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색과 방향 알려준 ‘이근호의 품격’


이런 공격수가 한 명 정도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 강원FC 제공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한국 축구가 변했다. 팬들이 원하는 경기는 이런 경기다. 신태용 감독은 방향을 정확히 잡았다. 그리고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의 색과 방향을 이근호가 실현했다.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콜롬비아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뒀다. 결과가 중요하지 않은 경기였다. 내용이 중요했다. 그런데 이근호의 움직임은 전반 10분 손흥민의 골도 만들어냈다. 내용과 결과 모두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신태용호 3기의 과제는 ‘거친 축구’였다. 많은 활동량이 필요했고 저돌적으로 뛰었어야 했다. 이근호는 신태용호 3기의 과제를 그대로 실현했다. 그가 정말 서른 살이 훌쩍 넘은 베테랑인지 의심할 정도였다. ‘베테랑’의 품격이 노련함이라고 했던가. 그에게는 노련함보다도 절실함이 보였다.

대단하다. 원래 잘하는 선수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 밤 이근호는 특별했다. 그는 나이도 잊은 듯했다. 베테랑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듯했다. 그는 전성기 시절 박지성처럼 뛰었다. 팀의 최고참이 전방에서 콜롬비아 선수들과 몸을 부딪치며 계속 뛰어다녔다. 그와 함께 뛰는 어떤 선수가 게을리 뛸 수 있을까. 대한민국 축구는 이근호처럼 뛰어야 한다.

다른 선수들이 뛰지 않은 것은 아니다. 권창훈, 고요한뿐만 아니라 11명의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뛰는 것이 느껴졌다. 신태용 감독과 코치진이 선수단에 철학을 불어 넣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이근호는 신태용 감독의 뜻을 선수단에 온몸으로 전달했다. ‘이렇게 뛰라’고.

이근호와 대표팀은 정말 전쟁터에 나간 전사처럼 싸웠다. 정말 오랜만에 축구다운 축구를 했다. 콜롬비아 선수들과 언쟁이 있을 때도, 가벼운 몸싸움이 있을 때도 주눅 들지 않았다. ‘순한 축구’를 해왔던 한국은 충분히 거칠었다. 가정을 꾸리고 얌전히(?) 지냈던 기성용도 예전 우리가 기억하던 든든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 선봉에 이근호가 있었다. 신태용이 한국 축구를 새롭게 빚어냈다면 이근호가 한국 팀에 영혼을 불어넣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전반전을 마치고 이정협과 교체됐다. 45초처럼 지나간 전반전이었지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국 축구의 색과 방향을 그대로 그라운드에 남겨둔 채 떠났다. 선수들은 멈추지 않았다. 이근호의 도움으로 선제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그는 콜롬비아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며 후반 16분 추가 골을 넣었다. 비록 후반 30분 사파타에게 실점했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오늘 승리의 원동력은 누가 봐도 이근호다. ‘거친 축구’ 실현의 원동력도 이근호다. 오늘은 이근호가 한국 축구고 한국 축구가 이근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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