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상무 주민규는 대표팀에서 기회를 부여받을 만한 충분한 능력을 지녔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나는 주민규가 대표팀에 뽑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 12월 열리는 동아시안컵은 해외파 없이 K리그 선수들로만 치러야 하는데 이럴 때면 주민규를 반드시 테스트 해봐야 한다. 물론 나는 주민규로부터 밥 한 번 얻어 먹어본 적 없다. 심지어 주민규는 내가 ‘존재 자체가 민폐인 팀’이라고 평가했던 고양 자이크로에서 데뷔해 2년 간 뛰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주민규가 대표팀에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그는 ‘주님’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성장했다. 지금부터 주민규가 대표팀에 뽑혀야 하는 이유를 꼽아보겠다.

1. 김신욱과 양동현 공존은 어렵다

김신욱은 대표팀 붙박이 공격수다. 양동현은 K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 둘이 최근 들어 K리그에서 다소 침체에 빠진 모습에 머물러 있지만 그래도 이 둘은 여전히 K리그 최정상급 공격수다. 마음 같아서는 김신욱과 양동현, 주민규가 함께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하지만 플레이가 겹치는 선수를 같이 선발하는 건 무리다. 완벽히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플레이 스타일이 엇비슷한 김신욱과 양동현의 공존은 어려워 보인다. 대표팀에는 둘 중 한 명만 뽑을 수밖에 없다.

물론 양동현도 굉장히 좋은 공격수지만 그래도 대표팀에서 김신욱이라는 카드를 버리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급할 때 최전방에 박아두고 공중볼 다툼을 하기에는 김신욱만한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이 내 생각과는 다르게 김신욱 카드를 포기하고 양동현 카드를 선택한다고 해도 이의를 제기하기에는 어렵다. 하지만 단 하나 상기해야 할 점은 이 둘의 공존은 쉽지도 않고 공존을 실험할 만큼 절박하거나 중요하지도 않다는 점이다. 그러면 비는 공격수 한 자리는 훨씬 더 투박하고 저돌적인 스타일의 주민규가 차지할 수도 있다. 물론 주민규도 그다지 빠른 선수가 아니라는 점은 약간 걱정이다. 그러면 뭐 어떤가. 김태환을 같이 뽑으면 되지.

2. 최근 경기력이 가장 좋다

7경기에서 11골. 4번의 멀티골. 수원삼성 조나탄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상주상무 주민규가 최근 보여준 성적이다. 주민규는 올 시즌 29경기에 출장해 15득점 6도움을 뽑아내며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7경기 연속골은 2013년 이동국, 2016년 조나탄과 함께 K리그 클래식 최다 연속골 타이 기록이다. 올 시즌 프로축구연맹이 선정하는 베스트11에도 4번이나 선정됐고 이중 세 번은 라운드 MVP로 꼽히기도 했다. 조나탄과 자일, 데얀 등 외국인 공격수들이 맹위를 뽐내는 상황에서 어느덧 양동현(18골)을 턱밑까지 추격하며 국내 선수로서는 가장 좋은 몸놀림을 보여주고 있다. 21개의 공격 포인트로만 치자면 전체 공격수 중 조나탄(20득점 3도움)에 이어 2위다.

지금껏 대표팀 차출은 최근 경기력과 컨디션 이외에 인지도나 경력이 많이 반영됐다. 경기력이 좋지 않아도 이제껏 대표팀에서 보여준 게 있으면 대표팀에 가 컨디션 조절을 하는 일도 잦았다. 그러면서 당연히 대표팀 선발 과정에 대한 잡음도 흘러 나왔다. 당연히 대표팀은 현재 경기력이 가장 좋은 선수들이 가야 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답은 주민규다. 29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21개나 올린 공격수가 있다면 귀화를 시켜야 한다. 아, 그런데 주민규는 심지어 우리나라 선수다. 귀화가 필요 없다. 그냥 뽑으면 된다. 아직 대표팀 경험이 없어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러면 뭐 어떤가. 김태환을 같이 뽑으면 되지.

이런 골 세리머니는 아무나 못한다. 7경기 연속골을 넣은 선수만이 할 수 있다. ⓒ프로축구연맹

3. 새로운 얼굴 찾는 건 감독의 의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이후 이정협을 파격적으로 대표팀에 발탁했다. 그가 부임 초기 찬사를 받은 것도 이런 새로운 선수를 과감히 발탁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차범근 감독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당시 실업축구에서 뛰던 진순진(할렐루야)를 깜짝 발탁해 여러 번 테스트하기도 했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감독이라면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얼굴을 발굴해 내는 건 감독으로서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실패로 돌아가도 도전과 실험 자체로도 박수를 받아야 한다. 늘 같은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뛰었다면 지금도 대표팀에는 고종수와 안정환이 뛰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자꾸 변화를 줘야한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 시절인 2015년 동아시안컵 50인 예비 명단에 들었던 주민규가 완벽히 새로운 얼굴은 아니지만 신태용 감독은 주민규를 뽑음으로서 이런 의무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 또한 신태용 감독은 최근 들어 경기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는데 이럴 때면 아예 분위기 전환을 위해 새로운 얼굴을 과감히 발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차피 욕을 먹을 거 그래도 동아시안컵에 이동국과 염기훈을 기용해 패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새로운 얼굴인 주민규를 기용하고 지는 게 할 말은 생기기 때문이다. 더 많은 선수를 대표팀에서 활용해 보고 싶다면 주민규와 함께 김태환을 같이 뽑으면 된다.

4. 다른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최근 대표팀은 공격에서부터 수비까지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그래도 수비진에서는 김민재(전북현대)를 발굴했다는 게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이 기세라면 김민재가 중앙 수비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여러 선수들이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격진은 지금껏 이런 경쟁이 부족했다. 손흥민이 붙박이 공격수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지동원이나 이근호, 김신욱, 황희찬, 석현준 등이 대표팀을 오가는 수준이다. 누구 한 명 확실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이도 없지만 그렇다고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고 있다.

이 상황에서 아예 새 인물 한 명이 투입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시청률이 좋지 않은 드라마에 갑자기 갈등을 일으킬 인물 한 명을 투입해 시청률을 끌어 올리는 것처럼 이 상황이라면 주민규 같은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 긴장감을 조성해야 한다. 주민규의 발탁은 기존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언제든 밀려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다른 K리그 선수들에게도 “능력만 보여준다면 당장 대표팀에 뽑힐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김민재의 등장으로 중앙 수비수들의 경쟁이 생기고 공격진도 주민규를 발탁해 경쟁하는데 풀백 자원은 여전히 고민이라면 김태환을 같이 뽑으면 된다.

이런 골 세리머니는 아무나 못한다. 7경기 연속골을 넣은 선수만이 할 수 있다. ⓒ프로축구연맹

5. 약팀에 필요한 선수다

이런 말 하는 건 정말 자존심이 상하는데 한국 축구는 약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중국한테도 뒤진다. 동아시안컵에서도 중국과 일본 등을 상대로 고전할 것이고 내년에 참가하는 월드컵에서는 같은 조의 모든 팀들에게 1승 제물 소리를 들을 것이다. 우리가 상대보다 약하다는 걸 이제는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주민규가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보여주는 모습이 어떨지 굉장히 궁금하다. 주민규는 고양 자이크로와 서울이랜드를 거친 뒤 현재는 상주에서 뛰고 있다. 앞선 두 팀 모두 상대를 압도하는 기량이 아니었고 상주 역시 K리그 클래식에서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약한 팀 공격수는 상대적으로 한 경기에서 많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다. 한 경기에서 한번 올까 말까한 기회를 골로 연결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주민규가 올 시즌 상주 유니폼을 입고 기록한 15골은 조나탄의 20골이나 데얀의 16골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떻게든 자신의 위치에서 슈팅까지 만들어내는 주민규의 저돌적인 자세를 굉장히 좋아한다. 상대적으로 공격 지원이 부족한 상주에서 이렇게 활약하는 공격수라면 우리가 물러서서 경기를 해야 할 월드컵에서도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우리는 약팀이고 이런 약팀에서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는 주민규를 주시해야 한다. 올 시즌 같은 팀에서 도움을 7개나 기록한 김태환도 마찬가지다.

다가올 12월 동아시안컵은 K리그 선수들로 팀을 꾸려 테스트해야 한다. 이런 기회는 월드컵을 앞두고 더는 없을 것이다. 성적과 관계 없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신태용 감독이 할 수 있는 카드는 다 써봐야 한다. 그런 면에서 주민규는 반드시 한 번은 뽑아서 기용해 볼 가치가 있다. 그 이후 대표팀에 가 잘하고 못하고는 주민규의 문제다. 일단은 주민규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것까지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싶다. 이왕이면 요새 물이 오른 김태환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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