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챌린지 준플레이오프를 앞둔 아산 선수단에 단골집 사장님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 아산 무궁화 제공

아산무궁화와 성남FC가 K리그 클래식 승격 문턱에서 만났다. 아산과 성남은 오늘(15일) 저녁 7시 아산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K리그 챌린지 준플레이오프 단판 승부를 치른다. 외나무다리에서 살아남은 팀은 오는 18일 부산아이파크와 또 한 번 격돌해 K리그 클래식으로 가기 위한 승부를 펼쳐야 한다. 오늘 운명의 한판을 앞두고 그 열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스포츠니어스>는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준비했다. 진지한 분석 따위는 집어 치우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 팀만 생존하는 치열한 승부를 앞두고 두 팀은 같은 꿈을 꾸고 있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창단 첫 해임에도 불구하고 아산 무궁화는 빠르게 지역 사회 속으로 녹아들고 있다.

올 시즌 K리그에는 낯선 지역명이 등장했다. 바로 아산이다. 소도시 아산에 시민구단도 아닌 무궁화(경찰) 축구단이라니, 우려는 많았다. 자칫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하지만 기우였다. 아산은 창단 첫 해를 아주 성공적으로 보냈다. 단순히 K리그 챌린지 준플레이오프(준PO)에 진출했기 때문이 아니다. 아산은 지역 사회에 적극적으로 녹아들고 있었다.

아산은 '비타민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그 중 '비타민 하우스'는 아산의 소상공인들을 위한 시스템이다. 소상공인들은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일정액을 후원하고 구단은 그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공동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을 진행한다. 벌써 여러 업체들이 '비타민 하우스'에 가입해 아산을 응원하고 있다.

그들은 이제 아산과 함께하는 가족이다. 그만큼 이번 준PO에서도 아산의 승리를 간절히 바랄 수 밖에 없다. 아산의 승리는 그들의 자부심이나 마찬가지다. 아산에서 '풍기반점'이라는 중화요리 식당을 운영하는 신은복 씨에게 아산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부탁했다. 그녀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이야기를 <스포츠니어스>에 들려줬다. PPL이 아니라는 사실을 먼저 알린다.

"아산 선수들이 먹었던 가장 비싼 요리는…"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근처에 위치한 풍기반점, 이곳은 아산 선수들이 즐겨찾는 맛집 중 하나다. 아산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여기서 밥 먹으려고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정도다"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신 씨의 말도 다르지 않았다. "여기 와서 정말 맛있게 드시고 가세요. 잘 드시는 모습이 굉장히 보기 좋아요. 다 먹고 나서도 항상 잘 먹고 간다고 정말 맛있다고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남기지도 않아요."

그렇다면 가장 이곳을 즐겨찾는 최고의 단골은 누구일까? 신 씨는 "얼굴과 이름이 잘 맞춰지지 않아서…"라면서도 가장 먼저 골키퍼 박주원의 이름을 꺼낸다. 이후 김동철, 구대영, 이주용 등 아산 선수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온다. 그냥 아산 선수들은 다 단골이라고 보면 된다. "선수 세 명이 오면 탕수육 대 사이즈에 각자 짜장면이나 짬뽕, 볶음밥 이런 거 시켜 드세요." 선수들의 메뉴까지 훤히 꿰고 있다.

특히 최근 입대한 신병들은 더욱 이곳을 즐겨찾는다는 것이 신 씨의 귀띔이다. 한창 '싸제' 음식이 먹고 싶을 때다. 달콤한 짜장면과 얼큰한 짬뽕, 그리고 바삭한 탕수육은 신병들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확실히 신병 선수들이 자주 찾아오세요.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축구선수가 아니라 신병에 더 가깝달까요? 마음이 짠할 때도 있어요."

입대 전에는 꽤 많은 연봉을 받던 선수들이지만 아산에 와서는 의경의 월급을 받는다. 많은 것들이 소박해질 수 밖에 없다. 먹는 것도 그렇다. "한 번은 오셔서 깐풍기랑 깐쇼새우를 주문하더라구요. 그게 제가 기억하는 제일 비싼 메뉴였어요." 아직 아산 선수들은 이 집의 최고 고가 요리인 '송이전가복'까지는 먹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마 전역 메뉴가 되지 않을까? 승격하면 부대장님이 사줄까? 앞으로 도전해야 할 요리가 많으니 더 승승장구해야 하지 않을까?

"더 번창해서 더 후원하고 싶어요"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작은 중국집일 수 있지만 풍기반점은 확고한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다. 바로 '상선약수'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이는 중국의 사상가 노자의 사상에서 비롯된 말이다. 모두가 이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은 사장의 철학이 담겨있다. 그래서 풍기반점은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데 만족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그 이상을 향한다.

"음식이 만들어지고 손님의 입으로 들어가기까지 참 다양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요. 저희는 이 모든 과정들이 선순환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잠시만요. (네. 단무지 갑니다.) 누구든지 저희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고 식사 한 끼에 행복해질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이와 더불어 우리 가게와 거래하는 다른 업자들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죠."

우리 동네 축구팀을 응원한다는 작은 표식이다 ⓒ 아산 무궁화 제공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풍기반점은 지역 사회 공헌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아산의 불우 이웃이나 장애인 센터에 꾸준히 후원을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에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했다. 아산 무궁화 후원의 집 개념인 '비타민 하우스'에 참여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저희가 번 만큼 환원해야죠. 사업이 더욱 번창한다면 저희는 그만큼 더 많이 후원하고 싶어요." 향후 아산의 A보드에 '풍기반점'이라는 이름이 등장할 지도 모르겠다.

"아산이 이길 겁니다, 한 골은 서비스"

과감하게 신 씨에게 오늘 경기 스코어 예측을 부탁했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3-1"이라는 스코어를 내놓았다. 물론 아산의 승리였다. 예상 외로 현실적인 답을 내놓았다. 그녀의 시나리오에는 아산이 1실점을 하는 것도 들어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한 골도 안내주면 정이 없잖아요. 군만두 같은 서비스라고 봐주세요." 충청도 인심, 정말 최고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 아산의 승리를 간절하게 기원하고 있다. 그들의 승리가 곧 자신의 승리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우리 집에서 맛있게 드시고 그 힘으로 경기에 나선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정성껏 만든 음식으로 선수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경기장에 쏟아낼 수 있다면 그만큼 기쁜 일이 어디에 있을까요?"

그러면서 그녀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괜찮다"는 말을 꼭 선수단에 전해달라고 한다. 선수들의 노력을 그녀 역시도 지켜봤기 때문에, 그리고 아산이라는 지역을 위해 힘껏 노력하기 때문에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럽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그녀는 다른 아산 팬들과 다를 바 없는 소망을 드러내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꼭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해서 우리 동네 아산을 널리 알려주세요. (다른 전화를 급하게 받으며) 네. 방금 출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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