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신태용 감독의 아쉬운 ‘인터뷰 기술’


ⓒ 아시아축구연맹(AFC) 제공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지도자 수업 중 상당 시간이 미디어를 대하는 인터뷰 기법으로 채워진다. 감독들이 공식적으로 특정 선수의 분발을 요구하는 것이나 칭찬하는 것 역시 다 이런 심리적인 틀 안에서 이뤄진다. 선수들을 밀고 당기기 위해 인터뷰를 활용한다. 단순히 “내가 지금 잔뜩 화가 나 있어 끝나고 빠따를 들 거다”라는 걸 표현하기 위한 게 아니다. 인터뷰는 선수들은 물론 팬들의 심리까지도 다뤄야 하는 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지도자 수업 중 상당 시간이 이런 인터뷰 기법으로 채워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의 자신감, 그리고 만족감
신태용 감독의 최근 인터뷰가 아쉽다. 신태용 감독은 중국과의 경기가 끝난 뒤 이런 말을 남겼다. “내용과 과정은 완벽했다. 2선 침투 등에서는 중국을 가지고 놀다시피 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특히나 전반 한 골 실점 후 이어진 반격은 최근 들어 보여준 한국 축구의 경기력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다. 신나게 공격하는 모습은 오랜 만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경기에서 한국이 후반 한 골을 내주며 2-2로 비겼다는 점이다. 감독으로서 내용이 만족스러웠을지 몰라도 팬들은 중국과 비긴 뒤 만족하는 모습을 원하지 않는다. 신태용 감독의 저런 인터뷰는 중국을 3-0으로 대파했을 때나 가능하다.

북한과의 경기에서 상대 자책골로 1-0 승리를 거둔 뒤에도 신태용 감독은 “전술 변화를 줬는데 북한이 분석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북한은 우리가 포백을 쓸 거라 예상했을 텐데 스리백으로 나와서 당황했을 것이다. 스리백을 가동했는데 선수들이 잘 해줬다. 결과적으로 이겼기 때문에 칭찬해주고 싶다”고 했다. 승리를 따낸 것도 좋지만 북한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한 상황에서 “칭찬해주고 싶다”는 말은 오히려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현 상황에서 감독의 말은 선수단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축구팬 전체를 향한 말이기도 하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지난 7일 일본 도쿄에서 4개팀 감독이 참가한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신태용 감독은 가장 자신감 넘쳤다. 다들 세 팀 감독들이 말을 아끼며 “부상자가 있다”, “실험적인 차원의 대회다”, “우리가 우승후보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하는 동안 신태용 감독은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이 3번 우승했다. 2회 연속 우승 팀이 없는데 우리가 한 번 2회 연속 우승을 해볼 만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물론 이런 말만 했다면 다들 건방졌겠다고 할 텐데 신태용 감독은 “세 명의 명장과 한 자리에 앉게 돼 무한한 영광이다. 일본과 중국, 북한 모두 좋은 팀이라 쉽게 우승할 수 없겠지만 최선을 다하면 우승이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우승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겠다”는 전제를 달았다.

신태용 감독
신태용 감독은 솔직하고 화끈한 이야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성남FC

‘인터뷰 스타일’ 당분간은 바꿔야 한다
신태용 감독은 원래 시원시원하게 자기 속내를 내보이는 스타일이다. “나는 ‘난 놈’이다”라는 말을 스스로 할 정도로 자신감도 넘치고 자기 어필도 잘한다. 다들 빙빙 말을 돌려가며 격식과 예의를 차리는 K리그에 신태용 감독 같은 자신감 넘치는 수다쟁이가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대표팀 자리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더군다나 적지 않은 팬들의 비난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감독의 이런 발언 하나 하나가 비난의 화살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보는 눈이 적은 K리그에서는 자신감의 표현 정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수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국제무대에서는 이런 발언 하나도 대대적으로 보도돼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이 많다.

신태용 감독이 최근 들어 “만족스러운 경기를 했다”면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자꾸 보내는 건 선수들을 향한 심리적인 이유일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비난의 중심에 선 대표팀 선수들에게 “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또한 신태용 감독 본인을 위한 자기최면 같은 것이기도 하다. 신태용 감독도 ‘히딩크 사태’ 이후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들어했었고 지금도 대단한 부담감을 안고 있다. 그게 자꾸 경기가 끝날 때마다 “우리는 준비를 잘하고 있다. 이번 경기도 좋았다”는 일종의 주문 같은 발언으로 쏟아져 나온다. “잘한다”거나 “좋다”라는 의미에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의 불안감 같은 게 묻어나와 애처롭다.

중국전과 북한전을 살펴보면 만족스러운 부분보다는 개선해야 할 점이 더 많았다. 감독이 나서서 “잘했다. 만족스럽다”고 할 말한 경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감독이 수비 조직력을 강하게 비판하거나 공격수를 거론하며 개선점을 꼽는다면 여론이 더 들끓을 게 분명하다. 일단은 선수탓 하는 감독을 욕할 테고 지목된 선수들도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다. 신태용 감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국가대표 감독이 어려운 직업이라는 건 다들 알고 있지만 기자들에게 꺼내는 말 한마디도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어 보인다. 아무리 ‘난 놈’ 신태용 감독이라도 대표팀 수장에 올라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면 심리가 다 들어난다.

신태용 감독
그는 잠시 ‘인터뷰 기술’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아시아축구연맹(AFC)

신태용 감독에게 필요한 ‘인터뷰 기술’
스토리와 이슈를 주지 않아도 좋으니 인터뷰를 교묘하게 피해 나가는 기술을 썼으면 한다. 그게 지금 상황에서 대표팀에 가장 도움이 되는 인터뷰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오늘 가장 활약한 선수 한 명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우리는 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어느 한 명을 개인적으로 언급하는 건 좀 그렇다”거나, “오늘 경기에 대해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코치들과 오늘 경기를 다시 분석해 보고 말씀드리겠다”고 피해가는 말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런 기자회견을 접하면 기자 입장에서는 쓸 말이 없어 욕이 나오기도 하지만 지금 대표팀 감독이라면 어쩔 수 없이 이런 ‘회피 기술’을 써야 한다. 여론이 좋지 않아 큰소리 뻥뻥 쳐놓고 이겨도 본전이다. 자꾸 말이 결과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굳이 감독이 만들 필요는 없다.

자꾸 “좋은 경기였다. 만족한다”고 해도 여론은 좋지 않다. 그렇다고 한두 선수를 지목해서 “똑바로 하라”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감독이 이런 상황에서 그냥 둥글게 둥글게 원론적인 답변으로 무마하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신태용 감독의 거침 없는 입담을 좋아하지만 지금은 자제해야 할 때다. 만족스럽지 않은 경기에서 과하게 만족감을 나타내고 칭찬하는 건 그만큼 자신감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정치인을 향해 한 기자가 뼈 있는 질문을 던지자 이 정치인은 이렇게 말했다. “식사했어요?” 정말 이 정치인은 기자의 공복을 걱정했던 것일까. 아니면 ‘노코멘트’를 에둘러 표현한 것일까. ‘솔직 화법’ 신태용 감독도 대표팀에 있는 한은 능구렁이 같은 ‘인터뷰 기술’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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