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호 감독은 가는 팀마다 선수들의 지지를 얻었다. ⓒ 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故조진호 감독의 비보가 전해진 이후 축구계는 큰 슬픔에 빠졌다.

故조진호 감독은 능력있는 감독이었지만 성공한 감독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죽음이 더욱 안타깝다. 그의 감독 생활 중 들어올린 우승컵은 딱 하나였다. 2014년 대전 시티즌 감독 시절 K리그 챌린지 우승을 거둔 것이 전부다. 하지만 그는 충분히 성공 할 수 있는 감독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를 사랑했다. 성공한 감독이 되길 바랐다.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그의 능력도 탁월했지만 인간적인 면모 또한 돋보였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은 유난히 슬프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애도한다. 단순히 그가 축구계에서 훌륭한 커리어를 쌓았기 때문인 것은 아니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의 커리어보다 인품을 더 많이 떠올린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던 감독이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양한 사람들이 추억하는 故조진호 감독의 모습을 소개하려고 한다.

후배 지도자 격려하고 말단 직원 용돈 쥐어주던 감독

축구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故조진호 감독을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권위를 벗어 던지고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 삼촌, 또는 형님처럼 상대에게 다가갔다. 선수들은 말 할 것 없고 코치들도 그를 좋아했다. 과거 故조진호 감독이 대전 시티즌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 U-12 팀 감독을 하고 있었던 김인호 서울 이랜드 U-15 코치는 "그는 항상 유소년 지도자들에게 고생한다고 말해주는 분이었다"고 그를 기억한다.

김 코치는 "프로 팀 감독들 중에 산하 유스팀, 그것도 가장 낮은 연령을 가르치는 지도자에게 반갑게 인사해주는 분이 많이 없다"면서 "故조진호 감독은 그런 지도자까지 챙겨주시는 분이었다. 지금은 그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지만 가슴이 아프고 너무나 먹먹하다"며 그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故조진호 감독과 가장 가까이 지냈던 부산 구단 선수단과 프런트도 마찬가지다. 한 구단 직원은 "선수단 뿐 아니라 구단 프런트도 정말 많이 챙겨주셨다"면서 한 가지 일화를 들려줬다. 그가 얼마 전 직원들에게 용돈을 챙겨줬다는 것이다. "한 번은 여름 휴가를 앞두고 주셨다. 모든 직원들에게 휴가 잘 보내라고 봉투를 주셨는데 보니 돈이었다. 휴가 가서 재밌게 놀고 맛있는 것도 먹으라며 돈을 주신 것이다."

한 번으로 그친 것이 아니었다. 추석에는 여직원들과 식당 아주머니 등을 따로 불렀다. "이 때도 용돈을 주셨다. 액수가 결코 적지 않았다. 명절 동안 고향에 내려가면 여자들이 고생한다는 것을 아셨던 것 같다. 말단 직원들까지 알뜰히 챙기셨던 분이었다." 한 직원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사실 감독님 때문에 고생도 많이 한 것 같은데… 지금 와서 기억을 더듬어보면 좋은 기억 밖에 없다."

스스럼 없이 팬들에게 '옆집 아저씨'처럼 다가간 감독

故조진호 감독은 팬들의 지지도 많이 받았다. 사실 감독과 팬이 자주 얼굴을 맞대고 볼 일은 없다. 하지만 그는 유독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의 빈소에도 여러 팬들이 근조 화환을 보내며 애도의 뜻을 보냈다. 강원FC, 상주 상무, 대전 시티즌 등 다른 팀의 팬들까지 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그만큼 그는 축구팬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사실 고인은 기자에게 몰래 한 가지 사실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제가 팬들과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의외였다.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감독의 입에서 나올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고인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선수단과 팬의 관계는 경기장 안에서 시작하고 끝나야 한다고 봅니다. 서로의 관계가 너무 과도해지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고인은 자신에게 기대를 걸고 응원하는 팬들을 결코 외면하지 않았다. 오히려 팬들은 고인을 '사람 냄새 나는 감독'으로 기억한다. 그 어떤 감독보다 팬들과 눈높이를 맞췄던 사람이 바로 고인이었다. 클럽하우스에 사진기를 들고 찾아온 팬들에게 기꺼이 포즈를 취해줬고 선수단을 기다리는 서포터에게 "응원을 해준 덕분에 잘하고 있다"고 감사 인사를 마음 깊이 전하기도 했다.

그는 항상 '프로다움'을 강조했기 때문에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비록 그는 "팬들과의 소통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지만 팬들은 오히려 반대로 생각한다. 그만큼 팬들과 소통을 즐기는 지도자는 쉽게 찾아 볼 수 없었다. 누군가는 그의 과거 이야기가 거짓말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스포츠니어스>가 故조진호 감독을 잊을 수 없는 이유

<스포츠니어스> 역시 故조진호 감독과의 많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지난 5월 부산 클럽하우스에서 그와 직접 만나기도 했고 K리그 챌린지 현장에서 자주 이야기를 나눴다. 얼마 전에는 함께 '버스 막기' 사건을 이야기하며 껄껄 웃기도 했다. 언론을 상대로 열린 마음을 가진 감독이었다. <스포츠니어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5월 부산 클럽하우스에서 그와 이정협의 인터뷰를 끝내고 가려는 <스포츠니어스> 기자들을 故조진호 감독이 붙잡았다. "아니 왜 벌써 가요? 점심인데 밥 먹고 가요." 정중히 사양의 뜻을 밝히는 기자들의 손을 잡고 그는 재차 말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밥은 먹고 가야지. 제가 식당 아주머니들께 얘기할게요. 밥 꼭 먹고 가요. 제가 지켜볼 겁니다." 덕분에 기자들은 그날 고칼로리의 선수단 식당 밥을 먹고 다이어트를 고민했다.

자신의 인터뷰가 공개됐을 때는 "아니 왜 포털 사이트에 나오지 않느냐"며 <스포츠니어스>를 자신의 회사인 것처럼 걱정해줬고 김현회 대표에게 "TV 열심히 보고 있는데 요즘 왜 방송에 안나와요?"라고 농담 섞인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K리그 챌린지 현장에서 항상 사람 좋은 웃음으로 기자들을 맞이했던 사람이 故조진호 감독이었다.

<스포츠니어스>는 故조진호 감독을 다시 한 번 추모하는 의미에서 부산의 유쾌한 '버스 막기' 사건 당시 김현회 기자와 故조진호 감독의 전화 통화 녹취록을 독자들에게 공개한다. 그의 생전 유쾌하고 한없이 낙천적인 모습이 목소리에 그대로 담겨있다. <스포츠니어스> 기자들이 느꼈던 그 감정을 독자들 역시 함께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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