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골키퍼 이진형은 시즌 막판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팀 잔류를 이끌었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인천=김현회 기자] 인천유나이티드가 극적으로 K리그 클래식에서 살아남았다. 1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펼쳐진 인천유나이티드와 상주상무의 KEB 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마지막 라운드에서 인천은 2-0 승리를 따내며 K리그 클래식 잔류에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한 문선민과 김도혁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고 2년 연속 극적인 잔류를 이끈 이기형 감독도 큰 박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또 한 명의 빛나는 선수가 있다. 바로 골키퍼 이진형이다. 이진형은 올 시즌 막판 잔류 경쟁을 펼친 인천의 골문을 든든히 지켜냈다. 특히나 광주, 전남, 상주 등 잔류를 놓고 싸우던 팀들과의 경기에서 신들린 선방쇼를 펼쳤다. 승리가 승점 3점, 무승부가 승점 1점인 경기가 아니었다. 승점 1점과 다득점으로 순위가 갈리는 상황에서 이진형은 결정적인 선방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상주와의 경기에서 2-0 무실점 승리를 따내며 승격을 확정지은 이진형은 밝은 표정이었다. “K리그 클래식에 잔류했다는 게 너무 기분이 좋다”고 밝힌 그는 “인천이 ‘생존왕’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오늘 경기에서 나온 것 같다. 정도 많고 끈끈한 팀이다”라면서 잔류의 기쁨을 표현했다. 사실 이진형에게도 잔류 경쟁은 생소했다. 2011년 제주유나이티드에 입단해 두 시즌 동안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한 이진형은 2013년 K리그 챌린지 FC안양으로 이적해 주전으로 도약했다. 그는 안양에서 세 시즌 동안 66경기에 출장하며 주전 수문장으로 활약했다. 2015년에는 K리그 챌린지 안산경찰청에 입대해 주전으로 뛰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K리그 클래식 경험이 전혀 없었다. 올 시즌 인천에 입단하며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K리그 클래식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K리그 클래식을 처음 경험한 이진형에게도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공격과 수비 전환 속도가 K리그 챌린지와는 차이가 있다.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도 높다”고 밝힌 이진형은 “슈팅이 날아오는 것도 더 강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진형이 주전 수문장으로 활약한 건 아니었다. 인천은 골키퍼까지도 경쟁 체제를 구축해 경기력과 컨디션이 나은 선수를 경기에 내보냈다. 정산과 이태희가 이진형과 경쟁했다.

이진형은 “세 명이서 다 열심히 했다. 시즌 중반에는 주전에서 밀렸었지만 꾸준히 내 역할을 다하면 기회는 다시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감독님께서 가끔씩 기회를 주셨는데 그때마다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들쑥날쑥하게 경기에 출장하던 이진형이 주전으로서의 입지를 굳힌 건 지난 8월 제주와의 홈 경기에서였다. 이날 이진형은 제주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며 0-0 무승부에 일등공신이 됐다. 이진형은 “아무래도 제주전 이후로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그때부터 쭉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위기도 있었다. “언제가 가장 힘들었느냐”는 질문에 이진형은 이제는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포항 가서 5골 먹었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고 말한 그는 “한 골 한 골 먹다보니 어느새 5골이 됐다. 세 골을 넘어가면서 ‘더 이상은 먹지 말자’고 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5골을 먹었더라. 그 경기로 ‘멘탈’이 나갈 뻔했는데 일부러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그 다음 경기에서 흔들리지 않아 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지난 10월 14일 포항 원정에서 0-5 대패를 당할 때 활약하지 못했던 이진형은 그 바로 다음 경기인 대구와의 원정 승부에서 무실점 활약하며 팀을 0-0 무승부로 이끌었다.

이진형은 이 전남전에서 역대급 활약을 선보였다. ⓒ인천유나이티드

가장 결정적인 경기는 지난 5일 전남과의 원정 승부였다. 이 경기에서 인천은 웨슬리와 부노자가 퇴장을 당하는 악조건 속에서 9명이 경기에 임해야 했다. 하지만 2-2로 맞선 상황에서 이진형은 무려 세 번의 슈퍼 세이브로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 동안 K리그 팬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었던 이진형은 이 경기가 끝난 뒤 깜짝 스타가 됐다. 이진형에게 이 경기는 ‘인생 경기’였다. 완벽한 위기를 몸을 던져 막아내는 이진형의 모습은 철벽 그 자체였다. “2명이 퇴장 당하고 너무나도 어려운 경기였다. 2-2 상황에서 한 골만 더 먹으면 무너지는 상황이었다. 원정에서 9명으로 승점 1점이라도 따오자는 마음이었다.”

결국 이 경기에서 2-2 무승부에 성공(?)한 인천은 마지막 상주와의 경기에서도 2-0 승리를 따내며 K리그 클래식 잔류에 성공했다. 이진형은 상주전에서도 여러 차례 선방을 선보이며 무실점 승리를 이끌어냈다. 경기 후 이진형은 기뻐하면서도 가씀을 쓸어 내렸다. “잔류 경쟁을 처음 해보는데 이거 이렇게 끝까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이진형은 “전남전에서 이기고 잔류 경쟁을 끝냈으면 좋았을 것이다. 선수들끼리는 전남을 이기고 마지막 상주전에서는 여유 있게 지금까지 뛰지 못한 선수들이 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고 했는데 그걸 지키기 못해 미안한 마음도 크다”고 밝혔다.

올 시즌 인천 주전 골키퍼 경쟁은 치열했다. 이태희는 올 시즌 10경기에 출장했고 정산도 12경기에 나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진형의 인기는 대단하다. 잔류가 확정된 뒤 선수들이 관중석에 올라가 세리머니를 하는 동안에도 이진형의 인기는 엄청났다. 주장 최종환과 군대에 가는 ‘원클럽맨’ 김도혁, ‘이기는 형’ 이기형 감독에 이어 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을 정도였다. 그가 마이크를 잡아 여기저기에서는 이진형을 외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K리그 클래식에 단 한 번도 서본 적 없던 이진형은 그렇게 K리그 클래식을 경험한 첫 시즌에 일약 스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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