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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인천=김현회 기자] 여름은 겨울에 힘을 쓰지 못했다. 상주상무 여름이 퇴장 당하며 팀을 위기에 빠트리고 말았다. 상주상무는 1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KEB 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인천유나이티드에 0-2로 완패하고 말았다. 이로써 상주는 11위를 기록하며 K리그 클래식 잔류를 위해 부산아이파크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상주는 출발이 좋았다. 전반부터 인천을 압도하며 좋은 경기를 펼쳤다. 김병오와 김태환이 좌우를 바꿔가며 측면을 공략했고 주민규도 최전방을 듬직하게 지켰다. 중원에 포진한 여름과 이종원도 인천 공격을 차단하면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전반 인천은 슈팅을 2개밖에 기록하지 못한 반면 상주는 슈팅을 6개나 뽑아냈다. 유효슈팅 수에서도 상주가 전반 동안 3개를 기록하는 동안 인천은 단 하나도 뽑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활발하게 움직이던 김병오가 전반 30분 어깨부상으로 교체된 것이었다. 상주 김태완 감독은 김병오 대신 신진호를 투입했다. 물론 이 교체 후에도 상주가 인천을 계속 압도했다. 같은 시각 전남드래곤즈는 대구FC와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상주와 인천, 전남은 리그 10위를 놓고 싸우는 상황이었다. 인천이 승점 36점으로 근소하게 앞서 있었고 전남과 인천은 승점이 35점으로 같았다. 하지만 다득점 원칙에 따라 전남(53골)이 상주(41점)보다 유리했다. 상주가 확실하게 잔류를 확정짓는 방법은 인천을 잡는 것이었다.

전반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그런데 전반 44분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장면이 나왔다. 상주 여름이 상대에 발을 높게 들어 반칙을 범한 것이다. 이 순간 주심이 카드를 꺼내려 하자 상주 선수들이 달려들어 주심에게 어필했다. 좋지 않은 느낌을 상주 선수들도 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고형진 주심은 선수들을 진정시킨 뒤 카드를 꺼내들었다. 빨간색이었다. 여름의 플레이를 고의적이라고 판단해 퇴장 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압도적인 경기력에도 전반을 0-0으로 마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컸지만 여름의 퇴장으로 인한 부담은 더 컸다.

후반 들어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수적 우세를 앞세운 인천의 공세가 시작됐다. “전반전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한 뒤 후반전에 승부를 보겠다”던 이기형 감독의 의중이 딱 맞아 떨어졌다. 전반전에 보여준 상주의 모습이 더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후반 7분 만에 마침내 0-0의 균형이 깨졌다. 인천 문선민이 페널티 박스에서 상대 수비 세 명을 제친 뒤 골을 뽑아낸 것이었다. 문선민이 때린 공은 골대를 맞고 골 라인 안으로 들어갔다. 전반전을 잘 치른 상주는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거기에 후반 13분에는 문선민의 패스를 이어받은 김도혁의 골까지 이어졌다.  상주는 완전히 추격 의지를 잃었다. 같은 시각 전남도 대구에 0-1로 패했지만 인천이 진 상주는 전남을 추격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전반을 압도했던 상주로서는 여름의 공백이 클 수밖에 없었다. 김태완 감독은 "여름의 공백을 신진호로 메우려 했지만 잘 안 됐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부산과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리그 징계가 이어지지 않는 걸로 안다. 하지만 여름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 부상에서 회복한 신진호로 이 자리를 대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름은 과거 “이름이 여름이라 날이 더워지면 더 힘을 발휘하는 것 같았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던 적이 있다. 특이한 이름으로 <나는 남자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도 있다. 하지만 쌀쌀한 날씨 속에 펼쳐진 겨울 축구에서 여름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결국 팀을 강등 위기로 빠트리고 말았다. K리그 클래식 11위에 머문 상주는 오는 22일과 26일 K리그 챌린지에서 아산을 제압한 부산과 승강 플레이오프 두 경기를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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