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이승모 ⓒ HM SPORTS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라디오의 세상은 저물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라디오는 사랑을 싣고 사연을 나른다.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진행되는 CBS 음악FM '박승화의 가요 속으로'. 많은 이들에게는 낯설겠지만 사실 동시간대 라디오 청취율 1위를 기록하는 등 꽤 인기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사연과 신청곡 등의 경쟁도 나름 치열한 편이다. 그런데 지난 19일 이 프로그램은 꽤 독특한 사연을 소개했다. 바로 K리그 선수의 어머니가 보낸 사연이었다.

2017 시즌 포항스틸러스에 입단한 이승모의 어머니 이병숙(45세) 씨가 사연을 보낸 것이었다. 이병숙 씨는 아들의 힘겨웠던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열었다. "어릴 때부터 아들이 축구를 좋아해서 축구선수를 시키려고 했다"고 말한 이승모의 어머니는 이승모가 중학교에 입학할 당시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들의 꿈을 포기시켜야 하나 고민했다."

이유는 다름 아닌 가정 형편 때문이었다. "집이 어려운 상황에서 축구를 시키려니 쉽지 않았다"는 이승모의 어머니는 "주변 사람들도 말렸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축구를 해도 된다. 하지만 중학교부터는 쉽지 않다. 돈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 자식이 예체능 계열로 진학하면 비용이 엄청나다. 축구 시키면 안된다'라고 말했다"라고 고백했다.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 이승모의 어머니 역시 흔들렸다. 아들의 꿈을 외면하기 어려웠지만 현실의 벽이 높아 보였다. "그래서 아이를 포기 시키려고 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다. 포항이 이승모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포기 시키려던 찰나에 포항에서 제의가 왔다." 이승모는 그렇게 포항의 유소년 팀인 포항제철중에 진학했다.

그녀는 포항에 고마움을 전했다. "포항이 손을 내민 덕분에 아들을 돈 걱정 없이 운동시킬 수 있었다"라고 말한 이병숙 씨는 "올 시즌 아들이 프로에 입단했다. 아들도 이렇게 도움을 받은 만큼 자기처럼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한다. 아들이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어 꼭 꿈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승모는 포항에 입단, 프로 진출의 꿈을 이뤘다 ⓒ 포항 스틸러스 제공

사연이 소개될 당시 이승모의 어머니는 고척 스카이돔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사연이 뽑히자 재차 문자를 보내며 기쁨을 드러냈다. 이병숙 씨는 "아들이 홍명보 자선축구에 참가해 데려다주는 길이다"라면서 사연 채택의 기쁨을 드러냈다. 이승모의 어머니가 신청한 곡은 서영은의 '혼자가 아닌 나'. "힘들 때는 혼자가 아니다, 가족이 있으니 가족에게 기대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당시 이승모 역시 어머니와 함께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홍명보 자선경기에 가려고 차에 탔는데 어머니가 '사연을 신청했다'면서 라디오를 틀었다"라고 말한 그는 "사연이 채택될지 궁금했는데 라디오에 사연이 흘러 나와 가족들 모두 기뻐했다. 어머니는 DJ가 읽어주는 사연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뒷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는 부모님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사실 어릴 때는 집안 형편이 그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라고 고백한 그는 "내가 축구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집안이 어려웠다니 마음이 아팠다. 나는 그저 축구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 부모님께서 굉장히 고생하셨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그에게 포항은 소중한 존재다. "만일 포항이 내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한 그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포항이 모든 지원을 아낌없이 해줬다. 나는 그저 축구를 열심히 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포항이 나를 키워준 만큼 나 역시 포항에 보답하고 싶다. 항상 어려운 친구들을 돕고 싶다는 다짐 또한 물론이다"라고 다짐했다.

"사실 어머니가 신청한 서영은의 '혼자가 아닌 나'는 나도 자주 듣는 곡이다"라고 웃은 그는 "힘들고 어려울 때 이 노래를 들으면서 위안을 받는다. 외로울 때 들으면 좋은 곡이다"라고 소개했다. 한 공간에 있었지만 모자는 라디오 전파를 통해 끈끈한 정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6년간 포항의 지원을 받으며 성인 무대에 입성한 그는 이 팀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고 있었다. 한 어린 선수는 가족과 팀의 지원을 받아 이만큼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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