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탄이 수원을 떠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수원 삼성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수원삼성 팬들에게는 이번 겨울이 그 어느 때보다도 혹독할 것이다. 산토스가 팀을 떠났고 수원의 상징과도 같았던 아디다스와 이별했다. 유망한 유소년 선수는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영입이 눈앞에 있던 박주호도 방향을 틀어 울산현대에 입단했다. 실망스러운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뉴스도 터져 나왔다. 수원의 핵심 공격수 역할을 하고 있는 조나탄이 중국 슈퍼리그 톈진 테다로 이적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다. 수원 구단 역시 톈진과 조나탄의 이적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모든 수원 팬의 사랑을 받는 조나탄이 팀을 떠난다는 건 엄청난 충격이다.

조나탄, 보내려면 지금 보내야 한다

조나탄은 지난 6월 브라질의 이타우쿠 에스포르테에서 수원으로 완전 이적에 합의했다. 2020년 6월까지 수원과 계약을 체결했다. 조나탄은 귀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실력도 출중했고 인기도 있었다. 스타성까지 갖춘 조나탄은 오랜 만에 K리그에 등장한 이슈메이커였다. 부상 중에도 열심히 SNS를 하면서 팬들과 소통했다. ‘잘하는 선수’는 있을지 몰라도 ‘인기 많은 선수’는 부족했던 K리그에 조나탄은 보물 같은 존재였다. 올 시즌 22골을 득점하며 K리그 클래식 득점왕에 오른 조나탄은 암울한 시기를 보낸 수원의 희망이었다. 그런 그가 중국 슈퍼리그 16개 구단 가운데 이번 시즌 13위에 그친 톈진으로 이적한다니 충격은 상당하다.

하지만 조나탄은 떠나는 게 맞다. 나 역시 조나탄의 팬이고 그가 K리그에서 더 오랜 시간 멋진 활약을 펼치길 바랐다. 그런데 그럴 수 없다면 가장 몸값을 높게 인정 받을 시기에 떠나는 게 팀과 조나탄 모두를 위한 길이다. 팀의 에이스가 이적하는 걸 반기는 팬들은 없을 테고 조나탄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만 조나탄을 잡을 수 없다면 가장 비싸게 파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는 중국 슈퍼리그가 선수에 관심을 갖는 순간 경쟁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냉정해 질 필요가 있다. 조나탄이 수원에 보여준 충성도야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이제 갓 수원에서 1년 반을 뛴 선수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도 없다. 지금 받는 연봉의 3배 이상을 제시하는데 구단이 이적을 거부한다고 해 조나탄의 마음을 잡을 수도 없다.

팔려면 지금이 적기다. 또한 조나탄은 아직 수원을 상징할 정도로 지대하게 공헌한 선수는 아니다. 흔히 전설적인 선수를 언급할 때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논하는데 아직 조나탄이 수원에서 그 정도 입지는 아니다. 만약 수원이 염기훈을 처분한다면 그건 돈이 얼마인지를 떠나 무조건 지탄받을 일이다. FC서울이 아디를, 인천유나이티드가 임중용을 그렇게 내친다면 그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조나탄이라면 중국에서 크게 지를 때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냐”고 하는 게 맞다. 물론 시간이 흘러 조나탄이 수원에서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선수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지금의 조나탄은 비싸게 보낼 수 있을 때 보내야 하는 선수다. 서울의 아드리아노 정도랄까. 잘하긴 무척 잘하는데 이적 제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만큼의 입지는 아니다.

조나탄이 떠난다면 수원은 어떻게 될까. ⓒ 수원삼성 제공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이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중국 슈퍼리그에서 거하게 질렀으니 수원 구단이 손을 놓고 있어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어마어마한 이득을 챙겨야 한다. 그리고 다른 선수도 아니고 조나탄의 이적이라면 팬들에게 상세하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조나탄 이적설이 터져 나오고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 이적료’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 2015년 7월 전북 현대에서 중국 2부리그 허베이로 옮긴 에두가 기록했던 K리그 최고 이적료 400만 유로(한화 51억 원)를 상회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이적이 비공개로 이뤄지지만 수원은 조나탄이 어떻게 이적하는지 공개해야 한다.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 이적료’나 ‘역대 국내 브랜드 최고 후원 금액’, ‘역대 브라질 선수 최고 연봉’ 같은 말장난으로만 에둘러 포장해서는 안 된다. ‘역대’ 앞에 자꾸 다른 조건을 내거는 건 그만큼 포장이 됐다는 거다.

조나탄을 제 가치에 맞게 이적시키는지는 팬들도 알아야 한다.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 이적료’ 같은 말로 포장하지 말고 정확한 금액을 공개해야 한다. 이 이적을 투명하게 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지독하리만큼 외국인 선수 영입에서 실패를 많이 맛 본 수원이 과연 조나탄을 내보내며 받은 이적료를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 이적료’라는 말로 숨기지 말고 조나탄의 유산이 얼마나 수원 역사를 위해 쓰이는지 알려야 한다. 조나탄 이적료로 이고르나 반도, 핑팡 같은 선수 몇 명 데려와 “얘네가 조나탄의 유산이야”라고 하면 안 된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조나탄을 내보내야 한다면 그 유산을 확실히 팬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적료 수입은 비공개로 하는 게 보통이지만 K리그에 마음만 먹으면 비밀이라는 게 어디 있나. 자이크로와 수원의 계약도 세상이 이미 다 알고 있던 판에.

조나탄이 수원을 사랑한 마음도 진심이었고 그의 실력도 믿어 의심한 적이 없다. 하지만 내가 과거 그의 귀화설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어차피 그는 언젠가는 떠나야 할 선수였다. 조나탄이 2025년쯤 수원에서 은퇴하며 한국어로 “쌀랑해요. 연예가중ㄱ… 아니 쌀랑해요. 염기훈 감독님”이라고 할 가능성은 원래부터 낮았다. 외국인 선수가 한국에 와 활약하며 우리나라에 호의적인 반응만 보이면 김치는 잘 먹는지 물어보고 된장찌개에 밥 먹는 모습에 감동하고 귀화 이야기부터 꺼내는 게 불편했다. 프로 세계에 그런 게 어디 있나. 돈 많이 주면 떠나는 거다. 더군다나 거액을 벌기 위해 머나먼 타지까지 온 선수에게 영원한 안착을 기대할 수는 없다. 아쉽지만 조나탄이 팔아야 할 선수라면 지금이 적당한 시기다.

조나탄이 떠난다면 수원은 어떻게 될까. ⓒ 수원삼성 제공

조나탄 보내는 충격, 더한 영입으로 메워야

대신에 수원은 조나탄의 대체자를 영입해 이 이적료를 허투를 쓰지 않았다는 걸 팬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브라질 주리그 득점왕 출신’이라며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해 FM으로 찾아봐야 할 선수 영입으로 생색내서는 안 된다. 외국인 선수 수급이 어렵다면 적어도 지동원 정도는 영입해 줘야한다. 아니면 라이벌 FC서울의 윤일록 정도는 데려오는 충격적인 이적을 성사시켜야 한다. 팬들은 이제 1년 반 동안 조나탄이라는 엄청난 공격수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는데 이고르, 핑팡 같은 애들로는 어림도 없다. 조나탄을 판 돈이라면 그 이상의 쇼킹한 영입이 있어야 한다. 더군다나 수원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때문에 1월 말부터 시즌을 시작한다. 선수 영입에 여유가 없다. 조나탄을 빼앗기는 건 그렇다 쳐도 그 자리를 어떻게 메워 경기력과 팬들의 만족도 모두 잡을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대단히 충격적인 이적을 성사시켜야 팬들도 조나탄을 잊는다.

조나탄 이적료는 50~60억 원 가량 될 것이다. 이 돈을 온전히 선수단에 재투자하면 조나탄의 빈자리는 크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이적한 산토스와 입대한 김민우의 연봉이 나가지 않는다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수원은 상당한 금액을 투자할 여력이 생겼다. 이 순간이 위기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전북은 2009년 조재진을 J리그로 이적시키면서 얻은 15억 원의 이적료로 에닝요와 진경선, 하대성 등을 영입했다. 만약 이 이적료가 없었더라면 전북이 지금과 같은 강호가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전북은 그리고 2016년 김신욱과 김보경, 이종호 등을 영입한 뒤 김기희 이적료로 무려 73억 원을 벌어들이며 자금을 메웠다. 거액의 이적료 수익을 새로운 선수 영입에 활용한다면 에이스 선수 한 명이 빠져나간 손실 이상의 이득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명문팀으로 가는 자금이 되기도 한다. 과연 수원은 그럴 의지가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또한 한 가지 예상 시나리오를 써보자면 조나탄이 톈진의 레전드로 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해 그래도 강등 위기에서 겨우 벗어나 내년 시즌에도 중국 슈퍼리그에 속하게 된 톈진은 조금만 부진하면 감독부터 외국인 선수까지 싹 다 갈아치울 것이다. 몇 경기만 부진해도 감독을 내치는 게 그들이다. 늘 강한 상대와 싸워야 하는 톈진이 슈틸리케 감독과 조나탄을 오래 기다려줄 인내심은 없다. ‘자기애’가 강한 조나탄이 몇 번의 불합리한 대접을 받고도 팀에 희생할 가능성도 적다. 하지만 조나탄이 수원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 만큼은 진짜다. 곧 향수병, 아니 ‘수원병’이 올 테고 다시 그가 돌아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산토스도 그랬고 데얀도 그랬다. 중국 슈퍼리그에서 K리그로 리턴하는 선수들의 사례가 꽤 많다는 걸 보면 조나탄과 수원이 영원히 이별한 건 아닐 수도 있다. 물론 이건 그냥 내 예상 시나리오일 뿐이지만 봐 오고 느껴왔던 감이란 게 그렇다.

이적료로 팀 수준 높이길

일단 중국으로 떠날 조나탄을 막을 방법은 거의 없다. 보낼 땐 또 멋지게 보내줘야 한다. 조나탄이 없어도 축구는 계속된다. 이 상황에서는 수원이 과연 조나탄을 떠나보내며 얻은 수익 중 얼마를, 어떻게 쓸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11월에 여자친구와 이별하면 더 예쁜 여자를 새로 만나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낼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이별하는 순간부터 ‘이번 크리스마스는 망했다’고 하는 게 수원 팬들의 모습인 것 같다. 그만큼 수원은 지금까지 팬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수원이 뻔하디 뻔한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 패턴을 반복하며 돈만 허공에 날려서는 안 된다. 수원삼성이 언제부터 브라질 주리그 득점왕이나 J2리그 출신 선수들이 뛰는 팀이었나. 조나탄을 잡을 수 없다면 그 이적료로 팀의 수준을 높일 고민을 해야 한다. 수원 팬들이 지금 조나탄이 떠나는 걸 두려워하겠나. 아니면 그 이적료가 온전히 팀에 재투자되지 않아 조나탄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하는 걸 두려워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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