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O혁의 정체는? ⓒ 인천 유나이티드, 대구FC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무궁화체육단이 아산 무궁화 신입 선수 선발 합격자를 발표했다.

23일 경찰대학교는 무궁화체육단(의무경찰) 체육특기자 합격자를 발표했다. 이 중 축구 종목 합격자는 아산 무궁화에 입단해 병역의무를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합격자가 정확히 누구인지 우리는 쉽게 알 수 없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이름의 가운데는 'O'으로 표기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현회라면 '김O회', 조성룡이라면 '조O룡'이라고 표기한다.

그래도 우리는 어느 정도 쉽게 주인공을 찾아낼 수 있다. 골키퍼 포지션의 '양O모'는 수원 삼성의 양형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O종'이라는 이름을 보니 FC서울의 주세종도 군 입대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안O범'이라는 이름도 '안현범'과 '안진범'을 놓고 추측이 난무했지만 <스포츠니어스>가 확인한 결과 '안현범'이 맞았다. 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 이름이 하나 있었다. 바로 수비수 포지션으로 등록된 '김O혁'이라는 인물이었다.

각종 축구 커뮤니티에서 이 인물의 정체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김도혁일 것이라는 예측이 등장했지만 대구FC의 김진혁일 것이라는 의견 또한 등장했다. 김도혁은 미드필더고 김진혁은 수비수이기 때문에 김진혁이 맞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하지만 둘 다 확실하지 않았다. 그럴 때는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아산 무궁화, "아는데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가장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곳은 바로 아산일 것이다. 그래서 아산 무궁화의 홍보 담당자 최주훈 사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자동응답기처럼 무미건조한 말이 쏟아진다. "선수단 개인정보는 구단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당황해서 다시 전화기를 확인했다. 분명 구단 사무실이 아닌 최 사원의 개인 전화로 연락한 것이 맞다. 신분을 밝히니 그제서야 최 사원은 하던 말을 멈췄다. "제가 지금 당직인데 좀 피곤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아산 구단 사무실은 상당히 뜨겁다. 합격자 명단 발표 이후 응원하는 팀의 선수가 합격했는지 묻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계속해서 팬들의 전화가 오고 있습니다. 그 합격자가 자신이 아는 선수인지 묻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한 남성 팬은 내년 시즌 아산 유니폼의 가격을 묻기도 했다. "저희 아직 내년 유니폼 스폰서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라고 그는 푸념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전화를 받고 있는 그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혹시 김O혁이 누군가요? 김도혁? 김진혁?" 그러자 그는 아까와 같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선수단 개인정보는 구단의 소관이 아닙니다. 경찰대학에서 관리합니다. 저희는 이 부분에 대해 대답해드릴 수 없으니 경찰대학교에 전화하시는 게 빠를 겁니다." 이런 문의를 수십 통 받은 모양이다. 청산유수처럼 대답한다.

궁금해서 유도심문을 했지만 그는 철벽처럼 방어해냈다. 궁금하면 경찰대학에 물어보란 이야기였다. 그러면서도 "아산 취재 꼭 자주 와주세요"라는 당부를 한다. 더 이상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러면 본인은 정확히 누군지 아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면서 전화를 끊었다. "당연히 알죠."

대구 김진혁, "저 낮잠 자고 있었는데요"

아산에서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그렇다면 선수 본인에게 직접 답을 듣는 수 밖에 없었다. 먼저 '유력 후보'인 대구 김진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중'이라는 안내 음성이 들렸다. 몇 차례 시도 끝에 그와 전화가 연결됐다. 아마 합격 축하 전화가 상당히 많이 왔을 것이다. 그래서 통화가 이렇게 힘들었을 것이다. 그는 약간 피곤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산 합격을 축하한다. 소감을 듣고싶다"고 말하자 그는 한숨을 푹 쉬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저 군대 안갑니다." 알고보니 그는 올 시즌 입대 지원 서류도 제출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기자 혼자가 아니었다. "낮잠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쏟아져 들어왔어요. 벌써 입대 축하 전화만 7통 왔어요. '군대 안간다'고 말하는데 '수비수 김O혁이 너 아니면 누구겠냐. 거짓말하지 말라'고 믿지도 않아요."

낮잠자던 김진혁은 갑작스러운 전화 폭탄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 대구FC 제공

하지만 그 역시 아산 합격자 명단 발표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대구 팀 동료 중에 지원한 선수들이 있어요. 두 명이 붙었어요." 주인공은 김동진과 김선민이었다. 본의 아니게 '김O진'과 '김O민'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저도 언젠가는 군대에 가야죠. 하지만 올해는 아니었어요. 정말 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 마디 부탁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무래도 인천 김도혁 선수일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김도혁 선수와 일면식이 없거든요. 한 번 물어봐주세요. 만일 맞다면 왜 수비수로 하셨는지…"

인천 김도혁, "커피 마시느라 바쁜데…"

이제 남은 사람은 인천의 김도혁이었다. 분명 그가 맞을 것 같지만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 망설이면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도혁은 "바쁘다"라고 했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그는 항상 그랬듯이 팀 동료 문선민과 커피 한 잔 마시며 훈련의 고단함을 풀고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역시 '미스터 프라푸치노'라는 별명이 어울렸다. '하프스타'다운 도시남자이기도 했다.

이렇게 도시 라이프를 즐기는 김도혁에게 짬내 나는 질문을 던지기에는 미안했다. 하지만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혹시 군대 가느냐"고. 그러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시원하게 대답했다. "네. 저 이번에 아산 붙어서 내년에 가요." 합격자 명단에 있던 '수비수 김O혁'의 정체는 바로 인천 미드필더 김도혁이었다.

낮잠자던 김진혁은 갑작스러운 전화 폭탄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 대구FC 제공

김진혁에게 그랬듯이 이 대답도 믿겨지지 않아 수 차례를 다시 물어봤다. 그는 문선민의 이마를 걸고 진짜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확실했다. 프로 입단 후 인천에서만 100경기를 뛰었던 그가 내년부터 아산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병역의무를 수행할 예정인 것이다. "이왕 가는 군대 좀 일찍 갈 생각이었어요. 다행히 합격이 됐습니다."

그가 입대한다는 것은 확실히 알았다. 하지만 가장 궁금한 것이 남아있다. 이 혼란의 모든 원인은 그가 수비수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이유를 묻자 그는 웃으면서 "포지션은 큰 상관 없다고 해서 그렇게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예전에 풀백으로 뛴 적도 있는걸요."라고 대답했다. 딱히 반박할 수 없었다.

힘내라는 격려의 말을 전하자 그는 "지금은 입대보다 인천이 잔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산이 승격한다면 모를까 내년에 K리그 챌린지에서 친정팀을 만나고 싶지 않다. 반드시 인천을 K리그 클래식에 잔류시킨 다음 가벼운 마음으로 입대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원클럽맨' 다운 발언이었다. 하루를 뒤흔들었던 아산 무궁화의 '김O혁' 미스터리의 주인공은 인천 김도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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