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FC는 대단한 기세로 승격했지만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 경남FC 제공

[스포츠니어스|창원=조성룡 기자] 이런 경기, 백 번을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정말 '명품'이라 부를 만한 경기가 창원축구센터에서 벌어졌다. 1위 경남FC와 2위 부산 아이파크의 맞대결이었다. 좋은 날씨와 경기력, 그리고 함께 호흡하는 관중들까지 삼 박자가 모두 어우러진 한 판이었다. 이 정도면 K리그 챌린지도 충분히 사랑 받을 수 있다. 아니, K리그 클래식도 참고할 만한 멋진 경기였다.

경기 전 기자들과 만난 양 팀의 감독은 모두 승패를 떠나 멋진 경기가 되기를 기원했다. 경남 김종부 감독은 "꾸준히 1위와 2위를 지킨 두 팀의 마지막 맞대결이다. 재밌는 경기, 좋은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부산 조진호 감독은 "경남의 저력은 정말 인정한다. 우리도 이에 뒤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리고 정말 두 감독이 말한 대로 경기는 진행됐다.

이 경기에서 승패는 갈렸다. 말컹의 멀티골에 힘입은 경남이 부산을 2-0으로 꺾고 K리그 챌린지 우승의 9부 능선을 넘었다. 하지만 패배한 부산 역시 너무나 잘했다. 어느 한 팀만 잘해서는 훌륭한 경기가 나올 수 없다. 비록 이날 경기의 주연은 경남이었지만 부산은 조연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경남에 미소 짓다 말았던 축구의 신

초반부터 양 팀은 격렬하게 붙었다. 이런 경기에서 기선 제압은 중요하다. 그리고 기선 제압을 위해서는 선제골이 핵심이다. 일단 수비보다는 공격이었다. 비기는 것은 양 팀에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K리그 챌린지에서 가장 골 잘 넣는 공격수를 보유한 경남이고 가장 공격적인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부산이다. 답은 공격일 수 밖에 없었다.

수비수들은 파울로 상대를 끊어낼 수 밖에 없었다. 전반 20분이 지나기도 전에 경고가 두 장 나왔다. 공격과 공격이 맞붙고 수비수들이 몸을 날리자 경기장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선수들의 몸짓, 심판의 판정 하나에 커다란 탄성과 환호가 터져나온다. 선수들의 몸짓이 빨라진다. 관중들의 목소리도 커져간다. 귀가 따갑다. 하지만 기분 좋은 따가움이다. 이렇게 열기가 뜨거운 경기를 K리그 챌린지에서 보기는 쉽지 않다.

예상보다 빨리 이 열기는 폭발했다. 전반 26분 경남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말컹이었다. 정원진의 스피드와 말컹의 날카로움이 이 골에 모두 녹아있었다. 말컹은 흥겹게 춤을 추며 골을 자축했다. 경기 전 "경남이 전반에 강하다. 초반을 잘 버텨야한다"고 말했던 조진호 감독이었다. 그런데 버티지 못했다. 부산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축구의 신은 경남에 그리 쉽게 미소짓지 않았다. 2분 뒤 창원축구센터는 싸늘함과 당혹스러운 비명으로 가득찼다. 페널티박스 측면에서 윤종규가 파울을 범했다. 주심은 부산의 프리킥을 선언했다. 거기서 끝났으면 경남은 만족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심은 윤종규에게 경고를 꺼내들었다. 이미 경고 한 장을 받은 윤종규였다. 그는 퇴장을 명령받았다. 부산은 수적 우위라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려 72분이었다.

전반 42분 이재권이 권용현에게 거친 파울을 범했다. 그 순간 원정 응원석을 제외한 모든 곳의 관중들이 거칠게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누워있던 권용현도 관중석의 관중도 모두 똑같은 제스처를 취하고 있었다. 한 손을 들고 흔들었다. 이재권에게 카드를 주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주심은 웃으며 경남 선수들의 항의를 물리쳤다. 아마 주심은 웃어도 웃는 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게 전반전은 1-0으로 경남이 앞선 채 종료됐다.

간절함과 간절함이 맞붙은 후반전

후반전 시작과 함께 조진호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두 장의 교체 카드를 한 번에 사용했다. 윤동민과 임상협을 동시에 불러들이고 호물로와 정석화를 투입했다. 그와 함께 조 감독이 걸치고 있던 겉옷도 사라졌다. 항상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하는 조 감독이다. 이런 급박한 경기에서 조 감독에게 겉옷은 그저 거추장스러울 것이다.

후반 2분 부산의 공격이 끊기면서 바로 경남의 역습이 전개됐다. 순식간에 공은 전방 측면의 권용현에게 향했다. 그는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를 유린했다. 그의 앞에는 김경민 골키퍼 하나만 있을 뿐이었다. 모두가 직감했을 것이다. '골이구나.' 하지만 부산은 경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이경렬이 끝까지 그의 뒤를 쫓더니 태클로 공을 걷어냈다. 권용현은 머리를 감싸쥐었고 부산 선수들은 한숨 돌리는 순간이었다.

부산은 정말 간절하게 공격했다. 그야말로 공격을 '퍼부었다'. 후반 10분 이후 부산은 경남의 페널티박스 주변에 머무르며 슈팅을 날렸다. 경남의 수비진은 육탄 방어로 막았다. 이준희는 몸을 날리며 크로스를 펀칭으로 걷어냈고 부산 이동준의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은 경남 수비진의 몸을 맞고 골문을 살짝 비켜나갔다. 간절히 공격하고 간절히 수비했다.

하지만 부산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야 했다. 후반 18분 말컹이 다시 한 번 폭발했다. 권용현 대신 투입된 최재수가 크로스를 올렸다. 키가 큰 말컹은 펄쩍 뛰며 헤더를 날렸다. 그의 슈팅은 부산의 골문 구석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김경민 골키퍼가 손을 쓸 수도 없을 정도로 절묘한 코스였다. 다시 한 번 창원축구센터가 함성으로 가득찼다. 말컹은 손을 귀에 가져가며 호응을 유도했다. 승부의 추가 조금씩 경남의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말컹의 멀티골로 2골 차가 됐지만 경기의 분위기는 여전히 0-0이나 마찬가지였다. 부산은 기적과 같은 반전을 만들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상대를 공략했다. 두 골을 넣은 경남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부산 골라인을 향해 데굴데굴 굴러가는 공을 끝까지 달려가 따낸 정원진의 근성이 이를 증명했다.

추가 시간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경기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지만 더 이상 골을 볼 수는 없었다. 결국 주심의 마지막 휘슬이 울렸다. 경남의 2-0 승리가 확정됐다. 그 순간 창원축구센터는 관중들의 함성으로 폭발했다. 승격 9부 능선을 넘은 홈 팀 경남의 팬들이 이날 경기에서 마지막으로 만들어내는 목소리였다. 경남의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 엎드려 감격을 만끽했다. 아직 승격을 확정하지도 않았는데 경남의 후보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로 뛰어나와 서로를 얼싸 안았다. 그만큼 기뻤고 그만큼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엇갈린 희비, 하지만 둘 다 박수 받아 마땅하다

경기 후 양 팀 감독의 희비는 엇갈렸다. 경남 김종부 감독은 기쁨이 가득했다. 감격에 젖어 눈가가 촉촉하기도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참 영광스럽다"면서 "부산과의 긴 싸움이 끝났다. 잘 우는 편은 아닌데 눈물이 난다. 올해 초에는 우리가 이만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선수단부터 구단 프런트까지 모두가 한 마음으로 뭉쳤기 때문에 이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부산 조진호 감독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경남에 진 것이 아니라 말컹에게 졌다"라면서도 "경남의 경기력은 K리그 클래식에 올라갈 자격이 충분했다. 이제부터 우리는 플레이오프를 준비해야 한다. 한 번에 끝나는 것이 플레이오프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고생해서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선수단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다시 플레이오프를 준비해야 하는 패장의 어깨는 상당히 무거워보였다.

엇갈린 반응에도 불구하고 두 팀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단지 두 팀의 차이는 조 감독이 말했듯이 공격의 차이였다. 경남에는 골을 넣을 줄 아는 말컹이 있었고 부산은 이정협이 경고누적으로, 레오가 부상으로 빠졌다. 창의 날카로움 정도에서 승패가 갈렸다. 두 팀 모두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경기였다.

2013년에 창설된 K리그 챌린지는 아직 흥행 요소가 많이 부족하다. 스타 플레이어도 쉽게 찾아보기 어렵고 팀들 간 라이벌 관계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K리그 클래식보다 공격적인 모습은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실 경남과 부산의 경기도 '낙동강 더비'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딱히 열기가 뜨거운 맞대결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런 경기를 앞으로 계속 볼 수 있다면 K리그 챌린지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을 것이다.

정말 잘 만든 한 편의 영화를 본 기분이었다. 승부는 갈렸지만 점수와 상관 없이 사람의 마음을 시종일관 졸이게 하는 긴장감은 90분 내내 이어졌다. 창원축구센터를 찾은 4,056명의 관중들은 제대로 이 분위기를 만끽했다. 2017 시즌 내내 K리그 챌린지 경기장을 찾았지만 이런 경기는 보기 어려웠다.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운 한 판이었다. 적어도 축구는 이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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