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의 날’처럼… K리그 구단 창립 기념일이 생긴다면?


이번시즌 1라운드 슈퍼매치. 인기 매치가 아니더라도 매 경기 꽉 채워진 관중을 보려면 많은 연고팬이 필요하다.ⓒFC서울 홈페이지

현재 스페인 발렌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배시온 기자는 스포츠니어스 독자 여러분들께 스페인 축구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전달해 드립니다. 세계 3대 프로축구 리그로 손꼽히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그리고 축구 없이 못사는 스페인 사람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스포츠니어스 | 발렌시아=배시온 기자] 스페인은 스포츠 팀들의 연고 의식이 강한 나라 중 하나다. 자치국가이기 때문에 17개의 자치정부를 두고 있고 지역별 문화나 언어, 인종까지 다르다. 지역별 특색이 큰 만큼 지역 자부심 역시 강하고, 국민 스포츠인 축구에 대한 연고 의식도 뚜렷할 수밖에 없다. 지역별 공휴일도 다르게 있어 사람들은 자신의 연고지 휴일날 축제를 즐긴다. 10월 9일은 ‘Dia de la Comunidad Valenciana(발렌시아의 날)’로, 발렌시아 주만의 휴일이었다. 이날 발렌시아인들은 발렌시아CF의 옷을 입고 휴일을 즐겼다.

발렌시아 주 깃발과 같은 디자인인 발렌시아CF 2017-18시즌 어웨이 유니폼ⓒ발렌시아CF 홈페이지

공휴일인 만큼 서비스업 종사자 외 사람들은 일을 나가지 않았다. 대신 발렌시아 주 깃발을 온몸에 두르고 거리를 활보하거나 가족들과 식사를 했다. 발렌시아의 날인 만큼 발렌시아CF의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이 보였다. 발렌시아 주 깃발과 같은 디자인의 어웨이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지역 자부심을 얼마나 느끼는지 알 수 있었다. 이른 아침에는 발렌시아CF의 응원가를 목청껏 부르며 시청 광장을 행진하기도 했다. 이들에게 지역 공휴일에 지역을 대표하는 축구팀 유니폼을 입고, 응원가를 부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이런 모습이 신기하기도, 한 편으론 연고 의식이 제대로 있다는 점에 부럽기도 했다. K리그에는 이런 모습이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연고지에 따른 축구팬이 덜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 외 팀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모습을 보기 어렵다. 지역별 축제는 있어도 지역별 공휴일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K리그보다 국가대표팀 경기를 보는 인구가 많다고 하더라도 개천절에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르며 거리를 활보하지도 않는다.

지역-축구의 밀착 관계가 더 필요하다

‘서울의 날’, ‘부산의 날’ 등 도시의 날을 만들 순 없다. 그렇다면 작은 범위로 각 K리그 구단 창단일을 기념하는 날을 만들어 시민들이 하나의 축제를 즐기게 할 수는 없을까? 물론 K리그 구단에서 창립 기념 행사를 한 적은 있다. 2016년 인천 유나이티드는 구단 창립 13주년을 기념해 대한적십지사 인천 광역지사를 방문해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제주 유나이티드 역시 2012년 30주년을 기념해 홈 경기 방문 관중 선착순 1982명에게 무료 간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 사회공헌 활동과 경기장 안에서 이뤄지는 이벤트였지 지역 주민들이 거리에서 즐기는 하나의 축제는 아니었다.

이번시즌 1라운드 슈퍼매치. 인기 매치가 아니더라도 매 경기 꽉 채워진 관중을 보려면 많은 연고팬이 필요하다.ⓒFC서울 홈페이지

창립 기념일을 만들어 경기장 안에서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곳곳에서 모두가 어우러질 수 있는 장을 만든다면 축구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의 참여도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K리그 유니폼을 입고 시민과 선수가 함께 축구 시합을 한다던가 구단 관련 퀴즈 대회를 여는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작은 참여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이라면 구단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존 팬들의 애정도 더 커질 수 있다. 축구팬이 아닌 사람들에게 축구가 친근하게 다가갔다면, 기존 팬들에겐 자신의 팀이, 영웅이 보다 가까운 곳에서 함께 어울린다는 점에 또다른 추억이 생길 수 있다. 이렇게 구단이 지역과 밀착 관계를 유지한다면 가까운 곳에서 축구장을 찾는 팬들이 늘어나 지속적인 관중 동원 역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꾸준히 경기장을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은 지역 시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각 지역에서 축구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할 때 K리그 전체 흥행에도 도움될 수 있다. 흥행 여부의 지표 중 하나인 관중수를 볼 때, K리그는 오르락 내리락 하며 일정하지가 않다. 오르는듯 하다 주춤하기도 하며 꾸준히 상승하는 모양새가 아니다. 일정하게 경기장을 방문하는 팬들이 늘어나다보면 꽉 찬 K리그 경기장을 하루 빨리 볼 수 있지 않을까.

si.onoff@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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