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의 팬들은 VAR 판정으로 골을 잃은 뒤 이렇게 항의했다. ⓒ'인천유나이티드FC의 모든 것' 제공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대구FC가 1천만 원의 제재금 징계를 당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3일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5층 회의실에서 상벌위원회(위원장 조남돈)를 열고 홈 경기에서 심판과 다른 팀을 비방하는 다량의 현수막과 피켓이 반입되는 걸 막지 못한 대구FC에 1천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지난 달 30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FC와 인천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일부 대구 팬들이 내건 걸개가 문제였다. 각종 축구 커뮤니티에는 일부 대구 팬들이 내건 걸개 내용이 나돌았다. ‘오늘은 두 팀 다 돈 없데이’와 ‘See VAR’라는 대구 팬들의 걸개 내용이 징계의 이유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심판 판정과 관련해 심판을 비꼬는 듯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 정도 걸개로 제재금 1천만 원의 중징계를 당한다는 건 납득이 안 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들어 울산현대 서포터스 역시 ‘똑VAR로 See VAR'라는 걸개를 내걸었지만 징계 없기 넘어갔기 때문에 팬들의 분노와 의문은 더 커졌다. 비디오 판독(VAR)을 도입한 뒤로도 판정 문제가 끊이질 않자 팬들은 심판 판정에 대해 더 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하지만 연맹이 대구에 1천만 원 제재금 징계를 내린 걸개는 이 두 걸개 때문이 아니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 않았지만 또 다른 걸개가 문제가 됐다. 대구 일반 관중석에 ‘전북-광주 전에 3경기 정지 먹은 박필준 심판을 다시 대구전에 배정한 조영증 심판위원장의 의도는 무엇인가?’라는 구체적이고도 직설적인 걸개가 내걸렸기 때문이었다.

이뿐 아니다. ‘그 어떤 심판도 우리의 진정한 승리를 막을 수 없다’는 내용과 ‘전북팬도 쪽팔린단다’ 등의 걸개도 내걸렸다. ‘엔젤은 끝까지 너희와 함께한다’는 내용의 걸개도 함께 걸려 있어 이 걸개를 건 주체가 ‘엔젤클럽’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엔젤클럽’은 대구FC의 안정적인 재원 마련과 축구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결성된 대구FC 후원자들의 모임으로 2013년 출범해 현재 900명의 회원을 보유한 단체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이런 내용의 걸개를 내걸었을까. 바로 지난 달 24일 전북현대와 대구FC와의 경기 판정에 대한 강력한 불만이었다. 이 경기에서 대구는 후반에만 두 골을 넣었음에도 이 두 골이 모두 취소되는 아픔을 겪으며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친 채 1-1 무승부에 머물러야 했다. 두 골 모두 VAR 판독에 의해 노골 처리됐지만 석연찮은 구석이 많은 장면이었다.

이후 ‘엔젤클럽’은 2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K리그 순위 결정보류 가처분 신청을 하고 해당 경기결과 정정을 요구하는 본안 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바 있다. 축구팬 10만 서명운동 추진, 연맹에 항의서한 발송, 항의집회 개최 등도 이 자리에서 결의했다. “돈 없는 부모 때문에 부잣집 아이에게 맞고 들어온 자식을 보는 부모 마음”이라면서 “선수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강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천전 걸개는 이 항의에 대한 연장선상이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이들은 미리 준비한 걸개를 펼쳤다. 이 걸개뿐 아니라 미리 준비한 피켓까지 들고 심판 배정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엔젤클럽’이 지목한 박필준 주심은 전북-대구전에서 대구의 두 골을 취소한 심판이었다. 박필준 주심과 조영증 심판위원장을 지목해 항의 걸개를 내걸자 연맹 측에서는 즉각 1천만 원의 제재금 징계를 내렸다. 연맹 측에서는 이번 징계와 관련해 걸개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는 걸 굉장히 부담스러워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오늘은 두 팀 다 돈 없데이’와 ‘See VAR’ 등의 걸개 내용은 징계에 큰 영향이 없었다. 하지만 연맹 입장에서는 ‘전북-광주 전에 3경기 정지 먹은 박필준 심판을 다시 대구전에 배정한 조영증 심판위원장의 의도는 무엇인가?’라는 구체적이고도 직설적인 항의 내용에 강력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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