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컵,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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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K리그는 끝났지만 축구는 끝나지 않았다. 지난 2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는 부천FC1995와 FC안양이 컵대회에서 격돌했다. 고정운 감독의 시험대에 오른 브루노와 정재희의 골에 힘입어 안양이 부천을 2-0으로 잡고 ‘경기컵’ 결승에 진출했다. 같은 시각 열린 수원FC와 포천시민축구단의 경기에서는 포천이 수원FC를 1-0으로 잡았다.

12월 초 단기간에 열리는 컵대회는 낯설다. K리그 챌린지에 속한 팀으로서는 더욱 그렇다. 일정 탓에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경기컵 대회를 반기는 목소리가 더 컸다. 감독들은 새로운 선수들을 테스트할 수 있었다. 시민 구단으로서는 적지 않은 상금도 걸려 있었다. 대학 선수들을 비롯해 프로 구단에 입단하려는 선수들에게는 자신의 플레이를 펼칠 기회의 장이 됐다. 경기컵이 열리는 경기도는 과연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까.

공식경기 데뷔전을 치른 FC안양 고정운 감독 ⓒ 스포츠니어스

“선수들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경기컵 대회로 공식 데뷔전을 승리로 시작한 고정운 감독은 경기 후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고 감독은 이날 경기에 대해 “일단 우리 선수들이 어떤 축구를 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축구도 중요하지만 선수들한테 맞는 축구가 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이날 고 감독이 집중적으로 살펴본 선수는 외국인 신분으로 안양의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한 브루노 엔리케라는 선수다. 브루노는 전반 4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도 기록했다. 채광훈의 프리킥을 한상진이 막아냈지만 공이 흘렀다. 브루노는 이 공을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했다. 고정운 감독에게 마무리 능력을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고정운 감독의 평가는 냉혹했다. 고 감독은 “조금 미흡한 것 같다. 공중볼이나 제공권도 약했다”라고 평가하면서 “K리그 공격수라면 더 많은 움직임과 몸싸움이 필요하다. 브루노는 소극적이었다”라고 전했다. 고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체력이었다. 90분 동안 뛸 수 있는 체력이 갖춰져 있는지부터 봤다. 브루노는 80분이 지나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고정운 감독은 “비시즌이니까 체력적인 부분은 판단하기 어렵다”라면서도 “경기컵이 선수들 파악에 도움이 됐다”라고 전했다. 그래서 브루노에 대한 평가를 상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고 감독은 “부천에서 테스트받는 선수들이 더 좋은 것 같다”라며 솔직한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경기컵은 프로에서 뛰는 팀들 간의 경기다. 고 감독은 ‘그마만큼’ “테스트받는 선수들의 역량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기컵은 우리에게 매우 고마운 대회다. 이런 대회를 통해서 실질적으로 선수들을 평가할 수 있다”라면서 “원래 테스트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면 대학팀과 경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대 팀도 수준이 높으니 더 많은 부분을 체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부천 정갑석 감독도 선수들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컵의 장점을 꼽았다. 특히 부천은 어린 선수들 육성을 구단의 방향성으로 정했다. K리그는 외국인 선수들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22세 이하 선수들의 활용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정 감독은 경기컵을 통해 어린 선수들을 매의 눈으로 테스트할 기회를 잡았다. 정 감독은 이날 부천에서 뛴 선수들에 대해 “긍정적인 선수들이 있다. 구단과 회의를 통해서 선수선발에 긍정적으로 평가할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부천FC1995 정갑석 감독 ⓒ 스포츠니어스

선수들에게도 기회 되는 경기컵

특히 부천 정갑석 감독은 이날 부천 미드필드에서 활약했던 A 선수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 감독은 그 선수에 대해 “패스, 위치선정을 보니 가능성이 있다”라며 칭찬했다. A 선수를 지도한 한 대학 감독에 의하면 “요즘 선수들 취업이 어려운데 그 친구는 많은 곳에서 알아보려고 하더라. 부천 말고도 탐내는 구단들이 많다”라고 전했다.

선수들에게도 기회의 장이 열린 셈이다. 입단 테스트를 받는 선수들은 경기컵을 통해 K리그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구단에서 직접 뛰는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팀 성향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열렸고 프로의 수준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프로 축구를 꿈꾸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팬들의 마음도 흔들 수 있는 기회였다.

경기컵은 공개된 대회였다. 대회가 아닌 이상 프로 구단들이 직접 대결하며 선수를 테스트하기 쉽지 않다. 하물며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팬들은 이적 뉴스나 루머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장에는 직접 경기를 관전하며 응원하는 부천과 안양 팬들이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안양 팬들은 “프리시즌에 열리는 대회다. 입단 테스트를 받는 선수들도 궁금하고 감독도 바뀌었기 때문에 전술도 궁금해서 친구와 같이 왔다”라며 12월 추운 날씨에 경기장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이미 테스트를 받는 선수들의 정보 파악이 어느 정도 끝난 상태였다. 팬들은 “U리그도 챙겨보는 편이다. 골키퍼로 나온 정민기는 중앙대 선수다”라고 전하면서 “우리 생각보다 테스트받는 선수가 많다. 공식적인 보도자료도 나오겠지만 구단이 어떤 선수들에게 접촉 중인지 직접 알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라면서 경기컵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2월의 추위도 이들을 막지는 못했다.

이들은 90분 내내 경기를 보면서 “브루노 신장이면 공격 옵션이 늘어나겠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팀이 실점 위기에 처했을 때는 “저거 막으면 계약이다”라며 대회를 한껏 즐기고 있었다. 이들은 “팬들이 경기장에 와 봐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히면서 “작은 대회지만 선수들도 테스트를 받는 입장이니 자신을 어필하고 싶어할 것이다. 타이틀도 따면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며 경기컵에 대한 인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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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일정은 고민거리

대회 상금은 경기컵에 참여하는 팀들의 동기부여를 만들어줬다. 고정운 감독은 “처음엔 대회 자체에 큰 의미는 안 뒀다. 선수들 평가에 초점을 맞췄었다”라고 전하면서 “나도 승부 근성이 있는 사람이다. 운동장에 오니까 생각이 바뀌더라. 이왕 경기하는 거 내년 시즌에도 좋은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우승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라며 우승컵에 대한 열망을 밝혔다.

그냥 이름뿐인 타이틀이 아니다. 경기컵에는 일정 금액의 상금이 걸려있다. 안양은 1차 토너먼트 진출만으로도 일정 금액의 상금을 받았다. 시민구단으로서는 우승컵을 노릴 목적과 이유가 선명해진 셈이다. 내년 시즌을 위해 더 높은 경기 수준으로 선수들을 테스트할 수 있고 상금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일정이 문제였다. 원래 경기컵에는 성남FC와 안산 그리너스도 참여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결국 안양, 부천, 수원FC, 포천시민축구단 네 개의 팀만 참여하기로 했다. 정갑석 감독은 “대회 취지는 굉장히 좋다. 선수들에게 기회도 줄 수 있고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라며 경기컵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한편으로는 “시즌이 끝난 후 열리다 보니 선수들 피로도가 걱정됐다. 일정이나 기간은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경기컵에 참여하는 팀으로서는 12월 일정이 애매하다는 해석이다. 참여하는 팀들로서는 선수단 구성과 동계훈련까지 모두 마친 뒤 K리그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마지막 점검을 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12월 초로 경기 일정이 잡힌 배경에는 경기도 체육회의 예산 집행이 문제가 됐다. 대회 관계자는 “경기도 체육회에서 올해 예산안을 정리하면서 대회를 빨리 열고 싶어 했다. 구단들은 2월에 했으면 했지만 회계 문제로 12월에 열리게 됐다”라고 전했다.

경기컵, 가능성이 더 많은 대회

경기컵은 작은 대회다. 성남과 안산이 불참을 결정하면서 한 번 이기면 결승전에서 우승컵을 놓고 격돌할 수 있는 대회로 열렸다. 경기컵은 시민프로축구단협의회와 경기도 체육회에 의해 성사됐다. 경기도 체육회의 예산, 시민 구단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대회의 지속성은 걱정거리로 남아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는 더 좋은 대회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특히 어린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들을 평가할 수 있는 장이 됐다는 점이 긍정적일 수 있다. 경기컵에는 대학 지도자들과 스카우트들도 여럿 참여했다. 각 팀의 유니폼을 입고 뛰는 제자들을 보며 스승도 발을 동동 굴렀다. 대학 축구 관계자들은 “선수들의 프로 진출이 매우 어려워졌다”라고 전했다. 경기컵이 지도자와 선수들에게 기회의 장이 되면서 이들의 고민을 한시름 덜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구단 측에서도 “어린 선수 영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이른 시점에 계약이 성사되면 어린 선수들의 팀 적응도 그만큼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공정한 기회의 장이 마련된다는 것 자체가 귀하다는 평가다. 경기컵이 열렸던 이 날 천안에서는 한 에이전트가 팀을 구하는 선수들에게 참가비를 40만 원 씩 받으며 공개 테스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 테스트 현장에는 J리그 관계자도 아닌 일본 하위 리그 스카우트 3~4명이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컵은 이런 선수들의 피해 사례를 줄일 수 있고 공개 테스트의 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타이틀과 상금은 덤이다. 주로 K리그 챌린지에서 활약하는 시민구단들은 우승 타이틀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FA컵이라는 꿈의 무대가 있지만 우승컵을 들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작은 대회로 시작했기에 더 큰 규모로 확대되거나 권위가 높아질 수도 있다. 우승컵과 트로피는 구단의 자산이 되고 선수들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

intaekd@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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