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축구 진단③] “지도사 자격증? 1년짜리 단기 계약 위한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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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신문로 대한축구협회 앞에는 약 300여 명의 초·중·고등학교 지도자들이 모였다. 그들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고 행진까지 했다. ‘학원축구 위기극복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모인 이들은 협회가 현장과 소통해 학원축구를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포츠니어스>에서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학원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지하게 논의해 보고자 한다. 학원축구의 위기에 대해 심층 진단한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 | 축구회관=홍인택 기자] 학원 축구 지도자들이 대거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현재 대부분의 학원 축구 지도자들은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에서 발급받은 지도자 자격증과 교원 자격증이 있지만 학교 측은 법 시행을 근거로 지도자들과 계약을 종료하고 있다. 2014년 10월 28일 개정되고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학교체육 진흥법 시행령 제3조에 의해 국민체육진흥법에 명시된 체육지도자 자격증(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소지한 체육지도자만이 학교 운동부를 지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축구회관으로 모인 학원 축구 지도자들은 이와 같은 법 시행에 반발하고 있다. 집회에 참여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측은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두 배 이상으로 든다. 불합리하다”라는 점을 꼬집었다. 비대위 측은 “스포츠지도사 자격증 취득의 벽이 높다. 사실상 학생들을 지도하며 취득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협회 자격증과 스포츠지도사 자격증, 무엇이 다른가

협회는 축구 지도자들에게 AFC 아시아축구연맹 기준의 코치 연수를 제공하고 이론, 실기, 태도 등을 종합해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협회 지도자 교육규정에는 지도자의 등급과 지도대상을 AFC D급부터 P급으로 나누고 골키퍼와 풋살 레벨까지 상세하게 나눠 등급별로 자격 부여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한편 문체부에서 발급하는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의 경우 취득 조건이 까다롭다. 2급 전문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가장 낮은 관문은 4년제 대학에서 체육 관련 학과를 이수하고 필기와 실기, 구술 면접과 더불어 90시간의 연수를 받는 과정이다. 필기 과목에는 스포츠심리학, 운동생리학, 스포츠사회학, 운동역학, 스포츠교육학, 스포츠윤리학, 한국체육사 총 7과목이 있다. 이 중 5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봐야 한다. 고등학생 때 부상 등으로 대학 진학에 실패하거나 2년제 대학에 진학한 선수들은 자격증을 취득할 수 없다. 물론 1급 자격증의 문턱은 훨씬 더 높다.

스포츠지도사 자격증 취득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현재 학생들을 지도하는 지도자들이다. 지도자들은 “협회에서 발급하는 자격증과 교원 자격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상황에서 사실상 해당 자격증을 준비하기 녹록지 않다”는 현실을 전했다.

서울 양강초등학교 이용일(34) 감독은 “자격증 취득을 위해 최소한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자격증 취득에 매달리면 좋은 선수들을 스카우트하거나 아이들을 지도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필기시험의 경우 석사들도 풀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라고 전했다. 서울 중앙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 허화무(49) 감독은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따로 시험을 준비하기 쉽지 않다. 임용고시와 똑같다고 보면 된다. 책상에만 앉아있는 친구들도 임용고시 합격하기 어렵지 않나”라면서 “필기를 면제받으려면 대표팀 경력이나 프로 경력이 필요하다. 해당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나”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학원 축구 지도자들은 한목소리로 “필기는 너무 어렵다. 구술 면접의 경우는 협회 지도자 연수 때 받은 내용으로 시험을 본다. 이미 전문성이 짙은 축구 자격증을 땄는데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른 지도사 자격증이 없으면 학교를 떠나야 한다”면서 “협회 자격증과 교원자격증보다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이 중요한가. 오히려 축구 자격증이 없어도 건강운동관리사나 노인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이 있으면 학교에 남아있을 수 있다”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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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지도사 자격증만 있으면 되나?

스포츠지도사 자격증 또는 경기지도자 자격증의 도입 취지 자체는 순수했다. 국민대 체육학부 이대택 교수는 “최소한 양식 수준에 맞는 지도자 자격을 국가가 부여하고자 만든 제도다. 축구를 포함한 모든 종목에서 어느 정도의 교양적인 지식이나 경험, 실제적 응용력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목적이 있었다. 큰 틀에서 종목에 상관없이 만든 자격증이다”라면서 “자격증이 없을 땐 신뢰성이 부족한 민간 자격증이 발생하고 장사로 변모하는 측면이 있었다. 자격증의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약간의 강제력을 준 거다. 최소한 공공영역에서는 해당 자격증을 요구하기로 약속한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학원 축구 지도자들에게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이 필요한 이유는 학교와의 계약을 위해서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지도자가 학교에서 일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전체 축구 지도자 중 40%는 올해 12월까지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하면 학교와 계약이 해지된다. 협회에 등록된 초·중·고 학원팀은 총 419팀이다. 학교당 지도자가 한 명뿐이라고 해도 약 167.6명이 실직 위기에 처해있다. 스포츠지도사 자격증만 취득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현장 지도자들은 “협회에서 발급하는 자격증까지 있어야 제대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학원 축구 지도자들이 ‘이중 부담’을 토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용일 감독은 “학교와의 계약은 지도사 자격증만 따면 된다. 그러나 지도자도 축구장에 있어야 하지 않나. 대회에 출전해 벤치에서 학생들을 감독해야 하는데 이 벤치에 앉는 데 필요한 것이 협회 발급 자격증”이라고 전했다. 

결국 두 자격증이 모두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자격증과 대회를 주관하는 협회에서 요구하는 자격증이 이분화되어있다. “시간과 노력이 두 배 이상으로 들어간다”라는 비대위 측 주장의 근거는 이와 같은 제도적 허점에 있었다.

정종선 한국고교축구연맹 회장은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이 없는 지도자들은 다 잘린다. 감독이 없으면 학교 팀이 없어진다. 학교 축구부가 없어지면 다 클럽으로 간다. 대신 클럽은 축구장 사용이 불편하다. 결국 부모님들의 경제 부담이 늘어난다”라면서 “학원 축구를 위한 제도가 없다. 지도자도 힘들지만 학부모님들이 힘들면 부담은 아이들한테 가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이대택 교수는 이중으로 부담되는 자격증 제도에 대해 “시쳇말로 쫑난 것”이라고 전하며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의 본래 취지와 효용성이 현장의 지도자 자격증과 상충하는 문제”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법적 제도가 현장에 적용되면서 주요 스포츠 분야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 문체부와 축구협회, 체육계까지 이 자격증이 지도자들에게 필요한지, 아니면 상호 보완해야 할지 논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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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의 시작, 협회의 불통 행정

학원 축구 지도자들은 협회의 불통을 지적하고 소통을 요구했다. 이중 부담으로 다가오는 지도자 자격증 문제의 실체는 협회의 일방적인 행정 처리에 있었다.

문제가 된 학교체육 진흥법 시행령의 개정은 2014년에 이루어졌다. 법 개정이 가능한 기관은 문체부와 교육부다. 정종선 회장은 “문체부와 교육부는 정책을 결정할 때 독단적으로 하지 않는다. 협회와 조율을 한다”라면서 “황보관 (전)국장이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황보 국장이 ‘축구는 잘 하고 있다’라며 입법안대로 하겠다고 얘길 한 거다”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랑 협상도 없이, 현장 목소리도 듣지 않고 추진 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법안에 교육부의 압력이 있었다고 해석했다. 허화무 감독은 “경기지도자 자격증을 따게 한 이유가 있다”라고 운을 띄웠다. 허 감독은 “교원 자격증이 있는 이상 학교는 무기계약직이다.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학교에서 지도자들을 함부로 할 수가 없다”라면서 “경기지도자 자격증을 따는 순간 1년 계약이 이루어진다. 감독이 잘못하지 않아도 학교에서 계약하지 않겠다고 하면 감독들은 어쩔 수 없다. 대한민국 체육 지도자들은 1년짜리 단기 계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고 밝혔다.

허 감독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학교와 교육부 차원에서 스포츠 지도자의 임금을 아끼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도입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종선 회장의 말까지 더하면 황보관 현 기술교육실장은 교육부와의 면담 당시 입법안의 제도적 허점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학원 축구 지도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법안에 녹여내지 못했다는 것이 된다. 학원 축구 지도자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달라. 불통 행정 규탄한다”라며 애원한 근거가 될 수 있다.

현장에서 입법기관으로의 소통뿐만 아니라 역방향의 소통도 불통으로 이어졌다. 2015년에 시행된 법이 이제 와서야 수면 위로 떠 오르는 이유다. 이용일 감독은 “해당 제도는 2년 동안 공고해줬다”라며 상위기관의 공고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라고만 했지 교원 자격증까지 무효가 된다는 점은 사전 예고가 없었다”라면서 “학생들을 수십 년 동안 지도하신 분들도 교원 자격증만 믿고 있다가 하루아침에 쫓겨나신 분이 많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일도 어렵다”라고 전했다.

한편 문체부와 교육부 측의 법 개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대택 교수는 “문체부로서는 특정 종목에 어드밴티지를 부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다”라고 전하면서 “한 종목의 편의를 들어주면 다른 수십 개의 종목에서도 요구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이 문제를 문체부가 그냥 흘려들어선 안 될 것 같다. 큰 제도 때문에 작은 문제를 내버려 둔다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라며 “당장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대신 꾸준히 축구협회와 문체부, 교육부가 만나고 고민하면서 개정안을 내놓는 액션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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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하는 두 자격증, 대책은?

이 교수는 “두 자격증이 매우 이질적인 자격증이라면 현장 지도자들이 모두 취득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중복되는 측면이 있다면 보완하는 방법들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비대위 측은 “구술 면접에서 이미 협회 연수 때 배운 내용을 묻는다”라고 전했다.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던 허화무 감독은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방법이 있는데 시간이 다 지나버렸다”라며 “대안이 없다”라는 자조 섞인 말을 꺼냈다. 허 감독은 “법이 시행된 시점에서 후배들이나 제자들은 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따는 수밖에 없다. 애로사항이 많다. 해결해야 할 일은 많은데 해결된 부분은 없다”라고 전했다.

이용일 감독 또한 “이미 법이 시행돼서 법을 없앨 수는 없다는 얘길 들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는 한가지 대책을 제시했다. “협회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 보조 코치로 3년 계약을 법적으로 가능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현장 경험 3년으로 필기시험을 면제할 수 있다면 이론이든 실기든 시험을 보겠다는 거다. 그렇게 정책적으로 완화만 해줘도 숨은 쉴 수 있다”라고 전했다. 협회 자격증이 스포츠지도사 자격증 취득의 문턱을 낮출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법 개정은 이미 오래전에 이루어졌다. 홍명보 전무는 집회 현장에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머리를 맞대고 학원 축구 지도자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이번 달 초에 내정된 홍 전무는 어느 정도 방향을 알고 있었다. 그는 “협회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교육부, 문체부와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홍 전무는 비대위 측에 “교육부와 면담 일정을 잡았다”고 전했다. 그에게 남겨진 과제는 현장 지도자들이 느끼는 고충의 깊이를 파악하는 일이다. 제도적 허점과 불합리함을 파악하고 대책을 문체부와 교육부에 제시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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