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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세종=홍인택 기자] 전·현직 인천 유나이티드 멤버들이 조직한 단체 '아미띠에'가 추운 겨울 날씨를 녹이는 따뜻한 대회를 개최했다.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 스포츠센터 축구장에서 다문화교류네트워크와 아미띠에 주관으로 제4회 드림컵 축구대회가 열렸다. 아미띠에는 '어린이를 위한 어른들의 아래로 향하는 존중'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매년 다문화 어린이와 소외계층, 축구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축구 멘토링 등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아미띠에 대표로 있는 강수일의 의지가 컸다. 강수일은 "인천에서 함께 뛰었던 선수들이 모여 모임을 갖다가 성경모, 전재호 등이 의견을 줘서 그때부터 제가 추진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그는 "처음에는 두 팀, 2회 때는 네 개 팀과 함께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여덟 개 팀이 참여하면서 점점 확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올해로 4회를 맞이한 드림컵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피부색은 달라도 공과 운동장에서는 모두 하나였다. 다문화교류네트워크 이인식 이사장은 아이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에도 앉지 않고 흐뭇한 미소로 바라봤다.

이인식 이사장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침 아미띠에 강수일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위해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다. 축구 대회를 통해서 아이들이 더불어 살아갈 방법과 능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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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선수들

현장에는 반가운 얼굴들도 많이 보였다. 신혼여행을 마치자마자 바로 달려온 정혁(전북 현대)을 비롯한 전 인천 멤버들과 함께 여민지(구미스포츠토토), 윤영글(경주한수원) 등 여자축구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아이들을 위해 일일 멘토로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재정적인 후원도 도왔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현장에서 비타민과 같은 역할을 한 선수는 단연 안혜인(이천대교)이었다. 안혜인은 아장아장 뛰어다니는 호프키즈 아이들의 멘토를 맡았다. 호프키즈가 고학년 아이들을 상대하자 안혜인은 적극적으로 그라운드에서 현란한 드리블을 선보였다. "왜 이렇게 열심히 뛰냐"라고 묻자 "우리 아이들 기죽을까 봐 힘을 보탰다"라고 웃으면서 답했다. 안혜인은 대회 내내 아이들을 안아주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안혜인의 열정에 감동한 한 심판은 자신도 직접 그라운드에서 공을 차며 아이들과 녹아들었다. 대회를 진행한 사회자도 심판의 열정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마이크를 전달했다. 해당 심판은 "아이들과 함께하니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다. 무진장 재밌다"라고 전하며 "다득점을 노리겠다"라는 포부를 밝혀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바로 귀국한 정혁의 열정도 만만치 않았다. 정혁은 "작년에는 클럽 월드컵 참가 때문에 함께하지 못했다. 올해는 기회가 돼서 같이 참여했다"라고 전하면서 "상대 팀들은 5~6학년인데 우리 팀은 8살, 9살 친구들이라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신혼인데 아내분과 더 시간을 보내야 하지 않나"라고 물으니 "아내도 모임이 있어서 연탄 봉사를 하러 갔다"라며 부부의 훈훈한 사회봉사 활동 소식을 전했다.

해당 대회에는 안산 그리너스 유소년들도 참가했다. 유소년들과 함께 반가운 두 선수도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수단의 희망 임마누엘 마크와 마틴 사위다. 이날 안산 유소년들을 지도하는 코치는 이들에게 일일 코치를 맡겼다. 임마누엘은 특히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임마누엘은 아이들에게 "헤이, 올라가. 올라가. 패스. 패스"라고 외치며 아이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그에게 코칭 소감을 물으니 "재밌다. 오늘처럼 말을 많이 한 적이 없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마틴도 "우리 팀 괜찮다"라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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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으로 하나 된 어린이들

임마누엘과 마틴의 코칭 덕분이었을까. 네 번째 열린 드림컵은 안산 그리너스 유소년들이 무패 기록을 달성하며 우승컵을 가져갔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들은 경기 중에도 공이 다른 경기장에 넘어가면 공을 직접 전달해주며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피부색과 유니폼 색깔도 상관없었다. 모두가 공으로 하나가 됐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학부모들도 감격에 젖은듯한 모습이었다. 특히 이들은 여전히 한국 사회의 차별을 감당하고 있다. 최근 다문화 학생의 27%는 구로, 금천, 영등포구에 몰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문화 학생이 많아지는 학교는 한국인 학생들이 급속도로 빠져나가는 현상마저 드러나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허물없이 어울리는 모습에 감동한 것처럼 보였다.

이들은 짧은 행사가 끝나자 남은 쓰레기들을 치우고 아쉬움을 뒤로 하며 축구장을 떠났다. 계속 경기를 뛴 아이들도 아쉬움을 내비쳤다. 아미띠에는 내년에도 이들과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다문화교류네트워크 관계자는 시간과 재능을 나눠준 선수들과 심판들에게 거듭 감사한 마음을 전달했다. 뜻깊은 행사에 참여한 선수들도 더 많이 도와주지 못한 것에 미안함을 표시했다. 추운 날씨 속에 열린 행사는 그렇게 따뜻함을 남기고 마무리됐다.

intaekd@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