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현대제철 김정미가 팀의 통합 5연패를 이끌었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인천=김현회 기] ‘전설의 골키퍼’ 김정미가 인천현대제철에서 WK리그 5연패라는 엄청난 성과를 이뤘다.

인천현대제철이 20일 인천남동아시아드경기장에서 벌어진 IBK 기업은행 2017 W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화천KSPO를 상대로 3-0 대승을 거두고 WK리그 통합 5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1차전 원정경기에서도 3-0 승리를 챙긴 인천현대제철은 압도적인 기량으로 2차전에서도 가벼운 승리를 거뒀다.

인천현대제철 주전 골키퍼 김정미는 이날 우승으로 팀의 5연패를 모두 경험하며 역사의 중심에 서게 됐다. 김정미는 WK리그가 출범하기도 전인 2004년 영진전문대를 졸업하고 인천현대제철의 전신인 여자실업축구팀 INI스틸에 입단했다. 한 팀에서만 무려 13년째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김정미는 인천현대제철의 역사와도 같은 선수다.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에도 나선 바 있는 김정미는 한국 여자축구에선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인천현대제철은 WK리그가 출범한 2009년부터 무려 4년 동안 챔피언결정전에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우승의 문턱에서 매번 좌절해야 했다. 이 당시에도 주전 골키퍼는 김정미였다. 2009년 대교캥거루스에 우승 트로피를 내준 인천현대제철은 2010년에는 수원FMC를 상대로 1차전에서 1-0 승리를 거둔 후 2차전에서 0-2로 무너지고 말았다. 2011년과 2012년에도 고양대교에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인천현대제철은 엄청난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올 시즌까지 무려 5년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것이다. 올 시즌에는 늘 화천KSPO가 인천현대제철과 우승을 겨루던 이천대교(과거 고양대교)를 플레이오프에서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왔지만 인천현대제철의 상대가 되기에는 무리였다. 김정미는 챔피언결정전 두 경기에서 단 한 골도 내주지 않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우승이 확정된 뒤 김정미는 환하게 웃었다. 5년 연속 같은 경험을 했지만 늘 우승은 기분이 좋다. “우승과 준우승은 하늘과 땅 차이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1등과 2등은 엄청난 차이”라고 말한 김정미는 “1년 동안 열심히 노력해도 마지막 챔피언결정전 두 경기에서 미끄러지면 그 시즌은 2등으로 역사에 남는다. 그런 부분에서 5년 연속 통합 챔피언을 지키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해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밝혔다.

인천현대제철은 WK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또 한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스포츠니어스

김정미에게 이번 챔피언결정전 두 경기는 그리 큰 위기가 없었다. 화천KSPO를 상대로 인천현대제철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김정미는 “이천대교와 할 때만큼 박진감이 있진 않았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수비진들과 ‘우리의 목표는 실점하지 않는 것’이라고 계속 이야기했다”면서 “실점하지 않고 우승한 부분에 대해서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미는 인천현대제철이 지긋지긋하게 우승과 연을 맺지 못할 때부터 5연패를 한 현재까지 모든 걸 함께 경험한 선수다. “처음에는 우승하는 게 너무 어려웠는데 한 번 해보니까 이게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됐다”고 밝힌 김정미는 “그래서 더 우승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인천현대제철이 WK리그 역사를 쓰고 있는데 이런 자긍심이 앞으로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나 인천현대제철은 최인철 감독 부임 이후로 독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인철 감독은 2012년 팀에 부임한 뒤 준우승을 두 번 경험하고 이후 WK리그 압도적인 1강의 자리에 우뚝 섰다. 김정미는 “최인철 감독님이 부임한 뒤 골키퍼부터 빌드업 하는 부분과 패스를 통해 풀어가는 부분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며 “감독님 부임 후 더 많이 발전했고 지금도 이런 발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인천현대제철의 축구는 훨씬 많이 발전했다”고 자평했다. 인천현대제철은 역사상 WK리그에 길이 남을 성과를 내고 있다.

김정미는 1984년생으로 WK리그에서는 ‘노장 중의 노장’이다. 현재 WK리그에서 최고참이다. 팀의 막내인 1997년생 윤선영보다는 무려 13살이 많다. 하지만 김정미는 여전히 은퇴 생각이 없다. 그는 K리그에서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는 이동국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 “평소에 노장 선수들 기사를 많이 읽는다”고 밝힌 김정미는 “이동국 선생님? 아니 이동국 선수님 기사를 많이 본다. 딱 은퇴 시기를 정해놓지 않는다고 하더라. 이제 나이는 무색한 것 같다. 얼마나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도 이동국 선생님? 아니 이동국 선수님처럼 1년 1년 몸 관리를 잘해 계속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며 “WK리그 5연패를 했는데 내가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은 한 번도 우승컵을 내주고 싶지 않다”는 욕심을 내비쳤다. 인천현대제철을 넘어 W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 된 김정미는 그렇게 또 하나의 우승 메달을 집에 고이 모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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