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탄이 수원을 떠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수원 삼성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2016년 1월 18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은 2016년 제1차 이사회를 열고 K리그 순위 결정 방식을 변경했다. 승점에 이어 골 득실차를 우선하던 순위 결정 방식에서 승점이 같으면 득점이 많은 팀이 순위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연맹 측은 "수비 지향적인 축구를 한다는 일각의 의견도 있고 해서 공격적인 축구를 유도하고자 이런 제도를 신설하게 됐다"며 다득점 우선 원칙 제도 도입의 배경을 설명했다. 눈높이가 높아진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골이 많이 필요하다"라는 다소 안일한 판단 근거가 원인이 됐다. 그 이전까지 각종 매체는 '승리 지상주의'라는 단어로 K리그에 불었던 수비 축구에 일침을 놨다. 당시 연맹은 언론의 비판을 받아들이고 "공격축구를 유도하기 위해", "K리그의 질을 끌어올리고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해"라는 근거로 해당 제도를 채택했다.

다득점 우선 원칙 제도가 채택된 후 두 시즌이 지났다. 2017년 K리그 클래식 12개 팀 평균 득점은 52.17골로 작년보다 약 한 골이 증가했다. 반면 2017년 K리그 챌린지 10개 팀의 평균 득점은 45.4골로 작년 11개 팀이 기록한 평균 48골보다 약 세 골이 줄었다. 다득점 우선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던 2015년 K리그 챌린지 11개 팀의 평균 득점은 53.9골이었다. 점점 줄고 있다.

다득점 우선 원칙 제도 적용의 의도는 공격축구를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K리그 클래식만 따져본다면 꾸준히 평균 득점이 늘어나고 있으므로 어느 정도 정당성은 지켜지는 셈이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에서 다득점보다도 중요한 가치는 승리다. 승점 3점이다. 각 팀의 서포터스가 근본적으로 원하는 것은 "다른 팀보다 '우리 팀'이 순위표에서 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득점 보다 생존이 중요하다 ⓒ 인천유나이티드

다득점 우선 원칙의 허상, 다득점은 성적과 상관없다

연맹 이사회는 득점을 많이 하는 팀을 더 가치있는 팀으로 규정했다. 다득점 우선 원칙에 의하면 득점을 많이 한 팀이 더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올해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의 순위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다득점 우선 원칙은 성적과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오히려 골을 넣지 못하더라도 수비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수행했던 팀들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K리그 클래식/챌린지를 통틀어 가장 적은 골인 32골을 기록했다. 광주와 더불어 12개 팀 중 경기당 한 골도 못 넣은 팀이다. 그러나 인천은 9위를 기록하며 K리그 클래식에서 살아남았다. 인천팬들은 인천이 거둔 성과에 기뻐했다. 인천의 서포터스는 매 경기 "할 수 있어, 인천"을 외쳤다. 인천은 골은 못 넣었지만 하위 세 팀보다 더 적은 실점을 기록했다. 인천, 상주 상무와 함께 생존 경쟁을 펼쳤던 전남 드래곤즈는 올 시즌 53골이나 넣었지만 69실점을 기록했다. 전남은 인천과 상무가 무승부를 거뒀을 경우 승강 플레이오프에 갈 수도 있었다.

울산 현대는 골보다도 실점이 더 많았다. K리그 클래식 상위 여섯 개 팀 중 가장 적은 득점을 기록했다. 울산의 이번 시즌을 다득점 우선 원칙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할까. 울산은 한 점 차 승리를 거두며 시즌 초반 부진을 씻고 리그 선두권 경쟁에 뛰어들 수 있었다. 그러나 스플릿 라운드에 들어서면서 실점과 패배가 팀의 발목을 잡았다. 다섯 번의 경기에서 4연패를 기록하며 결국 4위를 기록해 리그 순위로는 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을 거머쥘 수 없었다. 네 번의 패배 중 세 번만 0-0 무승부를 거뒀다면 울산은 3위를 기록할 수도 있었다.

성남FC는 9위를 기록한 안산 그리너스보다 두 골이 더 많은 38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성남은 뒷문이 단단했다. 36번의 경기 동안 30골만 실점한 결과로 4위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던 성남 박경훈 감독은 팀의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가장 먼저 수비 안정화에 무게를 뒀다. 김동준은 K리그 챌린지에서 가장 많은 무실점 경기를 치렀다. 성남 바로 아래에 위치한 부천FC1995는 올 시즌 50골을 기록하며 성남보다 무려 12골을 더 넣었다. 반면 실점은 성남보다 16개가 더 많았다. 그 결과 성남은 승격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부천은 5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초반부터 중반까지 기복이 심했던 FC서울이 후반 7경기 무패를 달릴 수 있었던 이유도 황선홍 감독이 수비 안정화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발이 느린 곽태휘 대신 황현수를 기용했고 실수가 잦았던 유현 대신 양한빈을 골문 앞에 세웠다. 수비력을 갖춘 FC서울은 ACL 진출에 대한 꿈을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었다. 인상적인 수비력을 보여줬던 황현수는 김민재와 신인상 경쟁에 뛰어들었다. 시즌 중반부터 주전으로 도약해 훌륭한 활약을 펼친 양한빈은 조현우, 신화용과 최우수 골키퍼의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자리까지 올라섰다.

다득점 보다 생존이 중요하다 ⓒ 인천유나이티드

수비 고려 않는 제도, 한국 축구를 위해서도 옳지 않다

다득점 우선 원칙은 단순하다. 공격과 득점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격과 득점은 승리의 필수 요소다. 그래서 "승리 지상주의로 인해 수비축구를 한다"는 말은 이상하다. 공격과 득점이야말로 승리 지상주의를 그대로 나타내는 단어다. 수비는 패배를 막아낼 수 있는 요소다. 지지 않는 축구는 누군가에겐 지루한 축구, 야망 없는 축구가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사활이 걸려있는 축구가 될 수도 있다.

팀의 실점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얼마나 귀한가. 수원 삼성에서 뛰었던 마토의 별명 '통곡의 벽'은 그의 위엄을 그대로 나타냈다. FC서울의 오스마르가 사랑받는 이유는 수비지역에서의 빌드업 능력과 더불어 패스 길목을 긴 다리로 낚아채는 플레이에 있다. 올해 K리그 신인상은 전북 현대의 대형 수비수 김민재에게 돌아갔다. 김민재는 미디어 투표 결과 90.2%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신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한편 다득점 우선 원칙이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은 공격만을 추구하고 있는 느낌이다. 시즌 전 출사표를 던지는 감독들도 모자라 연맹 측에서 "공격하라"고 압박을 주는 모습이다. K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공격수는 전북이 다 끌어모으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공격 자원이 부족한 팀은 어떻게 해야 할까. 좁은 간격을 유지하는 두 줄 수비로 상대의 공격을 끊고 역습을 노려야 한다. 인천은 지난 18일 상주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그렇게 상주 골문에 두 골을 집어넣었다.

<스포츠니어스>는 한국 축구의 롤모델이 이란이어야 한다는 칼럼을 기재했다. 국내 미디어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 이란에는 '침대 축구'밖에 없었다. 침대 축구를 실현할 수 있었던 그들의 수비 능력은 외면했다. 그랬던 이란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수비를 외면하는 다득점 우선 원칙은 순위 결정 방식에서 뒤로 밀려나야 한다. 한국 축구는 수비부터 안정화가 되어야 한다. 대표팀 명단이 발표될 때마다 팬들이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지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팬들은 대표팀 명단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공격수들은 대체 자원을 언급한다. "○○○대신 ○○○를 뽑아야 한다"라고 한다. 수비수의 경우에는 "○○○는 빼야 한다"까지만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대체 자원으로 떠오르는 선수가 적다는 얘기다.

한국 축구는 이제 수비에 신경 써야 한다. 적어도 월드컵이라는 무대를 가장 중요한 지상과제로 여기고 사업으로 생각한다면 김민재보다 더 걸출한 수비수 육성에 신경 써야 한다. 골키퍼도 마찬가지다. 아스널 유스였던 보이지에흐 슈체츠니 골키퍼는 "이탈리아의 골키퍼 훈련 프로그램이 훌륭하다"라고 전했다. 이탈리아 축구는 오랜 시간 동안 '빗장 축구'로 전 세계에 자신들의 축구를 알렸다. 그래서 이탈리아에는 잔 루이지 부폰이라는 위대한 선수뿐만 아니라 골키퍼 코칭 시스템이라는 유산이 존재했다. 슈체츠니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 꿈과 같은 클럽이었던 아스널을 떠나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이미 아시아 무대에서는 한국 수비수와 골키퍼가 사랑받아 왔다. 대형 수비수들은 일본과 중국, 중동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2017년 J리그에서는 5명의 한국인 골키퍼가 1부 리그에서 뛰었다. 해외에서는 인정하고 있는 수비 자원들을 우리나라에서는 소홀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득점 보다 생존이 중요하다 ⓒ 인천유나이티드

수비지향 축구에 무슨 죄가 있나

K리그는 프로축구다. 프로의 세계에서 순위와 성적은 냉혹하게 적용된다. 가혹한 승부의 세계가 만들어내는 드라마에 희극만 있으리란 법은 없다. 누군가는 웃을 수 있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승리의 기쁨이 만들어내는 환호도, 패배의 눈물도 좋은 각본가의 손을 타면 명작이 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5대 희극과 함께 4대 비극도 썼다.

다득점 우선 원칙이 적용되기 이전, 흥행 부진을 겪고 있던 K리그에 던진 여론의 일침을 기억한다. "승리만을 위해 '텐 백' 축구를 한다", "승리 지상주의로 인해 골보다도 수비에 치중한다", "결국 골이 터지지 않아 재미없는 축구가 계속된다"라고 했다. 한 매체는 다득점 우선 원칙이 적용된 작년 중반 "순위 싸움이 치열해지며 지지 않는 축구를 한다"며 "공격축구가 유지되는 것이 절실하다"라고도 전했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골이 터지지 않아도 재미있는 경기는 많았다. 반면 실력 차가 많이 나 한 팀이 다른 팀을 일방적으로 꺾었던 경기에 싱거움을 느낄 때도 많았다. 골은 축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 중에 하나다.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팬들이 원하는 축구는 팬들의 숫자만큼이나 많다. 공격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아 보이지만 수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팬들도 있다. 중원에서 완벽한 호흡으로 패스를 이어가는 팀을 좋아하는 팬들도 있다. "팬들을 위해 공격 축구를 지향한다"라는 말은 팬들의 다양성을 뒤로 한 성급한 일반화에 불과하다. 숨 막히는 두 줄 수비에 탄탄한 뒷문을 지켜보는 팬들은 팀의 수비력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1-2 패배보다도 0-0 무승부를 기뻐하는 팬들이 더 많다. 수원은 후반 실점으로 다 잡은 경기를 놓칠 때가 많았다. 이 '세오 타임'을 해결한 후에야 팬들이 만족할 수 있었다. 작년에는 FA컵 타이틀을 손에 넣었고 올해에도 결국 순위를 끌어올려 ACL 티켓을 땄다.

오히려 K리그에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는 팀이 적다는 현실이 아쉬울 정도다. K리그 개막을 앞둔 감독들은 이구동성 '공격'을 외쳤다. 울산 김도훈 감독은 무실점 경기로 승점을 꾸준히 챙길 때도 "우린 수비 축구 안 한다"라고 말했다. K리그 팀들은 시즌 중반이 되어서야 실리 축구를 하기 시작한다. 공격에서 수비로 기어를 바꾸는 과정에도 잡음은 생긴다. 수비지향 축구에 무슨 죄가 있나. 공격축구를 지향하는 팀이 있으면 수비축구를 지향하는 팀도 있어야 한다.

다득점 보다 생존이 중요하다 ⓒ 인천유나이티드

'골득실'이거나 '승자승'이거나

다득점 우선 원칙은 허울만 남겼다.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던 현장 지도자들의 예상이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대구는 실점을 줄이고 착실하게 득점하며 하위 팀들에 비해 보다 일찌감치 생존 경쟁에서 빠져나왔다. 대구가 기록한 골 득실은 울산이나 강원보다도 좋은 '-2'다. 팀의 공격력과 수비력 모두 고려하는 골득실 우선 원칙이 다득점 원칙보다도 순위 결정 방식에서 더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편 ACL 조별 예선에 적용되는 순위 결정 방식은 승점-승자승-골득실-다득점 순서에 의해 결정된다. 일각에서는 다득점 우선 원칙보다 ACL에 적용되는 '승자승 원칙'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승점이 같은 팀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다득점보다 해당 팀들의 상대전적을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승자승 원칙은 ACL과 더불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도 적용되고 있는 순위 결정 방식이다.

2016년에는 ACL 조별예선에서 알 이티하드와 수원 삼성이 승자승 원칙에 의해 순위에서 밀려났다. A조에 편성됐던 알 이티하드는 조별예선 동안 9골 4실점을 기록하고도 알 나스르에 1무 1패를 거둬 3위를 기록하며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A조 2위를 기록한 알 나스르는 5골, 4실점을 기록해 골득실이나 다득점에서도 알 이티하드에 비해 뒤처졌지만 승자승 원칙에 의해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었다. G조에 편성된 수원 삼성도 7골 4실점을 기록하며 멜버른 빅토리가 기록한 7골 7실점에 골득실이 앞섰지만 수원이 멜버른에 1무 1패를 하는 바람에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같은 승점을 기록한 두 팀의 우열을 정한다면 승자승 원칙은 꽤 설득력을 지닌다. ACL의 권위는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허울뿐인 다득점 우선 원칙을 지킬 필요성과 정당성은 희미해졌다. 다득점 우선 원칙은 축구의 기본이 되는 수비의 의미도 퇴색시켰다. 이 제도를 끝까지 지킬 이유가 있을까. 다득점 우선 원칙보다 골득실이나 승자승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더 프로축구의 본질과 가깝지 않을까.

intaekd@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