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삼성 산토스는 계약 기간이 끝났다.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수원삼성을 떠나야 한다. ⓒ수원삼성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KEB 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전북현대와 수원삼성이 격돌했다. 이미 전북은 우승을 확정지은 상황이었지만 경기는 치열했다. 수원삼성에 좋지 않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 최강희 감독은 이 경기를 쉽게 내줄 생각이 없었다. 이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따낼 수 있는 수원삼성이야 두말 할 필요가 없는 경기였다. 수원삼성은 전북과의 경기에서 2015년 11월 이후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2무 4패였다.

올 시즌을 마감하는 경기였지만 내년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여부가 가려지는 경기였으니 마무리이자 출발인 경기였다. 그런데 유독 이 경기를 준비하는 각오가 남달랐던 두 명이 있다. 다들 내년 시즌 K리그 클래식을 준비 중이었지만 한 명의 선수는 이 경기를 끝으로 K리그와 작별하고 또 한 명의 선수는 작별을 할지 안할지도 모르는 경기였기 때문이었다. K리그 무대에서 큰 족적을 남긴 브라질 출신 두 명의 선수, 에두와 산토스였다. 전북 소속 에두와 수원삼성 소속 산토스는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계약이 종료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 중요했지만 이 둘에게는 마지막이라는 의미가 더해진 경기였다.

10년 사이 두 팀에서 우승, 에두의 진기록

이 둘은 여전히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손꼽히는 외국인 선수로 꼽힌다. 하지만 올 시즌을 끝으로 에두는 은퇴를 선언했고 산토스는 계약기간이 끝났다. 에두는 이제 가족과 함께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독일 보훔과 마인츠, 샬케, 터키의 베식타슈, 중국 랴오닝 홍원과 허베이 화샤 싱푸, 일본 FC도쿄 그리고 대한민국의 수원삼성과 전북까지 에두는 선수 생활 내내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이제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말로 계약 만료 후 고국으로 돌아갈 것임을 암시했다. 에두의 가족 역시 그와 오랜 시간 떨어져 있는 걸 힘들어했다. 에두는 브라질로 돌아가 축구가 아닌 다른 일에 집중하고 싶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구단에서 만류했지만 에두의 의지는 확고했다.

에두는 2008년 수원삼성의 역사를 이룬 선수다. 이 해에 36경기에 나서 15득점 7도움을 기록했고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도 FC서울을 상대로 골을 넣으면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눈 내리던 날 우승 장면이 바로 이 경기였다. 이 우승은 수원삼성의 마지막 K리그 우승이기도 하다. 에두는 수원삼성의 가장 찬란했던 시기를 이끌었던 선수였다. 2015년 전북현대로 이적한 후 20경기에 출장해 11골을 기록한 그는 잠시 팀을 떠났다가 2016년 중반 전북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올 시즌에도 31경기에 나와 13골을 기록하며 팀내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올리면서 다시 한 번 우승을 경험했다.

한 외국인 선수가 10년의 텀을 두고 두 팀에서 K리그 우승을 이끌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실력과 행운, 자기 관리가 모두 따라야 가능한 일이었다. 에두는 올 시즌에도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치며 충분한 출장 기회를 얻지 못하자 최강희 감독을 직접 찾아가 이런 말을 한 적도 있따. “아무리 잘해도 다른 팀으로 가지 않겠다. 올 시즌이 끝난 뒤 은퇴할 테니 제발 경기에 내보내 달라.” 에두는 늘 경기장에 서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은 열망이 강했다. 수원삼성에 입단하기 전인 2006년 분데스리가 마인츠에서도 곧잘 경기에 출장했지만 그는 자신을 윙백으로 쓰는 마인츠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공격수로 자신의 진가를 알아준 수원삼성에서 뛴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전북 에두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이제 K리그를 떠난다. ⓒ전북현대

수원삼성 최다 득점자, 산토스의 헌신

산토스도 이번 경기를 끝으로 수원삼성과의 계약 기간이 끝났다. 수원삼성에서 2013년부터 주축 공격수 역할을 해왔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재계약은 구단으로서도 부담이다. 1985년생으로 산토스는 우리나이로 33살이다. 34살이 되는 내년 시즌을 앞두고 재계약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직 수원삼성과 완벽히 작별을 선언한 건 아니지만 재계약을 맺지 않고 그가 팀을 떠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나마 에두는 아예 은퇴를 선언해 전북 팬들의 박수라도 받고 떠날 수 있게 됐지만 산토스는 재계약 확률과 팀을 떠날 확률이 존재해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재계약 협상이 이뤄져야 팀에 남을 수 있다.

2010년 제주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며 K리그에 입성한 산토스는 세 시즌 동안 제주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다. 제주에서 세 시즌 동안 92경기에 출장해 무려 32득점 20도움이라는 놀라운 활약을 선보였다. 비록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데는 실패했지만 2010년에는 제주 돌풍을 이끌며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시키기도 했다. 2013년 수원삼성으로 이적한 뒤 지난 5년간 보여준 그의 활약도 꾸준했다. 산토스는 5시즌 동안 수원삼성에서 145경기에 나와 55득점 14도움을 올렸다. 과거에 비해 수원삼성 전력이 약해져 K리그 우승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이 어려운 시기 가장 헌신한 게 산토스였다. 2013년에는 투자가 부족한 수원삼성에서 유일한 외국인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는 “외롭지만 그래도 구단의 방침을 존중한다”고 했다.

산토스는 조나탄처럼 쇼맨십이 강력하지도 않고 그리 화려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산토스가 수원삼성 역사상 최다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팀을 위해 공헌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화려했던 수원삼성의 선수단에서 나드손이나 산드로도 해내지 못할 걸 산토스가 해냈다. 짧은 순간 임팩트로는 명함을 내밀 수 없을지 몰라도 산토스만큼 수원삼성에서 오랜 시간 꾸준하게 활약해준 외국인 선수는 없었다. 한국에서만 8년째, 수원삼성에서만 5년째 뒨 그는 절반은 한국 사람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된 선수들이 어떤지 묻는 질문에는 한국어로 이렇게 답하기도 했다. “(박)기동이 얼굴 안 좋아.” 통역 없이 한국어가 가능한 수준이다.

전북 에두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이제 K리그를 떠난다. ⓒ전북현대

그들의 계약 기간 마지막 경기

하지만 이렇게 K리그와 정이 든 두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은 올 시즌을 끝으로 떠나는 게 확정됐고 또 다른 한 명은 떠날지도 모를 상황이다. 두 선수 모두와 이별할 수도 있는 경기가 바로 어제였다. 하필이면 운명적이게도 전북과 수원삼성이 마지막 대결을 펼쳤다. 에두와 산토스는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이 경기가 계약상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경기가 시작됐다. 에두는 선발로 경기에 나섰고 상대팀 산토스는 백업 멤버로 수원삼성 벤치를 지켰다. 두 팀의 경기는 전반 22분 수원삼성 염기훈이 날카로운 프리킥 골을 뽑아내며 치고 받는 양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미 우승컵의 향방을 결정됐어도 우승컵 빼고 너무 많은 게 걸려 있던 한판이었다.

그런데 전반 24분 수원삼성 골망이 출렁였다. 바로 에두가 이 골의 주인공이었다. 에두는 김진수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올린 공을 등 지며 오른발로 차 넣었다. 에두는 골을 넣은 뒤 얼굴을 감쌌다. 에두는 감격에 겨운 듯 이 순간 눈물을 쏟았다. 전북 동료들이 다가와 에두를 둘러싸고 축하를 보냈다. 떠나는 팀 동료에 대한 마지막 축하였다. 전북은 이동국이 한 골을 보태며 2-1로 앞서 나갔고 최강희 감독은 후반 27분 에두를 빼고 김신욱을 투입했다. K리그에서 마지막으로 활약한 에두가 그라운드를 빠져 나가자 기립 박수가 쏟아졌고 에두는 고개를 숙여 관중에게 인사했다. 고별 경기에서 골까지 넣은 에두는 그렇게 눈시울이 빨개진 채 그라운드를 떠났다.

전북 홈 팬들이 에두와의 작별을 아쉬워하는 그 순간 수원삼성도 선수를 한 명 바꿨다. 조지훈을 빼고 산토스를 투입한 것이다. 에두가 먼저 K리그 그라운드를 떠나자 산토스를 위한 경기가 펼쳐졌다. 산토스는 후반 34분 염기훈의 패스를 이어 받아 골을 뽑아냈다. 부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지만 VAR 판독 결과 골로 인정됐다. 산토스는 이렇게 팀의 동점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2분 뒤 또 다시 산토스가 믿을 수 없는 골을 뽑아냈다. 미드필드 중앙에서 한 번 잡은 공이 솟구쳐 오르자 그대로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전북 골망을 가른 것이었다. 그림 같은 골이었다. 산토스는 골을 뽑아낸 뒤 고개를 숙였다. 울고 있었다. 5년간 몸담았던 수원삼성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경기에 나가 그림 같은 골을 뽑아낸 그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전북 에두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이제 K리그를 떠난다. ⓒ전북현대

‘떠나는 선수’와 ‘떠날지도 모를 선수’의 눈물

결국 경기는 3-2 수원삼성의 승리로 막을 내렸고 그들은 극적으로 내년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을 따냈다. 경기도 경기지만 K리그에 큰 족적을 남긴 두 선수의 마지막 기억이 될 수도 있는 경기여서 더 잊을 수 없는 경기였다. 올 시즌 K리그는 막을 내렸고 이제 봄이 오면 다시 새로운 축구가 시작될 텐데 에두가 없는 K리그는 왠지 아쉬울 것 같다. 여기에 산토스도 재계약에 실패해 K리그를 떠난다면 그 빈자리를 더욱 클 것 같다. 그만큼 이 두 선수가 K리그에 새겨 놓은 역사가 강렬하기 때문이다. 골을 넣은 뒤 눈물을 흘린 에두와 산토스는 큰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작별은 늘 가슴 아프지만 또 오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에두가 떠난다고 하니 좋았던 많은 기억이 떠오른다. 에두는 수원삼성 시절이던 2009년 강원과의 홈 경기에서 극적으로 3-3 동점골을 넣은 뒤 다른 골을 넣었을 때처럼 환호하지 않고 경기장 구석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한 남자에게 다가갔다. 에두는 위암말기 판정을 받고 마지막 소원으로 수원삼성 홈 경기에서 휠체어에 의지해 사진을 찍던 구단 명예 사진기자의 손을 꼭 잡았다. 이 명예 사진기자는 “내 생애 가장 행복한 하루를 선물한 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긴 뒤 한 달 후 세상을 떠났다. 이 골 세리머니는 K리그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수원삼성을 떠날 수도 있는 산토스를 떠올리니 2014년 11월 30일 수원삼성의 포항 원정 경기가 생각난다. 이 경기에서 1-1 동점골을 기록한 산토스는 갑자기 펑펑 눈물을 쏟았다. 이유는 그 동안 득점이 없어 마음고생이 심했기 때문이었다. 이동국과 득점왕 경쟁을 펼치던 산토스는 깊은 침묵에 빠져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가 흔들리면 팀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산토스는 포항과의 리그 최종전 원정경기에서 극적인 14호골을 기록한 뒤 세리머니를 하며 펑펑 울었다. 산토스는 이 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경기가 끝난 뒤 산토스는 이렇게 말했다. “골이 안 들어가 답답했고 팀에도 너무 미안했다.” 산토스는 팀을 위해 뛰는 대단히 헌신적인 선수였다.

마무리와 출발은 그렇게 공존했다

우리에게 감동을 안겼던 에두와의 작별은 확정됐고 산토스도 떠날지 모른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내년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을 따냈으니 마무리와 출발이 공존하는 경기였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떠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렇게 한 시즌이 마무리됐다. 에두는 수원삼성과의 경기가 끝난 뒤 마지막 소감을 전했다. “골을 넣고 가슴이 벅차 눈물이 흘렀다. 수원과 전북에서 넣었던 모든 골이 기억에 남을 것이다. 지금도 뭉클하다. 이런 좋은 기억을 안고 브라질로 돌아가겠다.” 산토스도 경기가 끝난 뒤 이런 말을 남겼다. “이번 시즌 고생한 시간과 모든 것들이 떠올라서 눈물이 났다.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순간 울컥했다. 5년 동안 나와 가족들이 정말 수원에서 행복하게 지냈다.” 전북과 수원삼성의 K리그 클래식 마지막 라운드는 마무리와 출발이 공존하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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