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이 막을 내렸다. 과연 한 시즌 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스포츠니어스>에서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벌어진 일을 시리즈로 정리해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 | 명재영 기자] 올해 K리그 클래식은 어떤 해보다도 많은 부침을 겪었다. 냉정하게 되돌아봤을 때 긍정적인 이슈보다 부정적인 이슈가 많았다. 시즌이 끝난 지금에도 아쉬운 소리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리그를 한 학급으로 봤을 때 구성원으로는 연맹, 구단, 지도자, 선수, 심판, 관중의 여섯 주체가 있다. <스포츠니어스>가 매긴 2017 K리그 클래식 학급의 성적은 B-다. 이런 성적의 원인을 구성원별로 분석했다.

큰 문제가 작은 업적을 덮었다 (C+)

리그를 주관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사실 칭찬의 박수보다 비판의 손가락이 익숙하다. 리그를 운영하는 데 있어 나름대로 고충이 있지만, 실수나 실패의 변명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리그의 모든 문제와 이슈는 결국 연맹으로 향한다. 연맹이 어떤 행정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심각한 문제도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고, 사소한 이슈가 잘못된 결정으로 큰불로 번지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연맹은 올해에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갈수록 심해지는 리그 내 갈등 문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건이 지난해 밝혀진 전북현대의 심판 매수 스캔들과 연관되어 있다. 연맹은 2016년 리그에서 전북의 승점을 9점 삭감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지만, 여전히 상처는 봉합되지 않았다.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 위에 판정 논란이 올해 내내 반복되면서 리그는 만신창이가 됐다. 여기에 연맹은 기준이 모호한 징벌로 화를 키웠다.

9월 24일에 열린 31라운드 전북현대와 대구FC의 경기가 상징적이다. 대구는 비디오 판독(VAR)으로 득점 두 개를 취소당했다. 여기까지는 VAR의 미완성으로 인한 심판들의 실책으로 탓할 수 있다. 이후 대구 팬들의 항의 현수막에 연맹은 제재금 1,000만 원이라는 철퇴를 내렸다. 규정에 따른 조치였다고 하지만 지난 1년간 다른 팀에는 같은 징계가 없었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상황에서의 ‘입 막기’ 행보로 비칠 수 있다.

물론 연맹의 모든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칭찬할 만한 점도 많다. K리그 공식 웹 사이트의 모바일 페이지 구축, 공식 애플리케이션 리뉴얼, 경기 전 스프링클러 가동 상시화, SNS 채널의 콘텐츠 다양화 등 팬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행보에는 박수를 보낼 만하다. 기자가 접한 연맹의 여러 실무진은 유능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라지만 ‘높으신 분들’이 K리그 클래식의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닌지 진지한 고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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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벽 앞에 쩔쩔매는 구단들 (B-)

많이들 이야기한다. 구단들에 운영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잘못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100% 맞는 소리도 아니다. 우리가 비교 대상으로 유럽, 일본 등의 구단을 삼는데 이렇게 되면 어둠만 보인다. 관중 수부터 운영 자금까지 긍정적인 요소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구단들을 평가하기에 앞서 먼저 현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구단들은 하나의 축구 클럽이라고 하기보다는 사실 모기업이나 지자체의 홍보 부서 성격이 강하다. 최근 10년간 많은 투자로 리그를 지탱한 전북현대도 예외는 아니다. 축구 즉 성적이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AFC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하고 K리그 클래식 트로피를 들어 올려도 구단의 앞날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중요한 것은 K리그라는 브랜드 그 자체다. 프로야구의 KBO 리그처럼 전체적인 선순환이 생기면 강등되는 팀이라고 할지라도 앞날이 심각하게 막막하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처럼 리그가 통째로 하락세에 있다면 구단들이 개별적으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구단이 지역 밀착 마케팅으로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사실 이상에 가깝다.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보려면 정말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을 모두가 기다려 줄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구단들은 온 힘을 다해 마케팅을 뛰어야 한다. 다행히도 시즌이 지날수록 구단들의 마케팅 수법은 체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연맹의 실관중ㆍ유료관중 정책과 맞물려서 발로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다수의 구단은 실무진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힘내시라”는 말을 전한다.

‘반전은 없었다’ 지도자의 혁신도 필요 (B-)

K리그 클래식에는 구단 수만큼 열두 명의 감독이 있다. 최강희, 최순호 감독 같은 베테랑도 있지만 대세는 40대다. 황선홍, 서정원, 김도훈, 조성환 등 젊은 피가 리그를 주름잡고 있다. 지도자로서는 젊은 축인 70년대 생 지도자들은 많은 상황을 겪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올해는 정체 구간에 꽉 막힌 듯하다. 선두 주자였던 FC서울의 황선홍 감독은 무관으로 시즌을 끝냈다. 성적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포항 시절 ‘황새’로 불렸던 황 감독에게 어느 순간부터 ‘참새’라는 별명도 따라다닌다. 일부의 반응이지만 그만큼 부침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돌풍으로 주목을 모았던 남기일 전 광주FC 감독도 마찬가지다. 없는 살림에 그동안 잘 버텨왔지만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그만 지휘봉을 내려놨다. 결국 팀은 반등하지 못하고 강등되고 말았다.

지도자들에 대한 시선은 예전만큼 곱지 못하다. 승강제 도입 이후 하루하루 쌓이는 스트레스와 고충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또한 프로라면 당연하게 감당할 몫이라는 주장이다. 올해는 감독들로부터 시작한 돌풍이 없었다. 좋게 말하면 무난했고 나쁘게 말하면 존재감이 없었다. 리그 전체적인 경쟁력이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지도자들의 혁신이 절실하다. 부디 내년에는 훌륭한 전술과 전략으로 부족한 자원을 채우는 모습을 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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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록 나왔지만 뉴 페이스 줄어 간다 (B+)

주춧대감 이동국이 K리그 통산 200골 달성에 성공하면서 우울했던 K리그 클래식에 축포를 쐈다. 염기훈도 100도움에서 살짝 모자란 99도움으로 시즌을 마치면서 내년 시즌 초반에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남는다. 이동국은 1979년생, 염기훈은 1983년생이다. 특히 이동국은 내년이면 불혹이 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K리그 클래식의 최고 스타는 이동국이다.

당장 이동국이 은퇴한다면 K리그 클래식은 선수 마케팅에서 큰 출혈을 입는다. 축구 마니아를 넘어 대중 모두에게 다가갈 만한 재목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중국과 일본으로의 유출이 이어지면서 스타급 선수들의 씨가 마른 것이다. 나가는 선수가 있으면 그 자리를 채워야 할 선수가 필요하기 마련인데 수급이 안 되는 실정이다. 김민재라는 대형 수비수가 오랜만에 등장했지만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박주영, 이근호로 대표되는 1985년생 라인까지 이제는 은퇴를 바라보는 상황이다. 이들마저 빠져버린다면 K리그 클래식은 누구로 홍보를 해야 할까. 지금으로서는 암담하다. 1990년대 중ㆍ후반 출생 선수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돼야 한다. 다행히 연맹은 U-23 규정을 점차 강화하면서 이를 제도적으로 돕고 있다. 중원의 김민재, 최전방의 김민재가 절실하다. 아, 물론 권창훈처럼 성공해서 유럽에 가는 경우라면 유출이라도 괜찮다.

‘이슈 메이커’ 각성해야 할 심판진 (D)

2017 K리그 클래식을 장식한 건 선수도, 구단도 아니었다. 사실 심판이었다. 심판이 대중에게 각인되는 경우는 보통 두 가지다. ‘외계인 심판’으로 회상되는 피에를루이지 콜리나 주심처럼 깔끔한 명판정으로 명성을 얻거나 잦은 실책으로 오심의 대명사로 기억되는 경우다. 안타깝게도 K리그 클래식의 심판진은 후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지난 3월 19일 FC서울과 광주FC 간의 3라운드에서 나온 결정적인 오심을 시작으로 K리그 클래식 심판진은 1년 내내 손가락질을 당했다. 보다 못한 연맹이 VAR을 조기에 도입했지만, 이 또한 만능열쇠가 될 수는 없었다. VAR도 사람이 운영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시즌 말미에는 VAR로 인한 논란까지 숱하게 생기며 심판진에 대한 신뢰가 땅으로 떨어졌다.

억울할 수 있다. 150년이 넘는 축구사에 없었던 비디오 판독을 갑자기 시작하면서 시행착오는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심판들은 일부 눈살이 찌푸려지는 권위의식과 보조 도구에 불과한 VAR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러한 동정 여론마저도 깨끗하게 날려 보냈다. 리그를 위해서도, 심판 본인의 커리어를 위해서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눈으로 확인한 장면은 책임감을 느끼고 현장에서 바로 끝내야 한다. 정말 애매한 상황이 아니라면 손으로 네모를 그리는 동작은 최소화해야 한다. 심판들만 달라져도 K리그 클래식의 이미지가 바뀔 수 있다.

수원삼성 조나탄 팬 사인회에 모인 팬들. 힘들어도 마케팅은 이어져야 한다

관전 문화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B)

팬은 K리그 클래식의 존재 이유 그 자체다. 다른 주체들과는 달리 팬들의 행위는 사실 팬심으로 많이 포장된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불법 혹은 사회적으로 물의가 될 정도의 사건이 아니라면 축구의 특수성이라는 단어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선을 넘는 사건들이 유독 많았다.

작은 것들도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넘치게 마련이다. 2017 K리그 클래식이 딱 그 모양새였다. 관중 난입, 물리적 충돌, 정치적 세리머니, 선수의 은퇴까지 간 과도한 비난 등 떠오르는 사건만 5개가 넘는다. 팬은 분명 리그의 주인이지만 모든 것을 면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없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용납받기 어렵다. K리그 클래식 또한 이 사회의 테두리 안에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북을 치고 노래를 부르는 게 시끄럽다’, ‘끼리끼리 뭉치는 모습이 관중 유치에 도움이 안 된다’ 등의 근거 없는 힐난은 무시해도 좋다. 그저 남들과 똑같은 팬으로서 K리그 클래식을 즐기면 된다. 하지만 서포터스에 대한 지금의 인식과 분위기는 스스로 바꾸어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배려다. 응원의 강요는 하지 않되 독려를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응원도 팀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먼저다.

hanno@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