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은 최근 대표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선보였다. ⓒ 세르비아 축구 협회

[스포츠니어스 | 명재영 기자] 친선 경기 두 경기에 불과하지만 많은 것을 얻었다. 갈 길이 멀지만, 마냥 어둡지는 않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이 친선경기 2연전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 10일에는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3위인 콜롬비아를 2-1로 꺾었다. 박지성-이영표 세대의 은퇴 이후 최고의 경기력을 펼친 경기라는 평도 나온다. 14일에는 세르비아를 상대로 1-1 무승부를 거뒀다. 후반 페널티킥 판정에 대한 의구심이 있지만 발전한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다.

많은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확실한 건 지난 10월의 두 경기와는 완전히 달랐다는 점이다. 지난달 유럽으로 원정길을 떠난 신태용호는 러시아에 2-4, 모로코에 1-3로 완패하면서 최악의 여론을 맞이한 바 있다. K리그 선수들의 이탈 등 여러 외부적 요소가 있었지만, 선수들의 의지부터 감독의 전술까지 모든 것이 엇나갔던 시기였다.

신태용호는 국정감사까지 간 히딩크 논란까지 겪으며 출항 반년도 안돼 좌초 위기에 빠졌지만 일단은 긴급 수리에 성공한 모양새다. 짧은 한 달의 시간이지만 이 사이에 축구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대한축구협회의 수뇌부가 물갈이됐다. 김호곤 전 기술위원장을 비롯해 기존의 실세들이 물러났다. 그 자리에는 홍명보, 박지성 등 젊은 피들이 수혈됐다. 물론 이러한 인사(人事)가 대표팀의 경기력에 영향을 끼쳤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행정 권력의 교체였기 때문이다.

대표팀의 경기력에 영향을 줄 만한 변화로는 토니 그란데 수석코치와 하비에르 미냐노 피지컬 코치의 부임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2008년부터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인물들로 우리 대표팀에 온다는 소식 자체로 이슈가 될 만큼 많은 명성을 쌓았다. 대표팀에 합류한 지 열흘 남짓이지만 벌써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훈련법부터 전술 조언까지 우리가 기대했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여론도 이들에 호의적이다. 이 둘 덕분에 이번 친선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의견도 있다. 부정할 수 없다. 어떠한 형태로든 대표팀에 힘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스페인 코치들 덕분이라는 의견에는 많은 의문이 든다. 축구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리오넬 메시도 팀의 패배를 막지 못할 때가 있다. 하물며 아직 벤치에도 앉지 않은 코치 두 명이 팀을 새롭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거의 신화 수준이다

콜롬비아ㆍ세르비아전의 성과는 우리 선수단 모두의 헌신 덕분이다. 절치부심했을 신태용 감독과 기존 코치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한 23인 선수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노력을 빼고는 대표팀의 변화를 논할 수 없다. 그란데와 미냐노 두 코치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신화적 칭송은 도리어 대표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우리 대표팀에는 채워야 할 점이 너무나도 많다. 국내에서 열린 친선 경기 두 경기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월드컵 본선에서의 최약체라는 사실은 여전하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야 제대로 된 출발점에 선 느낌이다. 이 팀을 이끄는 신태용 감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본인이 극복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는 곤란하다. 대표팀을 위한다면 넓게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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