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서울=명재영 기자] K리그 최고의 흥행카드도 거대한 태풍을 견디지 못했다.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35라운드에서 FC서울이 수원삼성과 2-2로 비기면서 올해 마지막 슈퍼매치가 무승부로 끝났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27,257명의 관중이 찾았다. 서울에서 열린 슈퍼매치치고는 저조한 수치로 2만 대의 관중 수는 우천 시의 수준이다. 볕 좋은 가을날에 열린 경기로 평소 같았으면 4만 명 이상의 관중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관중석 상단부의 통천이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사전 예매율이 기대치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서울 구단은 평상시 통천으로 좌석 규모를 조정하는데 대부분의 슈퍼매치에서는 이 통천을 걷었다. 그만큼의 수요가 예상됐고 실제로 많은 관중이 들어찼기 때문이다.

그동안 어떤 상황 속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흥행을 보장했던 슈퍼매치마저도 적지 않은 팬들의 외면을 받은 셈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참사 직후의 맞대결에서도 46,549명의 관중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슈퍼매치의 저력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달랐다. 국가대표팀과 K리그가 모두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팬들의 신뢰를 잃었다. 현재로서는 축구 자체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슈퍼매치의 당사자인 서울과 수원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 것도 하나의 이유다. 4위와 5위로 나란히 리그 상위권에 있지만 양 팀 모두 최근 경기력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았고 이는 자연스럽게 관중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날 경기에서도 전반전은 다소 지루한 양상으로 흘러갔고 후반전에서야 불꽃이 튀었다. 역전을 거듭한 끝에 후반 추가시간까지 골이 터지면서 박진감이 이어진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최근 몇 년간 슈퍼매치의 흥행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제는 현실이 됐다. 제아무리 슈퍼매치라도 이러한 상황 속에서는 홀로 흥행을 이끌 수 없다. 축구 구성원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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