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훈련소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육군훈련소=조성룡 기자] 마냥 맛있을 수 없는 그들의 마지막 식사는 무엇이었을까?

아산 무궁화 입단을 통해 병역 의무를 해결할 선수들이 7일 논산 육군훈련소를 통해 입소했다. 이들은 4주 간의 기초군사훈련과 3주 간의 후반기 경찰 교육을 거쳐 아산에 입단하게 된다. 약 640일의 군생활 기간 중 이제 1일이 시작된 셈이다. 머리를 짧게 깎은 '입영 장정'들은 가족과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마치고 군 생활을 시작했다.

육군훈련소 입소 시간은 오후 2시다. 점심을 먹고 입소해야 한다. 군대를 다녀온 남성이라면 입대 전 먹었던 음식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메뉴 선택에도 깊은 고민이 생긴다. 입대 전에 마지막으로 먹는 '사제' 음식이다. 어지간한 메뉴가 아니라면 맛이 없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더라도 입대 생각만 하면 입맛이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과연 입대한 선수들은 마지막 점심을 무엇으로 먹었을까? <스포츠니어스>가 물어봤다.

장인어른 센스 발휘한 대구 김선민

대구FC의 잔류를 이끌고 입대하는 김선민의 점심 메뉴는 장인어른의 센스가 돋보였다. 힘든 길을 떠나는 사위가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김선민의 장인어른은 통 크게 김선민과 그의 동료들을 위해 한 턱 냈다. 메뉴는 '불낙', 낙지 불고기였다. 뜨거운 도시 대구의 선수답게 화끈한 음식이었고 입대 전 체력을 든든히 보충할 수 있는 메뉴였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음식이어도 쉽게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결혼식을 올린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한창 깨가 쏟아질 때다. 아내를 뒤로 하고 입대해야 하는 그의 발걸음이 가벼울 수 없다. 배웅 나온 김경중(강원FC, 미필)도 "배웅은 왔지만 가슴 한 켠이 착잡하다"라고 그를 보는 심정을 밝혔다. 함께 온 최성근(수원삼성)의 표정은 밝아보였다. 그는 2014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다. 군 면제다.

김경중은 "맛있었냐"는 질문에 아무 말 없이 씩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마 김경중이 입대할 때 마지막 메뉴로 낙지 불고기는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 김경중 또한 입대 생각에 썩 입맛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물며 김선민은 오죽했을까. 그래도 장인어른의 든든한 응원을 받았으니 입대 길이 그나마 위로가 됐을 것 같다.

동료들과 중국집 먹방 찍은 광주 최봉진

최봉진은 마지막 시간을 동료 골키퍼들과 보냈다. 그는 광주 출신 골키퍼들과 2박 3일 여행을 다녀온 후 입대했다. 마지막 시간을 의리로 함께한 셈이다. 동료 골키퍼들도 최봉진과의 마지막 추억을 위해 기꺼이 여행에 함께했다. 맛있는 것 좋은 것 실컷 먹었을 최봉진이다.

그의 마지막 선택은 다름아닌 짜장면이었다. 군대에 가면 달콤한 것을 먹기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당 충전'을 한 셈이다. 사실 짜장면은 군인들이 상당히 선호하는 메뉴다. 현재 아산에 있는 선수들도 중국집을 자주 즐겨 찾는다. 아마 최봉진은 훈련소 침상 위에 누워서 한 번 쯤은 먹었던 짜장면을 상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별한 짜장면이 아니라면 맛은 대부분 어딜 가나 비슷하다. 하지만 그는 유독 맛있게 먹었다고. 육군훈련소까지 그를 배웅하러 나온 윤보상은 "사실 나는 '그냥 짜장면이구나'란 생각으로 먹었다. 다른 짜장면과 별 다를 바 없었다"면서 "그런데 (최)봉진이 형은 정말 맛있게 먹더라. 중국집에서 짜장면 '먹방'을 찍고 왔다"며 웃었다.

끝까지 먹다 간 인천 김도혁

가장 늦게 육군훈련소에 모습을 드러낸 인물은 김도혁이었다.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서도 그는 인천 팬을 위한 라이브 방송 등 팬 서비스를 잊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에게는 "핸드폰 배터리가 36% 남았으니 수료식 때 꼭 충전해서 갖다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입대를 눈 앞에 두고 있지만 쾌활한 모습은 여전했다.

그의 마지막 만찬은 삼겹살이었다. 그의 입소 길에는 부모님과 인천 구단 관계자가 동행했다. 입대하기 전 위장에 기름칠을 제대로 했다. 든든히 삼겹살로 배를 채운 그는 나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입소 10분 전 육군훈련소에 도착했다. 롱패딩을 입고 왼쪽 가슴에 붙어있는 인천 엠블럼에 키스 세리머니까지 하는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의 마지막 먹거리는 삼겹살이 아니었다. 어머니를 꼭 껴안고 뽀뽀를 한 김도혁은 한 손에 커피, 다른 손에는 초코파이를 들고 있었다. 시간이 다 되어 "입영 장정은 빠르게 입소하라"는 방송이 나오자 그는 "마지막으로 이건 먹고 가야겠다"면서 초코파이를 한 입에 넣고는 환송 나온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입영 장정들 사이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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