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라운드 빌바오전에 환호하는 라스 팔마스 선수와 팬들. 이후 두 두 달간 이 모습을 못 볼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프리메라리가 홈페이지

현재 스페인 발렌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배시온 기자는 스포츠니어스 독자 여러분들께 스페인 축구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전달해 드립니다. 세계 3대 프로축구 리그로 손꼽히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그리고 축구 없이 못사는 스페인 사람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스포츠니어스 | 발렌시아=배시온 기자] 축구 경기를 할 때 부담스러운 원정팀은 어디일까? 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이 일방적인 응원을 펼치는 곳, 막강한 실력을 보유한 곳도 있지만 이동 거리가 긴 팀 역시 이에 속한다. 장시간 이동을 해야 하는 원정팀이라면 상대의 실력에 상관없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기력을 뒷받침하는 선수들의 컨디션과 체력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스페인보다 아프리카 대륙에 가까이 있는 클럽 라스 팔마스ⓒ구글 지도 캡쳐

이동거리 3시간, 극강의 원정팀 라스 팔마스

반대로 말하면 이런 원정팀은 홈일 때 극강의 경기력을 보여준다. 긴 이동에 지친 상대팀과 달리 충분한 휴식과 훈련의 균형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UD 라스 팔마스는 이런 이유로 '지옥의 원정'이란 수식어가 붙곤 한다. 워낙 영토가 넓은 스페인에서 북부-남부의 이동으로도 지치는데 라스 팔마스는 섬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참 멀리 떨어져있다. 오히려 아프리카 대륙에 가까운 위치다.

라스 팔마스는 카나리아 제도 최대 도시인 라스 팔마스를 연고로 한다. 가장 가깝다고 하는 안달루시아 지방 세비야에서도 비행기로 2시간 정도.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에서는 3시간이 걸리는 위치다. 심지어 스페인 북부 갈리시아 지방인 비고에서 라스 팔마스로 가는 일반적인 항공편엔 직항이 없다. 약 1,668,00km가 걸리는 거리를 4시간, 5시간에 걸쳐 가야한다. 갈리시아를 연고로 하는 셀타 비고와 데포르티보 라코루냐 역시 쉽지 않은 원정팀이지만, 이들에게 라스 팔마스는 골치 아픈 상대가 아닐 수 없다.

2015-2016시즌 프리메라리가로 승격한 라스 팔마스에게 지난 시즌까진 이런 지리적 이점이 존재했다. 승격 첫 시즌엔 승점 44점(12승8무18패)로 11위, 2016-2017시즌엔 승점39점(10승9무19패) 14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특히 지난 시즌 라스 팔마스의 10번의 승리 중 무려 9번이 홈에서의 승리였다. 19번의 홈 경기에서 라스 팔마스는 9승6무4패라는 호성적을 기록했다. 4번의 패배는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세비야와 레알 소시에다드로 중, 상위권 팀들에게 당한 것이었다. 반대로 라스 팔마스가 원정을 떠날 때는 힘든 경기를 치러야 했다. 그럼에도 홈에서 극강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라스 팔마스는 중위권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원정 지옥'이 사라졌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예외일 것 같은 행보다. 12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라스 팔마스의 순위는 20위로 꼴찌다. 2승0무10패로 승점을 6점밖에 쌓지 못한 채 추락했다. 3, 4라운드에서 말라가와 빌바오에 2연승 후 5라운드부터 12라운드까지 무참히 패하고 있다. 강했던 홈에선 1번밖에 승리하지 못했다. 8라운드에선 원정 부담이 심했을 셀타 비고에게 5골이나 내주며 2-5로 패했다. 이번 시즌은 지옥의 원정이란 수식어가 맞지 않는듯 보인다. 상대에게 여전히 부담스러운 이동 거리이지만 작년까지 보여줬던 공격적인 모습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스페인보다 아프리카 대륙에 가까이 있는 클럽 라스 팔마스ⓒ구글 지도 캡쳐

라스 팔마스는 공격적인 특징이 강했던 팀이다. 지난 시즌 총 53골을 넣으며 득점으로만 놓고 보면 라스 팔마스보다 높은 순위에 있던 몇몇 팀들보다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라스 팔마스로 이적하면서 부활했던 케빈 프린스 보아텡의 역할이 컸다. 보아텡은 28경기에 출전해 10골4도움을 기록하며 본인에게도, 팀에게도 성공적인 한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17-18시즌을 시작하며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로 이적했고 핵심 선수였던 보아텡의 공백을 채우기엔 아직 다른 선수들의 손발이 맞지 않아 보인다. 이번 시즌 이적한 로익 레미가 4골을 넣으며 팀 8득점 중 반을 책임졌다. 지난 시즌 보아텡처럼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지켜봐야 할 일이다. 선수층이 얇아 레미 혼자 득점을 책임지기엔 버겁다. 지난 시즌의 화력은 어디에도 없고 무득점 경기만 늘어나고 있다.

또한 시즌 6경기만에 감독이 교체됐다. 지난 시즌 막바지 발렌시아를 책임졌던 파코 아예스테란 감독이 라스 팔마스에 선임되며 변화를 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지휘봉을 잡은 6경기 동안 계속 패하며 부진의 모습만 이어가고 있다.

프리메라리가엔 라스 팔마스만이 줄 수 있는 변수가 있다. 홈에서 강팀들과 예상치 못한 경기를 만들며 팀 간의 실력차가 큰 라리가에서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었다. 다시 이런 원정팀의 묘미가 살아나기 위해, 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라스 팔마스는 부진의 늪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할 것이다.

si.onoff@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