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서포터스가 행동에 나섰다 ⓒ FC안양 서포터스 제공

[스포츠니어스|안양=조성룡 기자] FC안양의 서포터스가 본격적으로 시위에 나섰다.

FC안양의 서포터 법적 소송 계획 발표 이후 행동을 자제하던 서포터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22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C안양과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에서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이다. 아직까지도 구단과 서포터스의 갈등은 해결되지 않았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수선했던 22일 안양종합운동장의 모습을 소개한다.

경기장 바깥, 침묵 속에 나선 1인시위

22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는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 경기장 VIP 출입구 등 주요 길목에 서포터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검은색의 피켓을 들고 묵묵히 서있었다. 피켓에는 '응답하라 안양시장', '임은주는 사퇴하라'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서포터가 구단의 투명한 행정을 요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선 것이다.

안양 팬 송영진(30) 씨는 구단이 팬, 선수단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양이라는 팀은 100년 이상 가야 하는 구단이다"라면서 "현재 구단은 장기적인 비전보다는 당장의 성과, 당장의 수치 상승에 집중하고 있다. 내가 죽을 때까지 승격하지 않아도 괜찮다. 대신 튼튼한 구단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양 팬이 경기장 주출입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스포츠니어스

그는 또한 "구단이 본질적인 것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프로축구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선수단 지원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송 씨는 "구단이 선수단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투자했는지 의문이다"라면서 "적어도 재정이 열악하다면 어떤 부분에서 힘든지 공유하고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 선수단도 불만이 많다. 그래서 우리가 이 자리에 섰다"라고 말했다.

다른 곳에서 피켓을 들고 있던 오승훈(29) 씨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안양LG 시절부터 팬이었다고 밝힌 그는 "연고이전 이후 많은 고생을 했고 정말 힘들게 구단이 탄생했다. 그런데 이 구단이 망가져가고 있다. 이를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어서 이 자리에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단이 투명해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시작과 함께 울려펴진 "임은주는 사퇴하라"

안양 팬들의 시위는 경기장 밖에서 끝나지 않았다. 경기 시작 후 서포터석은 응원이 아닌 시위의 목소리로 가득찼다. 안양 서포터스는 '임은주는 사퇴하라 응답하라 안양시장', '시장님! 보고만 계십니까?', '입만 열면 거짓말' 등의 현수막을 들고 전반전 내내 구호를 외쳤다. "임은주는 사퇴하라 응답하라 안양시장!"

안양 서포터스 연합 RED 대표인 유재윤 씨는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에서 "구단에 대한 시의 감사 이후 몰랐던 사실까지 추가적으로 밝혀졌다. 이는 구단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전력분석코치 등의 영입으로 열악한 재정 상황에서 약 3600만 원을 이사회의 승인 없이 인건비를 지불했다"면서 "임 단장은 우리 구단에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부도덕한 행동까지 최근 법정 공방으로 드러났다. 사퇴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위를 기획했다"라고 밝혔다.

유 씨는 최근 안양 구단이 고소하겠다고 밝힌 당사자기도 하다. 얼마 전 <스포츠니어스>를 통해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 부분에 관련해 그는 "고소에 대한 뜻은 존중한다"면서도 "내가 임 단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임 단장 개인의 이름으로 고소를 진행하면 된다. 하지만 구단의 명의로 고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구단의 힘을 이용해서 사적인 일을 진행한다는 뜻이다"라고 지적했다.

전반전이 종료되고 관중석에는 순간적으로 긴장감이 조성됐다. 시위를 막 마친 서포터스에게 경찰이 찾아온 것이다. 경찰관은 안양 서포터스에게 "집회 신고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서포터스는 항의 시위를 전반전에 한해 진행했다. 이미 시위는 끝났다. 따라서 큰 충돌 없이 경찰과의 면담은 마무리됐다. 갑작스럽게 경찰이 방문한 이유는 한 시민이 해당 시위에 대해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양 팬이 경기장 주출입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스포츠니어스

한편 응원석 한 켠에는 이와 반대되는 현수막을 든 사람들도 있었다. 'FC안양과 임은주 단장님을 응원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들은 안양 홈 경기 때마다 임은주 단장을 응원하던 사람들인 것으로 보였다.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방해하지 말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평소 일반석에 머무르다가 서포터석으로 자리를 이동한 이유를 묻자 "사람이 많이 와서 그랬을 뿐이다. 우리는 항상 이 현수막을 펼쳐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항상 경기장에 설치해온 걸개와 별도로 몇 개의 현수막을 더 준비했다. 서포터스가 걸개를 들 때 그들은 함께 '맞불 걸개'를 들었고 서포터스가 내릴 때 그들도 함께 내렸다. 뒤돌아서는 기자에게 한 중년 남성이 서포터스를 가리키며 날카롭게 외쳤다. "경기에 집중 안되게 저게 뭐하는 짓이에요? 방정이나 떨고 말이야. 가서 당장 막으세요!" 기자는 그럴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끝이 안보이는 싸움, 해결은 가능할까?

본격적으로 안양 서포터스가 경기장에서 시위를 시작한 것은 오늘(22일)이 처음이지만 이 갈등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증폭되어 왔다. 9월 13일 안양 구단이 서포터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한 이후 계속해서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갈등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서포터스는 임은주 단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구단은 그럴 생각이 크게 없어 보인다.

안양 서포터스는 임 단장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계속해서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유 씨는 "시즌이 끝난다고 임 단장의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 임 단장이 사퇴할 때까지 서포터스는 계속해서 집회 등에 나설 것이다"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집안 싸움'이 점점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앞서 <스포츠니어스>는 안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현재 그 상황에서 변한 것은 없다. 여전히 구단과 서포터스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해결의 기미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 '강대 강'의 구도다. 이럴 때는 누군가 중재 또는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 '응답하라 안양시장'이라는 서포터스의 구호처럼 이필운 안양시장이 나설 필요 또한 있어 보인다.

이날 안양은 부산에 1-2로 패하며 마지막 홈 경기를 초라하게 마쳤다. 6,417명의 구름 관중이 모인 가운데 거둔 결과라 더욱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경기력은 실망스러웠고 그라운드 바깥은 이런저런 일로 시끄러웠다. 안양의 2017 시즌은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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