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크로 최창영 대표는 데얀을 활용한 마케팅에 대해 고민하고 시작했다.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수원삼성이 자이크로와 손을 잡았다. K리그 빅클럽이 인지도가 부족한 중소 스포츠 용품사와 계약을 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오늘(8일) 공식적인 계약 발표가 있기 전부터 많은 수원삼성 팬들은 “자이크로와 함께할 수도 있다”는 소문을 듣고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이크로가 제작 중인 것으로 추정되던 사진이 유출되면서 수원삼성 팬들은 경악했다. 디자인이 너무나도 촌스러웠기 때문이다. 과연 자이크로는 K리그 빅클럽 수원삼성이 피했어야 할 존재일까. 수원삼성과의 스폰서십 계약 발표 하루 전인 어제(7일) 자이크로 최창영 대표를 직접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요새 들어 정신이 없을 것 같다.

내일(8일) 우리 자이크로와 수원삼성의 협약식이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 협약식을 기반으로 마케팅과 홍보활동을 해야 한다. 바쁘다.

계약 기간과 조건도 공개할 수 있나.

K리그 최대 규모의 후원이다. 2년간 30억 원을 수원삼성에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현금과 현물이 포함돼 있다.

왜 하필 수원인가.

우리가 돈이 남아돌아 후원을 하는 게 아니다. K리그가 위기라고들 하는데 내가 봤을 때는 한국 스포츠 자체가 위기다. 여기에 한국 스포츠를 지탱하는 용품사가 대부분 해외 라이선스사다. 그들은 챙길 것만 챙기면 된다. 국내 시장이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다. 하지만 자이크로는 한국 기업이다. 한국 스포츠 시장이 커져야 우리도 살 수 있다. 만약 우리 회사만 생각한다면 해외에서 챙길 것만 챙겨도 되지만 근본적으로 한국 스포츠 생태계를 조성하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는 ‘명문’ 수원삼성과 파트너십을 맺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수원과 함께 하며 우리의 인지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수원삼성은 국산 브랜드를 입으면서 한국 스포츠 산업을 일으키는 명분을 챙길 수 있다. 실리와 명분에 대한 이야기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

‘빅클럽’ 수원삼성이 국내의 유명하지 않은 브랜드와 손을 잡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진입 장벽은 없었나.

K리그 구단들로부터 진입 장벽을 크게 느끼지는 않았다. 빅클럽이라고 해도 사실은 다 거기서 거기다. 이번에 계약을 맺은 수원삼성과 FC안양을 제외하고도 먼저 자이크로에 제안을 해왔던 K리그 팀들도 꽤 있었다. 최근에 우리 국제 법무팀장이 독일 분데스리가 스폰서십 진출을 위해 독일에 다녀왔다. 그런데 독일 구단에서 오히려 우리에게 더 적극적으로 대시하더라. 큰 구단에 끌려가는 모습은 파트너십이 아니라고 판단해 수원삼성 등 빅클럽에는 손을 내밀지 않고 있었는데 한국 스포츠가 위기라는 시점에서 용기 있게 제안을 했더니 수원삼성 측이 흔쾌히 동행을 허락했다.

향후 K리그에서 후원 구단을 더 늘일 생각은 없나.

과욕일 수도 있지만 한국 스포츠 기반을 키우기 위해 K리그에서 더 확장할 생각은 가지고 있다. 다만 우리와 소통할 수 있는 구단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스폰서이니 물건 대오라”는 식의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 2년 전에는 고양 Hi fc와 계약을 했었다. 꼴찌 팀이라 다들 말렸지만 그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더라. 이름도 고양자이크로가 됐다. 우리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준다면 K3리그 팀이라고 할지라도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다. 우리는 현재도 청주시티FC를 후원하고 있다.

고양자이크로, 줄여서 ‘고자’가 되기도 했다.

요새 남자들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수원삼성은 내년 시즌부터 자이크로 유니폼을 입는다. ⓒ수원삼성

해외로 진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나.

중국 길림성이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특히 연변 자치구는 스포츠 열기가 대단하다. 인근에 있는 지역은 축구에 대한 참여도가 떨어지는 편인데 연변은 유독 열기가 뜨겁다. 룡정시 해랑강 축구센터가 오픈되는데 규모가 34만 평이다. 거기에 우리 자이크로가 공식 용품사로 참여한다. 운영에 관한 양해각서를 지난 5월에 체결했다. 거기에서 축구 학교 이름을 자이크로로 바꿔주겠다고 할 정도다. 자이크로가 한국을 넘어 아시아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꿈을 키우고 있다. 중국에서 이 협약을 진행하니 독일에서도 이 소식을 먼저 알 정도다. 최근 디나모 드레스덴 등 독일 2부리그 세 팀과도 스폰서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직원이 몇 명인가.

우리 직원은 8명이다. 독일인도 있고 베트남 직원도 있다. 프랑스 친구도 입사를 희망해서 면접을 봤다. 독일 구단을 통한 중점 사업 확장을 위해 외국인 직원을 채용해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회식할 때 뭘 먹나.

한식을 먹는다. (옆에 앉아있는 직원 : 오늘 점심에 삼겹살 먹었다) 아니다. 목살이었다.

되게 글로벌한 회사다.

얼마 전에는 전직원이 심판 자격증을 따기로 약속했다. 축구 용품을 이용해 사업하는 업체인데 축구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선수는 자격증이 없지만 심판은 자격증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진짜 자격을 한 번 얻어 보려 한다. 디자인 팀과 영업 팀 가릴 것 없이, 남자 직원과 여자 직원 가릴 것 없이 다 같이 심판 자격증을 딸 것이다. 물론 대표인 나도 예외는 없다.

직원이 많지 않은데 이런 사업을 다 진행할 수 있을까. 빅클럽 수원삼성을 감당하기에도 힘들 정도의 규모라는 지적도 있다.

다 감당하기 위해 조율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2014년과 2015년에도 고양, 안산, 안양 등 3개 프로구단을 동시에 후원한 적도 있다. 이 3개 구단을 합치면 일이 수원삼성보다 더 많다. 그런데도 큰 문제는 없었다.

많은 수원 팬들이 자이크로의 유니폼 디자인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알고 있나.

물론이다. 우리가 지금까지는 아직 수원삼성과 공식적인 협약이 맺어지지 않아 나서서 팬들의 요구사항을 듣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구단을 통해서 최대한 구단 요청을 담으려고 했다. 프로팀 유니폼은 그들만의 정체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임의로 재생산 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 지금껏 지속적으로 이어진 패턴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들에 충실하고 싶었다. 유니폼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이 유니폼이란 게 자이크로 디자인 팀의 역량을 발휘할 장이어서 욕심이 나기도 했지만 구단 입장도 감안해야 한다. 구단 요구 사항을 담는데 노력했다.

유니폼을 자이크로가 다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구단과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니폼 디자인에 대해서 우리가 전체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구단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 그렇게 소통을 통해 유니폼이 만들어진다. 독자적으로 우리가 막 디자인을 할 수는 없다. 이렇게 구단이 좋은 걸 요구하고 우리도 좋은 걸 넣었는데 다 좋은 것만 섞는다고 좋은 유니폼이 다 나오는 것도 아니다.

수원삼성에서는 어떤 부분을 중시하던가.

구단 창단 때부터 그들을 상징하는 건 ‘용비늘’이었다. 그걸 어떻게 배치하느냐를 가지고 많이 고민했고 여러 논의 끝에 디자인했다. 유니폼을 발표하면 그걸로 끝내지 않을 것이다. 계속 새로운 걸 만들어 낼 것이다. 매 경기 유니폼 디자인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우리도 수원삼성과 손을 잡았으니 팬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자리도 만들고 싶다. 토론도 해보고 논의도 많이 해 정말 K리그 최고의 유니폼을 만들고 싶은 게 욕심이다. 팬들이 인정하지 않으면 구단도, 후원사도 의미가 없다.

지난 달 자이크로 유니폼 추정 사진이 유출돼 논란이 있었다. 어떻게 된 건가.

핏을 보기 위해 입었던 거다. 유니폼을 만들 때는 핏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장장도 핏을 계속 신경써야 하는데 이 공장장이 연세가 있으신데도 SNS를 굉장히 즐겨하셨다. 그러다 ‘내가 수원삼성 유니폼을 만든다’며 자랑식으로 SNS에 그 사진을 올렸다. 빅클럽 유니폼을 만드니 신이 나셨던 모양이다. 일이 커질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이 일파만파 번졌고 결국 그 공장은 수원 유니폼 제작에서 제외했다. 그 분도 악의적으로 한 일은 아니지만 도의적으로는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수원삼성 구단과 자이크로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타격, 신뢰도 타격도 우려되는 문제여서 그 공장은 수원 유니폼 제작에서 뺐다.

가장 궁금한 건 그 유니폼이 최종본의 몇%인가 하는 점이다.

그게 완성본은 아니다. 한 40% 정도라고 보면 된다. 핏과 디자인 모두 기초 단계였다. 서드 유니폼이라고 알려진 유니폼은 사실 골키퍼 유니폼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그 옷을 입은 외국인도 모델이 아니라 우리 직원이었다. 그 직원보다는 그래도 내가 한 번 입고 찍을 걸 그랬나.

수원삼성은 내년 시즌부터 자이크로 유니폼을 입는다. ⓒ수원삼성

그래도 아직은 팬들이 자이크로를 보는 신뢰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디자인도 그렇고 후원도 그렇다.

아마 우리가 디자인을 잘 해도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담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신은 있을 것이다. 나이키가 만들었으면 명작이 될 걸 우리가 만들면 그저 그런 유니폼으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디자이너 두 명과 전 직원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수원삼성의 기존 아디다스 유니폼 마킹과는 200% 다른 기법이 도입될 예정이다. 마킹 재질도 독일에서 가져왔다. 기존 K리그 구단들이 쓰지 않았던 기법이다. 팬들의 우려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테고 1년 정도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우려를 희석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고 있다. 폰트 디자인도 괜찮은 게 많다. 우리 디자이너도 경력이 8년차다.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실력이다.

수원삼성과 유니폼 외에 다른 머천다이징 상품도 준비하나.

우리는 스포츠 용품으로 시작했지만 더 다양하게 접근할 생각이다. 전기 자전거 업체와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브랜드를 달고 OEM으로 만들어주겠다는 곳이 있어 논의 중이다. 시계도 생각하고 있고 백팩과 칫솔 같은 실생활 용품도 계획 중이다. 수원삼성 팬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찾고 있다. 하다 못해 수원삼성 벽돌이라도 만들고 싶다. 캐리어도 제작 중인데 K리그 구단이 선수들에게 지급하는 캐리어 중 가장 품질이 좋을 것이다. 아디다스에서 자이크로로 바뀌면서 수원삼성이 가질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다.

나이키는 K리그와 아무런 연관이 없고 아디다스도 K리그에서 발을 빼는 듯한 모양새다. K리그에서 용품 사업 전망이 어둡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처음부터 어두웠다. K리그에 현재 있는 브랜드 대부분도 다른 브랜드를 가지고 유통 판매하는 라이선스다. 구단과 용품사 사이에 원활한 교류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아 계약하고 3개월이 지나면 용품사와 구단이 앙숙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파트너십을 기대하겠나. 10년 넘게 이 업계에 있어보니 느끼는 게 많다. 서로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고 실무자를 다그치면 공감대 형성이 되지 않는데 우리 업계는 지금껏 그래왔다. 지금까지는 업계 전망이 어두웠지만 우리 자이크로가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다. 수원삼성과 FC안양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

수원삼성은 내년 시즌부터 자이크로 유니폼을 입는다. ⓒ수원삼성

앞으로 어떤 용품사가 되고 싶나.

고양 Hi fc를 후원하고 ‘고양자이크로’라는 이름을 달아 이미지가 좋지 않아진 적도 있다. 그 팀이 횡령 사건을 벌였고 포털사이트에 자이크로를 검색하면 마치 우리도 그 범죄에 연루된 것처럼 비춰진다. 나는 기독교 신자도 아닌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후원했다가 우리 회사 이미지만 망가졌다. 하지만 이영무 감독님이 지금도 가끔 우리 사무실에 오신다. 그 분이 일으킨 문제를 떠나 이런 축구 원로가 사회적으로 매장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축구를 하는 동안에는 계속 더 지원을 해드릴 생각이다. 그게 파트너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잘 할 때만 함께하는 게 아니라 못할 때도 함께하는 게 진정한 파트너 아닌가. 우리 사업의 목표는 빨리 가는 게 아니다. 지그재그로 가면서도 더불어 가는 게 우리가 추구하는 바다.

자이크로는 큰 회사가 아니다. 일부 팬들은 자이크로가 빅클럽 수원삼성과 손 잡는 걸 걱정스럽게 바라보기도 한다. 촌스러운 디자인과 원활하지 않은 운영으로 수원삼성의 격을 떨어트리는 건 아닌지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직접 대화를 나눠본 자이크로 최창영 대표의 마인드 만큼은 K리그 빅클럽과 함께할 자격이 충분했다. 그래도 그들의 진심을 한 번 믿어보는 건 어떨까. 깔 때 까더라도 유니폼이 나오고 까는 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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