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운 해설위원은 FC안양 감독으로 부임했다. ⓒFC안양

[스포츠니어스 | 상주=김현회 기자] 한 시즌 K리그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는 경기에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경험한 또 한 명이 있었다. 바로 SPOTV 고정운 해설위원이었다.

26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벌어진 KEB 하나은행 2017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상주상무와 부산아이파크의 2차전 경기가 고정운 해설위원의 마지막 중계였다. 고정운 해설위원은 내년 시즌부터 FC안양 감독직을 맡게 돼 3년간 정든 마이크를 놓게 됐다.

고정운 해설위원은 마지막 경기 해설을 마친 뒤 밝게 웃었다. “저한테도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그라운드 안에서 봤던 것과 해설을 하면서 밖에서 본 건 많이 다르더라고요. 그마만큼 지도자 생활을 하는데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015년 처음 SPOTV 해설위원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모든 게 어색했다. 시청자 역시 다소 어눌한 그의 해설을 불편하게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구수한 고정운 해설위원의 말을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면서 별명도 생겼다. ‘고든요’다. 말 끝에 유독 “~거든요”라는 말을 쓰기 때문이다. 고정운 해설위원은 별명 이야기를 하자 껄껄 웃었다. “‘고든요’라는 별명은 저도 좋아하‘고든요’. 저를 그마만큼 친근하게 받아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제 해설을 싫다고 하신 분들도 다 관심의 표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든요’라는 별명 감사합니다.”

고정운 해설위원에게 이날 경기는 유독 더 특별했다. 마지막 해설이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이 팀 중 한 팀은 내년 시즌 K리그 챌린지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정운 해설위원은 만감이 교차한다고 했다. “어느 팀이 올라가고 어느 팀이 남아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해요. 결국 부산이 내년 시즌 우리와 경쟁하게 됐는데 쉽지는 않은 상대입니다. 상주였어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누가 남아주길 바란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

고정운 해설위원은 다시 지도자로 돌아간다. 2011년 풍생고등학교 감독을 그만둔 뒤 오랜 만에 현장에 복귀할 예정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3년 간의 해설위원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는 이 마지막 경기가 지금껏 3년간 해설했던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매 경기 다 인상적이었지만 오늘 경기를 통해 프로는 1위가 아니면 역사에 남지 못한다는 교훈을 얻게 됐습니다. 우리 선수들도 이 경기를 보고 느낀 게 많았으면 좋겠어요.” 아직 안양 선수단과 함께 호흡을 맞추지 못했던 그는 이 경기를 끝으로 해설을 마감한 뒤 안양 감독으로서의 일을 시작하게 됐다.

고정운 해설위원은 마지막 해설을 마친 뒤 시청자들에게 이런 작별 인사를 전했다. “제 해설에 호불호가 갈린다는 걸 저도 잘 알아요. 하지만 이제 감독으로 돌아가 경기력으로 보여줘야 하는 거고든요. 안양 감독으로 좋은 경기력을 선보여서 제가 해설을 할 때 저를 싫어했던 분들의 마음까지도 돌려놓고 싶습니다.” 그는 경기 종료 후 약속을 잡았는데 경기가 승부차기까지 이어져 약속장소로 빨리 가야한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휴대전화를 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느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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