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안 보고 찍는’ K리그 시상식, 이대로 좋은가?


김동준이 K리그 챌린지 베스트11에 뽑히지 않은 건 의문이다. ⓒ 성남FC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어제(20일)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K리그 클래식에서는 전북현대가 베스트11 중에 5명을 배출했고 경남FC는 K리그 챌린지 베스트11에서 8명의 자리를 휩쓸었다. 하지만 이 중에는 굉장히 의아한 수상도 있었다. 올 시즌 활약을 놓고 보면 절대 빠져서는 안 될 선수들이 빠지기도 했고 실력은 출중하지만 베스트11에 들기에는 다소 모자랐던 선수들이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K리그 대상 시상식은 매년 모두가 수긍할 수 없는 수상이 이어지고 있다. 과연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이범수보다는 김동준
선수들의 이름을 직접 언급해서 미안하지만 일단 나는 개인적인 감정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어디까지나 내가 올 시즌 지켜본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다. K리그 챌린지 베스트11 부문에서 골키퍼는 이범수(경남)가 아니라 김동준(성남)이 수상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범수는 지난 7월 15일 부산과의 원정경기 이후 부상으로 줄곧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일찌감치 재활에 매진했고 이 빈자리를 이준희가 ‘호우 세리머니를 하면서’ 지켰다. 그런데 7월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한 이범수가 K리그 챌린지 베스트11 골키퍼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범수는 올 시즌 21경기에 출장했다. 리그에서 가장 활약한 골키퍼로 꼽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가 시즌 중반까지 보여준 활약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라 올 시즌만 놓고 보면 이범수보다는 김동준이 수상에 더 적합하다는 뜻이다. 김동준은 올 시즌 리그 전경기(36경기)에 출장해 단 29골을 내주는 대활약을 펼쳤다. 이 정도 수준이면 이견 없이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려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베스트11 기자단 투표 결과 이범수는 55표를 받았고 김동준은 42표에 그쳤다. 이범수에게 이렇게 많은 표가 나온 것도, 김동준이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도 의아하다.

K리그 챌린지 베스트11 중 황인범(대전)과 배기종(경남)의 수상 역시 수긍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 둘은 K리그 챌린지에서 이름값이 꽤 있는 선수들이다. 올 시즌에도 상당히 잘했다. 하지만 이들을 베스트11으로 꼽을 만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이들의 활약도 뛰어났지만 더 인상적이었던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황인범 대신에는 최영준(경남)이, 배기종(경남) 대신에는 장혁진이 뽑히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올 시즌 K리그 챌린지 도움왕을 기록한 장혁진과 경남에서 무려 31경기에 나서며 살림꾼 역할을 한 최영준은 베스트11에 안 뽑히는 게 더 이상한 선수였다.

안산
안산그리너스 라울은 올 시즌 K리그 챌린지 득점 2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베스트11 투표에서 단 6표를 받는데 그쳤다. ⓒ안산그리너스

이정협 득표수 1/4에 그친 라울
하지만 기자단 투표에서 최영준(18표)은 황인범(37표)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장혁진은 왼쪽 미드필더로 분류되는 바람에 경남FC 정원진(65표)에게 훨씬 못 미치는 20표로 탈락했다. 대신 오른쪽 미드필더로 분류된 배기종은 60표를 얻어 베스트11에 올랐다. 올 시즌 미드필드 전포지션에서 활약한 장혁진을 왼쪽 미드필드가 아닌 오른쪽 미드필드로 분류했더라면 베스트11 수상자의 명단은 바뀌었을 수도 있다. 반면 K리그 클래식에서 올 시즌 대부분 투톱 공격수로 출장했던 염기훈은 소속팀 수원삼성에서 왼쪽 미드필드로 명단을 제출해 71표를 얻으며 베스트11에 선정됐다. 팀에서 어떤 전략을 세워 후보를 내느냐에 따라 수상자가 달라진다.

팀 전략 실패로 수상자가 갈린 건 뭐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김동준 대신 이범수가, 최영준 대신 황인범이 베스트11에 오른 건 의아한 대목이다. 최전방 공격수 부문에서도 말컹이 76표를 얻어 독주한 가운데 나머지 한 자리는 이정협(25표)이 차지했는데 그러기엔 안산그리너스 라울(6표)이 이정협과 경쟁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도 의문이다. 이정협이 중요한 순간마다 해결사 역할을 했지만 이정협은 지난 7~8월 부상으로 결장하며 팀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올 시즌 이정협은 26경기에 나서 10골 3도움을 기록했고 라울은 31경기 출장 15골 2도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정협에게도 수상 자격이 있지만 이정협이 25표를 받는 동안 라울은 6표에 그쳤다는 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라울이 앞섰으면 앞섰지 이렇게 뒤질만한 이유는 찾기 어렵다. K리그 챌린지에서 최소 실점 1,2위에 빛나는 부산과 성남 선수가 베스트11 수비 부문에 단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도 이상하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프로축구연맹이 실정과는 맞지 않는 수상자 선정 절차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연맹은 일단 각 구단으로부터 부문별 후보 명단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수원삼성 염기훈처럼 경쟁을 피해 ‘전략 공천’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이들도 있고 안산그리너스 장혁진처럼 출마(?)할 포지션을 잘못 짚어 낙방하는 경우도 생긴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한 선수들을 구단 임의로 지정한 포지션에 후보로 낼 경우 눈치 싸움을 해야 한다. 두 명을 뽑는 K리그 클래식 공격수 베스트11 후보 중 조나탄(수원삼성)은 80표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이근호(강원)가 24표, 양동현(포항)이 19표로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 만약 염기훈이 좌측 미드필더가 아닌 공격수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렸더라면 이 구도는 완전히 깨졌을 수도 있다.

수원 염기훈, 조나탄
염기훈이 베스트11 공격수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 수원삼성

K리그 챌린지 투표는 ‘인지도 투표’?
구단이 추천한 후보 명단을 K리그 기자단 간사와 경기위원장, 심판위원장, 경기 위원 등이 추리는 과정이 이어진다. 이들이 한 시즌 경기 기록과 주간 베스트11 및 MVP 선정 횟수 등을 따져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다. 그러면 기자단 투표로 최종 베스트11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가장 큰 문제다. 기자단 투표가 인기 투표나 인지도 투표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나 언론의 관심이 부족한 K리그 챌린지는 더하다. 7월 이후 시즌 아웃된 이범수가 표 절반을 얻어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릴 정도라면 이 투표 방식에 대해 고민해 봐야하지 않을까. 라울이 이정협이 받은 표의 1/4도 받지 못하는 상황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정조국의 MVP 선정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활약은 뛰어났지만 정조국이 과연 MVP를 받을 만큼의 활약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나를 비롯한 <스포츠니어스>는 올 시즌 현장에 있으려고 많이 노력했다. K리그 클래식은 물론 K리그 챌린지도 비슷한 비율로 취재하기 위해 현장으로 갔다. <스포츠니어스>가 올 시즌 K리그 챌린지에서 모든 매체 중 가장 많이 현장에 나가 취재했다고 자부한다. 매라운드 두 경기씩은 다녔는데 이렇게 계산하면 올 시즌 K리그 챌린지만 72경기 이상은 취재했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60경기는 가뿐히 넘는다. 하지만 현장의 상황은 열악하다. 그나마 수원FC나 서울이랜드 홈 경기 정도가 좀 현장 취재를 나올 뿐 나머지 경기장에는 <스포츠니어스>를 포함해 취재 기자가 한둘일 때가 많다. 홀로 취재를 나가 기자회견장에서 단독 인터뷰를 한 경우도 많았다. 안산 이흥실 감독은 기자회견장에 들어와 <스포츠니어스> 기자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는 기자회견 테이블이 아니라 옆에 앉아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뭐 어때? 단 둘인데 그냥 편하게 이야기해요.”

이런 에피소드를 대자면 끝이 없다. <스포츠니어스>에서 나를 포함해 세 명이 경남FC 홈 경기 취재를 간 적이 있다. 보통 취재를 가면 편의상 구단에서 도시락을 제공해 주는데 그날 경남 구단에서는 취재 기자 이름으로 된 도시락을 박스째 우리에게 건네줬다. “왜 이걸 다 우리한테 줘요?”라고 물으니 이런 답이 날아왔다. “오늘 당신네 말고 취재 온 매체가 없습니다.” 상자를 열어보니 도시락 세 개가 들어있었다. 우리는 그걸 또 ‘우리만을 위한 만찬’이라며 낄낄대고 먹었다. K리그 챌린지는 대부분 이런 식이다. 경기가 끝날 때쯤 구단 홍보 담당자가 “끝나고 기자회견 하실 거죠?”라고 물으면 미안할 때도 있다. 우리만 안 한다고 하면 다 퇴근하는 건데 굳이 우리 때문에 번거로운 일을 만드는 것 같기 때문이다.

취재석은 비었는데 114표나 쏟아졌다
한 번은 휴가차 부산에 간 적이 있다. 그런데 같이 간 친구들이 구덕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부산아이파크 경기를 보고 싶다고 했다. FC안양과의 경기였는데 이날은 휴가차 간 거라 일반 관중석에 앉아 치어리더 박기량의 춤을 보며 넋이 나가 있었다. 그런데 기자석을 보니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잠깐 고민했다. ‘노트북은 안 가져왔지만 기자석에 들러 감독님들도 뵙고 이야기도 좀 듣고 전화로 사무실에 있는 기자에게 전달해 줄까?’ 그런데 놀러와서까지 일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경기가 끝나자마자 경기장을 빠져 나왔다. 이날은 부산 경기에 그 어떤 취재 기자도 오지 않아 기자회견이 취소됐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이 없어 기자회견 없이 곧바로 경기장을 빠져 나온 김종필 감독은 담배 두 대 피우고는 퇴근하더라.

K리그 챌린지 상황이 이렇다. 우리는 올 시즌 누구보다도 K리그 챌린지에 관심을 가졌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올 시즌 K리그 챌린지를 가장 많이 누빈 우리 <스포츠니어스>는 이번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투표권이 없었다. 신생 매체라 연간 출입증도 없고 투표 권한도 없다. 매 경기 사흘 전 따로 연맹에 해당 경기 취재를 신청해 다닌다. 번거로워도 규정이니 지킨다. 뭐 우리에게 투표권 한 장 주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투표권을 얻어 그걸로 권위 의식을 느끼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런데 과연 K리그 챌린지 베스트11 및 감독상, MVP 투표에 참여한 114표는 어디에서 나온 걸까. 매번 K리그 챌린지 현장에 갈 때마다 마주하는 취재진은 한정적인데 이렇게 114표의 권한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K리그 챌린지 경기장 취재석은 텅 비어 있는데 114표가 쏟아진다.

K리그 챌린지에 우리가 제일 많이 갔는데 투표권도 없다고 하소연하거나 징징대는 게 아니다. 우리는 취재할 수 있고 소식을 전하기만 하면 투표권은 계속 없어도 상관없다. 그런데 반대로 묻고 싶다. 114표가 되는 표는 과연 누가 행사하고 그 권한이 합당하게 쓰여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올해 K리그 챌린지에서 가장 많은 취재진을 본 건 부천이 니폼니시 감독을 초청했을 때였던 같다. 그때도 한 스무 명 남짓 됐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현장에 없었으면 말도 하지 말라’는 식의 주장을 싫어한다. 현장에 없었어도 여러 방식을 통해 정보를 얻고 평론하거나 분석하는 것도 보도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K리그 챌린지 경기는 이런 식의 평론이나 분석도 없다. 그렇다고 현장에 오지 않고 투표권을 행사한 이들을 지적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 역시 우리가 가지 못한 현장 어딘가에서 열심히 축구 소식을 전하고 있을 것이다. 매체마다 사정이 있는데 K리그 챌린지까지 현장에서 챙기기 어렵다는 점도 이해한다. 다만 K리그 챌린지에는 비중을 크게 두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기자회견
이날도 나는 혼자였다. ⓒ스포츠니어스

K리그 시상식이 권위를 얻으려면
그런데 K리그 시상식 수상자를 기자단 투표로 선정하는 연맹의 방식에는 이의를 제기한다. 이건 투표권을 행사한 이들 잘못이 아니라 규정을 이렇게 만든 연맹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다양한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한 선정위원회가 아예 수상자까지 선정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이 선정위원회를 투명하고 광범위하게 넓히면 된다. 인기 투표와 인지도 투표에 불과한 이런 선정 방식을 계속 유지한다면 K리그 대상 시상식은 앞으로도 권위를 얻을 수 없다. 그냥 경기장에 가면 꼭 있는 ‘키 큰’ 차상해 아저씨나 ‘뽀글머리’의 최상국 아저씨 같은 경기 감독관들이 수상자를 선정하는 게 가장 낫다. 이들은 어느 경기장에 가건 경기감독관 신분으로 늘 그 자리에 번갈아 가며 앉아 있다. 취재진이 차고 넘치는 프리미어리그야 기자단 투표가 변별력이 있지만 경기장마다 기자 한둘 오는게 전부인 우리가 굳이 기자단 투표를 고집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냥 늘 현장에서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을 중심으로 하고 각 팀 주장 및 감독이 자신의 팀 선수에게는 투표하지 못하는 방식 등을 도입하는 게 어떨까. 방식은 여러 가지로 고민할 수 있다. 선정위원도 합리성과 이슈 등을 고려해 뽑을 수 있다. 각 팀 주장과 감독, 경기감독관 등에 팬 투표 결과도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지 않을까. 팬 대표 자격으로 K리그 홍보대사인 박재정을 선정해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낫다. K리그 클래식 MVP는 이재성이 69표를 얻어 51.9%의 지지율로 선정됐는데 팬들이 뽑은 ‘팬타스틱 플레이어’는 조나탄이 2,161표(61.5%)의 표로 1위를 차지했다. 누가 더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팬과 기자단 사이에는 이렇게나 큰 의견 차이가 존재한다. 이 차이를 줄여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권위 있는 시상식을 만들어야 한다.

박경훈 감독은 선수 시절인 1988년 대표팀에 차출돼 K리그에는 딱 12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이 시즌에는 23경기에서 12골을 기록한 이기근의 플레이가 단연 돋보였다. 누가 봐도 이기근이 MVP를 받아야 하는 시즌이었다. 하지만 MVP는 리그에서 뭘 보여주지도 못한 박경훈에게 돌아갔다. 박경훈은 “내가 받을 수 없다”며 MVP 수상을 거부했고 시상식에도 불참했다. 하지만 수상자는 바뀌지 않았고 결국 MVP 트로피는 박경훈에게 전달됐다. 그런데 1988년과 2017년을 비교해도 K리그 시상식은 전혀 나아진 게 없다. K리그 대상 시상식은 변해야 한다. 기자석은 텅텅 비었는데 이들 114명이 의견을 내 선정한 수상자가 과연 신뢰할 만한지는 곱씹어 봐야한다. 경기장에 기자가 없는데 무슨 기자단 투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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