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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인천=홍인택 기자] 심서연이 이천대교를 떠나는 심정을 밝혔다.

25일 인천남동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린 2017 WK리그 올스타전에서 심서연은 후반 중앙 수비수로 출전했다. 경기는 장슬기와 권하늘의 골로 2-2 무승부로 끝난 뒤 WK리그 올스타가 승부차기에서 4-2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만난 심서연은 "많이 힘들었다. 비를 너무 많이 맞았다"면서 "경기를 좀 쉬다가 나온 상태여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도 그나마 경기다운 경기를 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라며 짧게 소감을 밝혔다.

심서연이 투입된 후반전 양상은 전반전과 사뭇 달랐다. 전반전에는 친선 경기였다면 후반전에는 한일전다운 치열한 경기 양상이 펼쳐졌다. 이에 심서연도 "그렇다. 후반전에 좀 진지하게 한 것 같다. 승부를 냈으면 좋았을 텐데 마지막에 갑자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승부차기까지 갔다"고 전했다.

심서연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이천대교를 떠난다. 이천대교 여자축구단이 해체를 결정하면서 어쩔 수 없이 팀을 떠나게 됐다. 이천대교는 마지막 시즌을 정규리그 2위로 마무리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화천KSPO에 패배하면서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했다. 심서연은 "다사다난했다"며 시즌을 돌아봤다.

그녀는 "개인적으로는 부상 후유증이 길었다. 시즌 초반에는 경기를 많이 못 뛰었다. 준비를 잘 해서 여름부터 경기에 나섰고 잘 뛰었는데 팀 해체 소식이 터졌다"며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팀의 해체 소식이 들렸을 당시 이천대교는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오히려 이천대교 선수들은 그들에게 닥쳐온 역경을 극복하려 노력했다.

심서연은 "선수들끼리 뭔가 해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오히려 해체 소식을 듣고 나서 팀이 더 강해졌다"면서 "어차피 팀이 없어지면서 헤어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많이 뭉쳤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녀는 이어 "그래도 해보자는 마음이 컸는데… 아무래도 준비가 좀 부족했던 것 같다.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왔어야 했다.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다운 경기를 못 했던 것 때문에 무너졌던 것 같다"며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남겼다.

심서연이 뛰었던 이천은 심서연의 고향이다. 대교 여자 축구단이 고양에 있었을 때 입단했지만 2015년 팀이 이천에 둥지를 틀었다. 고향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길 원했던 심서연은 2015 동아시안컵 중국과의 1차전에서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다. 이후 잔 부상에 시달린 심서연은 올여름 다시 고향 땅의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러나 결국 팀이 해체를 결정했다. 기구한 운명이었다.

심서연은 "음…"이라며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녀는 "어쨌든 팀이 없어지니까. 그래도 저는 대교에서 은퇴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기 때문에 계속 있으려고 했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이어 "팀이 없어져서 저도 옮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인천현대제철 최인철 감독님께서 저를 불러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많이 배우려고 한다"라며 향후 거취를 전했다.

심서연은 새 팀이 될 인천현대제철에 대해 "어쨌든 1위 팀이고 한국에서 최고의 팀이기 때문에 많은 걸 배울 것이다"면서 "저도 이제 나이를 많이 먹어서"라며 잠깐 분위기를 환기시킨 뒤 "좋게 마무리 하고싶어서 최고의 팀에 오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심서연은 그나마 인천현대제철로 팀을 옮기며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같은 팀 다른 동료들도 뿔뿔이 흩어져 저마다 새로운 팀을 찾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은퇴하게 되는 선수들에 대한 걱정도 컸다. 그녀는 "리저브 선수들, 후배들이 많이 못 갈까 봐 그게 제일 걱정이었다"며 아직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하거나 어쩔 수 없이 은퇴의 길을 선택하게 될 선수들을 걱정했다.

소속팀이 고향에 자리 잡았지만 그 소속팀이 해체를 결정하면서 또 고향을 떠나게 된 한국 여자축구의 주장. 그녀의 새로운 축구 인생도 다시 시작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밝은 성격으로 환하게 웃는 그녀를 보냈다. 내년에는 큰 부상 없이 인천현대제철의 붙박이 주전으로 나서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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