트가 챙긴다. 실제로 이 문제에 얽혀 구속된 감독과 에이전트도 몇 있었다.

내가 연봉 공개에 가장 찬성한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선수 연봉이 낱낱이 공개되면 중간에서 차익을 챙기는 이들의 범죄 행위가 원천봉쇄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한 외국인 선수가 “돈을 이렇게 많이 받으면서 왜 잘하지 못하느냐”는 추궁을 받자 “나 그만큼 받지 않는다. 내 연봉은 그 절반이다”라고 해 의문이 사실로 들어나기도 했다. 지금은 많이 줄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과거부터 이렇게 외국인 선수 영입을 놓고 중간에 돈이 줄줄 새는 경우가 무척 많았다. ‘왜 우리 팀에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외국인 선수가 들어왔을까’라는 팬들의 의심이 끊이질 않는 것도 이때문이다. 선수들은 어지간해서는 자기가 받은 돈값은 한다. 받는 돈이 적으니 그 정도 기량의 선수가 왔을 뿐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돈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나는 이 외에도 연봉 공개를 통해 팬들이 더 많은 재미와 스토리를 즐길 수 있다고 믿었다. 연봉 4억 원의 스타 플레이어가 활약하지 못하면 못하는 대로 스토리가 될 수 있다. 선수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팬들은 이런 안주거리를 좋아한다. 반대로 연봉 5천만 원짜리 선수가 펄펄 나는 모습은 그 팀과 선수를 향한 찬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연봉 공개는 스토리가 부족하다는 K리그에서 그래도 하나의 스토리를 형성할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내가 욕하는 선수가 얼마를 받고 뛰는지 팬들도 알 권리가 있다. K리그가 왜 존재하는가. 선수들 밥 벌어 먹여주려고 존재하는가. 팬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존재하는가. 전자라면 K리그는 아마추어 무대를 자처하는 일이고 후자라야 진정한 프로 스포츠다. 나는 K리그가 당연히 후자일 것이라 믿는다.

전북 에두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는 에두였다. ⓒ전북현대

연봉 공개 5년, 무엇이 변했나
연봉 공개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 연봉 공개가 구단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선수의 해외 유출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거기에 회사원들도 연봉 공개를 하지 않는데 아무리 선수라고 해도 연봉을 낱낱이 세상에 알리는 건 부당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충분히 지적 가능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연맹은 과감하게 연봉 공개를 시작했고 올해로 5년째를 맞이하게 됐다. 연맹은 2013년 처음 연봉 공개를 하면서 적지 않은 반발을 우려해 국내 연봉 랭킹 1~5위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 1~5위 선수들, 그리고 구단별 연봉 총합을 공개했다. 그리고는 이 연봉 공개를 점진적으로 넓혀 시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점진적인 시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금도 5년 전과 마찬가지로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 고액연봉자 및 구단별 연봉 총합이 공개되는 게 전부다. 내가 연봉 공개를 찬성하며 들었던 긍정적인 효과는 여전히 전혀 느낄 수 없다. 그냥 단순히 ‘누가 많이 받는다’는 재미만을 주는 정책이 됐다. 올해 김신욱(15억 4,000만원)이 국내 연봉 랭킹 1위이고 김진수(14억 6,000만원)가 2위다. 외국인 선수 중에서는 전북 에두(14억 1,600만원), 서울 데얀(13억 4,500만원), 전북 로페즈(10억 1,200만원) 순이었다. 그냥 딱 이 정도 재미다. 연맹이 일부 구단의 반발을 무릅쓰고 처음 연봉을 공개할 때만 하더라도 개혁을 위한 신호탄이라고 표현했지만 지금은 그냥 재미삼아 참고하는 수준 정도다.

연맹은 최초로 연봉 공개를 시행할 당시 ‘이 연봉 공개 범위를 점진적으로 늘려나가겠다’고 한 건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결국 나중에는 모든 선수들의 연봉을 공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내가 말한 대로 A감독과 B에이전트가 짝짜꿍하며 뒷돈 챙기는 걸 막을 수 있다. 어차피 지금 공개되는 연봉 랭킹 1~5위 선수들로는 비리를 저지를 수도 없다. 정말 우리가 연봉을 알아야 할 선수는 시,도민구단에 영입돼 몇 경기 나오지도 못하고 방출된 외국인 선수들이다. 감독의 선수 시절 에이전트가 그 팀 외국인 선수 에이전트로 다시 등장했고 그 선수는 턱없이 부족한 기량 때문에 방출됐는데 우리는 그 누구도 이 선수에게 들어간 돈이 얼마인지 알지 못한다. 이 선수가 얼마를 받았는지 알아야 의심을 거두거나 더 추궁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수원삼성 조나탄
조나탄의 올 시즌 연봉은 7억이었다. 그에게 중국 슈퍼리그 톈진에서는 연봉 2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수원삼성 블루윙즈

‘일부 공개’ 아닌 ‘전면 공개’여야 효과있다
나는 김신욱이나 에두 연봉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나와 비교할 수 없이 잘 벌 텐데 그들의 연봉을 들으면 자괴감이나 들 것이다. 하지만 시,도민구단에서 뛰던 이름도 가물가물한 외국인 선수들의 연봉은 너무나도 궁금하다. 이들의 연봉을 공개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연봉 공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개혁의 신호탄으로 연봉 공개를 시작했는데 지금 연봉 공개로는 아무런 개혁도 할 수 없다. 내가 처음 연봉 공개를 주장하고 찬성했던 이유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연봉 공개가 이뤄지고 있다. 연봉 공개와 관련된 기사는 오로지 “전북 만큼 투자하자” “김신욱이 가장 많이 번다” 뿐이다. 이러려고 연봉 공개 한 건 아니지 않은가.

최근 들어 K리그 투자가 위축됐지만 이게 연봉 공개 여파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연봉 공개에 부담을 느껴 투자가 줄어든 게 아니라 이 정책과 상관없이 시장이 위축돼 투자가 줄었다고 봐야 한다. 연봉 공개 때문에 부담스러워서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건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은 이야기였다. 또한 연봉 공개가 아니어도 워낙 중국 시장이 커지고 일본과 중동 등 여전히 경쟁하기 힘겨운 큰 시장이 있으니 좋은 인재가 K리그에서 빠져 나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중국은 조나탄이 K리그에서 받는 연봉을 감안하고 주판알을 튕겨 베팅했나. 조나탄이 수원에서 받는 연봉은 7억 원이었는데 중국에서는 조나탄에게 연봉으로만 20억 원을 제시했다. 시장의 크기 자체가 비교되지 않아서 일어나는 문제일 뿐 연봉 공개와는 별로 관련이 없다.

나는 여전히 연봉 공개 찬성론자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연봉 공개는 반대한다. 처음 취지는 가장 돈 많이 받는 선수들의 명단을 공개하자는 게 아니었다. 돈이 얼마나 투명하게 쓰이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아이디어로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연맹은 구단의 반발을 우려해 처음에는 고액 연봉자만 공개하다가 그 범위를 점차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연봉 공개 5년이 지난 지금도 2013년과 달라진 게 없다. 5년째 일부만을 공개하고 있는 지금의 정책은 그저 대중의 아주 작은 호기심을 채워주는 정도다. 지금 연봉 공개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없다. 그리고 연맹은 연봉 공개를 통해 구단이 과도하게 차지하는 인건비 비율을 줄이길 바랐지만 지금처럼 TOP5 연봉만 공개하는 상황에서는 나머지 선수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인지 알 길이 없다.

지금의 연봉 공개, 효과는 미약하다
까려면 다 까야한다. 연봉 공개가 전북만을 위한 제도여서는 안 된다. 이번에 연봉이 공개된 국내 최고 연봉자 5명은 모두 전북 소속이었다. 외국인 선수 5명 중에도 전북 선수가 둘이었다. 10명 중 7명이 전북 선수다. 전북 선수들만 공개되는 연봉이 무슨 의미가 있나. 선수 영입 비리도 막고 인건비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전혀 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부정한 행위에 대한 의심은 시,도민구단 및 중하위권 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K리그 최고액을 받는 선수들 명단을 알아야 할 필요가 굳이 있을까. 이러려고 시작한 연봉 공개가 아니었다. 아예 없애던지 아예 다 공개해 버리자. 나는 인천유나이티드에서 뛴 달리의 연봉이 알고 싶지 김신욱의 연봉은 별로 알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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