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의 공개연예] 홍보대사 러블리즈는 어디로 갔나?


러블리즈
K리그 홍보대사 <러블리즈>는 K리그 경기장에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울림엔터테인먼트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올 시즌 K리그 개막을 앞두고 프로축구연맹에서는 깜짝 놀랄 만한 발표를 했다. K리그 홍보대사로 가수 <러블리즈>와 박재정을 위촉한다는 것이었다. 이 둘은 지난 2월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홍보대사 위촉장을 받았다. 많은 이들의 관심은 박재정보다는 그래도 <러블리즈>였다. 인지도 면에서도 <러블리즈>가 훨씬 더 앞서 있었고 K리그에 여성 팬보다 남성 팬이 더 많은 탓도 있었다. K리그 팬들은 <러블리즈>가 K리그를 더 많이 알려주길 응원했다. 하지만 올 시즌 막판이 된 최근 K리그 팬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달라졌다. 박재정에게는 찬사를 보내면서 <러블리즈>에는 적지 않은 비판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박재정과 <러블리즈>의 전혀 다른 행보
박재정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활동했다. K리그 전 구단 경기장 방문 공약을 내걸고 전국 각지 경기장을 누볐다. 이뿐 아니라 포털 사이트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축구 칼럼도 연재 중이다. 그의 글에는 K리그에 대한 애정과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연맹이 제작하는 K리그 프리뷰쇼에도 출연했다. 가수가 되기 이전부터 축구를 너무나도 좋아해온 그는 ‘성공한 축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박재정은 최선을 다해 홍보대사 역할을 수행했다. 연맹 관계자도 박재정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른 스케줄과 겹치면 우선적으로 K리그 일정을 고려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박재정은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K리그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나타냈고 홍보도 잊지 않았다.

반면 <러블리즈>는 말뿐인 홍보대사다. 시즌 초반 연맹과 함께 K리그 홍보 영상을 제작하고 지난 3월 한국과 시리아와의 A매치 경기장에서 K리그 유니폼을 들고 찍은 사진이 연맹 공식 SNS에 올라온 게 전부다. <러블리즈>는 “4월엔 K리그에서 만나자”고 했지만 단 한 번도 경기장에 온 적이 없다. 아니 단 한 번도 K리그에 대해 언급조차 한 적이 없다. 지금도 경기장에 가면 경기 시작 전 <러블리즈>의 뮤직비디오가 전광판을 통해 흘러 나오며 그녀들을 K리그 홍보대사라고 친절히 설명하지만 러블리즈는 K리그를 위해 한 일이 아무 것도 없다.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 때 “멤버 모두가 어릴 적부터 축구장을 다녔던 기억이 있었고 2002년 월드컵의 추억이 있다. 홍보대사로 K리그 경기장을 누비며 K리그를 널리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한 건 그냥 립서비스였다.

박재정과 비교해 보면 더 씁쓸한 일이다. 박재정 만큼의 왕성한 활동을 바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성의는 보였어야 한다. 연맹 관계자는 “<러블리즈>가 아예 활동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홍보 영상도 찍었고 4~5월에는 제법 활발히 홍보대사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며 워낙 스케줄이 바빠 홍보대사 활동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K리그 팬들이라면 뒷목을 잡을 만한 일이 발생했다. 연맹의 말대로라면 앨범 발매 이후 가장 바빠야 할 지난 8월 <러블리즈>는 대전까지 가 시구와 시타를 했다. 라이벌 종목 현장에 간 걸 지적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스케줄이 바빠 K리그 홍보대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게 핑계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러블리즈>는 야구장에 가 신나게 춤을 추며 응원도 열심히 했다.

박재정
박재정은 이렇게 전국 각지를 돌며 K리그를 알리고 있다. ⓒ인터넷 방송 화면 캡처

‘홍보대사’는 ‘광고모델’ 아니다
<러블리즈> 입장에서는 K리그는 단가(?)가 안 나오는 분야다. 연맹은 홍보대사가 경기장으로 날아갈 경우 차비에 약간의 수고비를 더 얹어주는 정도다. 박재정은 그래도 K리그 일정을 우선 순위로 놓고 열심히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러블리즈>는 그럴 마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름 걸어놓고 위촉장 하나 받으면 그만인 홍보대사를 원하는 걸까. 차비에 약간의 수고비를 받는 정도로는 움직일 생각이 없다. 너무 바빠서 스케줄이 맞지 않는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 그들에게는 홍보대사도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다. 자본주의 논리를 보면 이게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홍보대사는 ‘광고모델’이 아니다. 홍보대사는 이름과 얼굴을 활용해 단체를 알리는 일종의 ‘재능기부’이자 ‘명예직’이다. 원래 받던 금액을 다 받으면서 가 얼굴을 비추는 ‘광고모델’이 아니라는 말이다.

<러블리즈> 소속사에서 한 일이라고는 처음 연맹과 대화를 나눌 때 경기장에서 <러블리즈>의 뮤직비디오를 틀어도 저작권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것 정도였다. 연맹 관계자는 “K리그 구단에서 <러블리즈>의 초대 공연을 요구한 적도 없다. 행사비를 도저히 K리그 구단에서 맞출 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구단 입장에서는 추진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고 했다. 연맹 관계자의 말도 사실이지만 연맹이 <러블리즈> 활용법을 K리그 구단에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연맹 차원에서 한 일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연맹은 시즌 초반 영상 몇 개 찍고 SNS 활동 한 번 하고 <러블리즈>를 활용하지 못했다.

<러블리즈>는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여야 했다. 이렇게 자신들을 홍보하기 위해 넙죽넙죽 홍보대사 직함을 받으면 안 된다. <러블리즈> 멤버 8명은 올 시즌 홍보대사로 위촉되면서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 22개 경기장 어디든 무료로 출입할 수 있는 AD카드를 전달받았지만 단 한 번도 쓴 일이 없다. 그래도 형식적으로라도 SNS에서 몇 번 관심이라도 보여줬어야 한다. 그 정도도 하지 않을 거면 홍보대사 자격이 없다. <러블리즈> 뿐 아니라 많은 유명인이 홍보대사직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 순간부터 홍보대사는 많이 할수록 명망 있고 능력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적어도 홍보대사를 하려면 그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와 애정, 관심이 있어야 한다. 홍보대사 직함 받기를 무슨 소개팅 한 번 받듯이 하면 안 된다.

<러블리즈>와의 관계는 사실상 끝났다
또한 홍보대사를 ‘광고모델’ 정도로 생각하는 <러블리즈>도 문제지만 처음부터 진정성이 없어보이던 <러블리즈>를 위촉한 연맹도 잘못이 있다. <러블리즈>가 애초에 K리그 챌린지는커녕 K리그 클래식에라도 관심이 있는지 정도는 다 알아볼 수 있는 일 아닌가. 인지도 있는 이들 아무나 다 데려다 놓는다고 홍보가 될 거라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홍보대사를 위촉하려거든 홍보대사와 연간 할 수 있는 것들 정도는 미리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놓아야 할 것 아닌가. “홍보대사가 앨범 내고 바빠 홍보활동을 못 했다”는 건 연맹이 그만큼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처리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기본적인 애정이 있는 이를,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데려오자.

홍보대사는 따로 계약서를 쓰지 않는다. 비즈니스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계약 만료라는 게 없다. 2년째 K리그 홍보대사로 활동한 박재정도 마찬가지다. 연맹은 진심으로 성의를 보이는 박재정을 활용한 또 다른 콘텐츠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러블리즈>는 계속 함께 갈 이유가 없다. 연맹 관계자도 “앞으로는 더 진정성을 가진 홍보대사를 찾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에둘러 <러블리즈>와의 작별을 암시했다. 그렇다면 혹시라도 <러블리즈>가 오는 20일 열리는 K리그 대상 시상식에 축하공연을 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연맹 관계자는 “아직 추진한 적이 없다”고 했다. <러블리즈>는 K리그 대상 시상식에도 오지 않을 예정이다. <러블리즈>가 “4월에는 K리그에서 만나자”고 해 그녀들을 만나러 매주 K리그 경기장에 갔는데 <러블리즈>는 한 번도 못보고 <에머랄드 캐슬>만 두 번 보고 왔다. ‘발걸음’ 노래는 여전히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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