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통신] ‘경쟁’보다 ‘공정성’, 지적장애인 위한 La Liga Genuine


나이, 성별, 신체 조건 모두 제각각이지만 함께 경기를 만들어간다ⓒ프리메라리가 홈페이지

현재 스페인 발렌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배시온 기자는 스포츠니어스 독자 여러분들께 스페인 축구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전달해 드립니다. 세계 3대 프로축구 리그로 손꼽히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그리고 축구 없이 못사는 스페인 사람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스포츠니어스 | 발렌시아=배시온 기자] 축구를 즐길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신체적, 지적으로 불완전한 사람이라도 축구를 좋아하고 즐기고 싶다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이를 위해 스페인에서는 지적장애인이 참여하는 리그를 만들어 진행 중이다.

사회 공헌 활동으로 평소 축구를 쉽게 접하지 못하는 집단에게 재능 기부를 하는 것은 한국에서도 많이 하고 있다. 이미 장애인 선수로 구성된 팀이나 지역 대회를 꽤 볼 수 있다. 스페인에서는 여기서 나아가 리그를 만들어 체계적인 운영을 진행한다. 전문 코치진이 직접 균형 잡힌 훈련을 시키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무대에서 지적장애 선수들이 뛰는 것이다. 프리메라리가뿐만 아니라 미국 MLS,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구단별 지적장애인 팀을 구성하고 있다.

La Liga Genuine에 참여하는 팀들. 프로리그 못지 않은 수의 팀들이 참여하고 있다ⓒ프리메라리가 홈페이지 캡쳐

‘La Liga Genuine’라고 이름붙인 이 리그는 프리메라리가 재단을 통해 조직한 것으로 모든 선수는 16세 이상 지적장애인으로 구성된다. 또한 성별 구분 없이 참여 가능하다. 프로 축구 18팀이 리그에 참여하며 한 시즌 당 4라운드의 경기를 치른다. 5월 19일 공식 발표를 통해 2017-2018시즌부터 시작할 것을 알렸다.

누구나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경기는 ‘Fu´tbol 8’ 방식을 따른다. 스페인 왕립 축구협회가 국가 차원에서 창안한 양식으로, 어린이 참여 독려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지적장애인을 위해 이 방식이 쓰이는 이유는 스포츠가 주는 즐거움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느끼기에 적절하기 때문이다. 축구의 기본 규칙은 동일하나 8명의 선수가 뛰고 시간, 경기장 규격 등에서 축소된 방식이다. 신체 피로도는 줄이면서 축구가 주는 즐거움과 기쁨은 동일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채택했다.

이들이 결과를 산출하는 방법은 조금 다르다. 결과에 대한 점수 합계와 별개로 공정한 플레이에 대한 결과값을 계산한다. 승리와 패배에 집착하는 경기가 아닌 동료들과 축구 경기를 하며 얻는 협동심, 반칙 없이 깨끗한 결과를 얻는 공정성에 초점을 뒀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쟁이 아닌 협동하는 경기를 위해 페어 플레이 하는 모든 행동에 점수를 부여한다.

프리메라리가 대표 하비에르 테바스는 리그를 통해 지적장애인 집단의 축구 관행을 정상화하고, 프로 축구로 인해 사회적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지적장애인들이 동료와 함께 경기를 만들어가면서 공정성을 포함한 스포츠맨 정신과 긍정적인 태도를 배워 사회에 보다 쉽게 적응하길 기대한 것이다.

나이, 성별, 신체 조건 모두 제각각이지만 함께 경기를 만들어간다ⓒ프리메라리가 홈페이지

지난 10월 7~8일 스페인 카스테욘주 비야레알에 위치한 에스타디 데 라 시우닷 데포르티바 델 비야레알 경기장에서 1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토요일 오전, 오후와 일요일 오전에 걸쳐 18팀 모두 한 팀당 3번의 경기를 가졌다. 주말동안 선수와 코치진, 가족 등을 포함한 288명이 작은 리그를 즐겼다. 2라운드는 1월 19~21일 3일에 걸쳐 타라고나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후 3월 13~15일 마요르카에서 3라운드, 6월 8~10일 비고에서 마지막 라운드를 치른다.

공정성이 이들에게 주는 의미

축구는 승, 무, 패의 결과로 점수를 얻는 스포츠다. 우승 트로피는 물론 승강을 사이에 두고 구단은 한 시즌 내내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우승을 몇 번 했는지로 좋은 팀이란 인식이 생기기도 하고 골을 많이 넣을수록, 선방을 많이 할수록 선수의 가치는 올라간다. 경기에 지지 않기 위해 거친 파울을 마다하지 않고 그라운드 위에서 몸싸움과 설전이 벌어진다. 물론 경쟁 없이는 스포츠도 없다. 스포츠 자체가 상대와의 경쟁, 나와의 경쟁을 통해 이뤄지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하지 않은 스포츠가 지나친 경쟁에 얼룩지면 그로 인한 상처도 생긴다. 과한 욕심은 승부조작이란 참혹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La Liga Genuine. 이 리그에서 강조하는 것은 경쟁보다 공정성이다. 공정하지 않은 경쟁은 스포츠를 망가지게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한다. 이런 의미에서 리그는 비장애인보다 지적 능력 발달이 불충분한 지적장애인에게 동일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것부터가 리그가 추구하는 가치의 시작이다. 그리고 스포츠의 순수한 가치 중 하나인 공정성을 통해 이들에게 스포츠를 알려주려 한다. 이 리그는 지체장애인들에게 가장 깨끗하고 순수한 축구를 즐길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si.onoff@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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