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번 올림픽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14년 전 강원도 화천에서 군 복무를 했다. 화천은 정말 마음이 하나도 가지 않는 동네였다. 군 생활이 힘들어서가 아니다. 군인을 빼면 아무도 없는 동네에서 오로지 군인은 ‘등 쳐먹는’ 수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PC방에서 민간인은 한 시간 당 1천 원을 받지만 군복을 입은 군인은 한 시간 당 2천 원을 받는 동네였다. 당시 맛도 없는 읍내 삼겹살집에서는 삼겹살 1인분을 1만 8천원에 팔았다. 우리가 비싸고 맛없는 삼겹살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그 식당에서 삼겹살을 먹어야만 부대까지 한 시간을 걸어 들어가지 않고 승합차를 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연말에 외박을 나가면 당시 물가로는 상상할 수 없는 20만 원을 줘도 숙소를 구할 수가 없었다. 코딱지 만한 방 하나도 군인들로 꽉 차 돈 주고도 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한 인자해 보이는 노인 부부가 우리에게 다가와 말했다. “총각들. 방 필요해? 방 못 구했으면 우리집에서 자. 모텔은 아니고 그냥 일반 가정집이야.” 너무 고마운 마음에 “정말 그래도 되느냐”고 물었다. 역시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 인심은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이 노인 부부는 정색하며 이렇게 말했다. “응. 하루에 30만 원이야. 싫으면 말아. 이 방도 못 구해서 안달인데.”

결국 나와 선임들은 30만 원을 내고 할아버지와 한 방에서 잤다. 시골 인심? 사람을 ‘호갱님’으로 보는 동네에서 그런 건 없다. 그냥 머리부터 발 끝까지 뜯어먹으려는 이들 뿐이다. 잠깐 사단장이 군인들의 외박 가능 지역을 춘천까지로 넓힌 적이 있는데 화천 사람들이 지역 상권 죽는다고 들고 일어나 군인들은 다시 화천에 갇혔다. 이렇게 외지인에게 아쉬울 것 없는 동네에서는 외지인을 향한 한탕주의만 가득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현지 물가가 폭등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러면 그렇지.’ 누군가에게 올림픽은 스포츠가 아니라 한탕 치고 빠질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일 뿐이다.

스포츠 제전? 누군가를 위한 돈 잔치일 뿐

올림픽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아니 이런 동계올림픽이 이 나라에서 열린다고 국가적으로 이득을 얻고 스포츠가 별로 발전할 것 같지도 않은데 굳이 올림픽을 해야 하나 싶은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전세계 이목이 대한민국에 쏠린다’는 내셔널리즘 가득하고 오글거리는 멘트도 이제는 식상하다. 말 그대로 ‘쌍팔년’ 올림픽 때나 감격스러웠던 일을 2018년에도 포장한다는 게 유치하기도 하다. 언론에서는 자꾸 평창 올림픽을 띄워주려고 난리인데 내가 너무 삐딱한 것 같아 내 스스로의 의식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몇 번이고 반문해봤다. 그래도 내가 내린 결론은 돈으로 얼룩진 올림픽 따위 띄워줘서 뭐하느냐는 것 뿐이다.

올림픽이 순수한 스포츠 제전으로 안 보인다. 박근혜 정권 당시 자격 없는 이들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돈 냄새를 맡고 달려들었다. 최순실과 장시호 등은 평창 올림픽에서 수천억 원대 이권을 노리기도 했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설립해 올림픽을 주물렀다. 신생 단체로는 이례적으로 2년 간 7억 원 가까운 정부 지원을 받았다.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스포츠 영재 육성 목적이 아니었다. ‘평창이 기회다, 지금이 기회다’라고 얘기했다. 어차피 누가 먹는 것이니 자기네가 먹겠다고 했다. 내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일에는 김종 문체부 2차관도 연루됐다. 동계 스포츠 스타들도 얼굴마담을 자처하며 이들의 범죄 행위를 묵인하거나 동조했다. 여기저기 구린내가 진동한다.

심지어 장시호는 1,300억 원이 들어간 강릉빙상장 사후 활용 계획까지 관여했다. 정부와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강릉빙상장을 평창 올림픽 이후 철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계획서를 짤 때부터 강릉빙상장이 올림픽 이후에도 존치하는 걸 전제로 해 사업을 구상했다. 그리고 황교안 총리는 이 사업계획서가 나온 뒤 한 달 후 총리 주재 회의에서 강릉빙상장 철거를 존치로 변경했다. 김종 차관은 강릉빙상장 활용 계획을 바꾸도록 한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정권이 바뀌었고 전 정권에서 올림픽을 이용해 이권을 노린 이들은 처벌 중이지만 그래도 나는 이 올림픽이 지금도 전혀 순수해 보이질 않는다.

대회가 끝나면 이 시설 유지를 위해 강원도가 정부에 징징대기 시작할 것이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여러분의 세금이 인공눈이 돼 뿌려집니다

말로는 동계 스포츠 인프라 확충이라는 대단한 가치를 내걸었지만 2주짜리 축제가 끝나면 활용 방안도 딱히 없다. 14조 원을 투입했지만 본전을 뽑는 건 바라지도 않고 적자를 메우기에도 버겁다. 그래도 이 막대한 예산이 동계 스포츠 발전에나 쓰이면 다행인데 그렇지도 않다. 심지어 강릉 아이스하키 경기장과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아직도 사후 관리 주체가 정해지지 않았다. 그저 “다양한 문화 공연장으로 활용하겠다”는 현실성 없는 계획 뿐이다. 어디에선가 많이 본 일 아닌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막대한 예산을 퍼부어 경기장을 지어 놓고 여전히 그 ‘똥’ 치우기에 바쁜 인천을 보는 것 같다. 그나마 인천은 수도권에 있어 접근성이라고 나은 편이지 강원도 정선은 어떻게 활용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내놓은 아이디어라는 게 ‘아이스더비’다. 아이스더비는 롱 트랙인 스피드스케이팅(400m)과 쇼트트랙(110m)의 중간인 220m 트랙에서 펼치는 통합적 프로 스케이팅이다. 말이 좋아 프로 스케이팅이지 그냥 경륜이나 경정 같은 배팅 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올림픽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 놓고 고작 사후 활용 방안으로 고민하는 게 도박을 도입하자는 거다. 애초부터 이 올림픽이 동계 스포츠 인프라 확충을 위한 게 아니라는 건 이 사례를 보면 명백하다. 일단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켜 올림픽 개최권을 따놓고 세금 들여 경기장 지어놓고 보자는 심보다. 강원도는 경기장 관리를 위해 향후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봐야 한다. 곧 강원도가 징징대면 정부가 이 적자를 떠안을 것이다. 우리의 세금은 이렇게 정선 스키장의 인공눈이 돼 흩뿌려진다.

평창 올림픽을 별로 응원하고 싶지 않다. 나도 처음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을 때는 순수한 마음으로 기뻐했지만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호의적인 마음이 안 생긴다. 이건 그냥 누군가의 ‘돈 놀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비트코인에 열광하며 한몫 벌어보자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나라에서 올림픽도 그저 서로 이권을 빼먹기 딱 좋은 ‘호갱 페스티벌’에 불과하다. 누군가는 올림픽이 펼쳐지는 2주 동안 외지인 등에 빨대를 꽂고 쪽쪽 빨아먹을 테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미 세금을 거기에 갖다 바쳤다. 그리고 대회가 끝나면 또 누군가의 세금으로 이를 메워야 한다. 순수하지 않은 이런 대회가 망하지 않고 성공하면 그게 더 무섭다. 동계 올림픽, 아시안게임 한다고 또 다른 지역에서 들고 일어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대회가 끝나면 이 시설 유지를 위해 강원도가 정부에 징징대기 시작할 것이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한탕주의’에 빠진 평창, 별로 응원 안한다

이런 ‘돈 놀이’ 평창 올림픽의 강렬한 마침표는 숙박 업소들의 한탕주의다. 극성수기에도 18만 원에 이용 가능했던 평창의 12평짜리 2인실은 현재 45만 원까지 올랐다. 최대 13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60평짜리 객실은 하룻밤에 179만 원에 달한다. 올림픽 기간 내 평창의 평범한 모텔도 90만 원까지 치솟았다. 정부와 강원도가 나서서 업주들을 설득하고는 있지만 숙박비를 강제로 규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최근 들어 숙박 업체들이 숙박비를 절반은 낮추겠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는 현재 폭등한 금액에서 절반을 내린다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여전히 1박에 30~40만 원이 넘는 곳이 대부분이다. 평창 올림픽이 성공하면 이 한탕주의에 빠진 이들이 성공하는 거고 망하면 그들이 망하는 건데 굳이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기원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이건 올림픽을 떠나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 가치의 문제다.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 번 제대로 ‘등 쳐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일부의 한탕주의 때문에 다시는 그들이 한국을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 한 번의 기억으로 대한민국 국민과 국가 전체의 이미지가 굳어진다. 일생일대의 돈 벌 기회라며 잔뜩 벼르고 있는 이들을 보니 이게 과연 누구를 위한 올림픽인지 의문이 든다. 14년 전 강원도 화천에서 느꼈던 외지인을 향한 한탕주의가 이제는 전세계를 상대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국민성 운운하긴 싫지만 이렇게 한탕주의가 만연한 걸 보니 누군가 우리의 국민성이 저렴하다고 해도 반박을 못 하겠다. 누군가에게 돈 잔치에 불과한 올림픽이 대단히 불편하다.

이 순간을 위해 피와 땀을 흘린 선수들에게는 진심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낼 것이다.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관계자들에게도 진심으로 응원을 보낸다. 하지만 시작부터 순수하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순수하지 않은 대회 자체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두 번이나 평창 올림픽 개최에 실패한 뒤 극적으로 개최지에 선정됐을 당시 그들의 눈물을 잊지 못한다. 그런데 그 눈물이 과연 어떤 의미였는지는 요즘 들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가 이러려고 올림픽 유치에 그렇게 목을 맸던 건 아닌지 진심으로 반성해 봐야 한다. 한탕주의에 빠진 올림픽, 그리고 끝나면 징징대며 정부에 손 벌릴 올림픽을 뭣하러 하나. 패딩 따위나 팔면 그냥 딱 좋을 정도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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