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전형적인 전략은 대중성이다. ⓒ MBC '섹션TV' 방송화면 갈무리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김성주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MBC 총파업 집회에 참석한 주진우 기자의 발언이 화두가 됐다. 'MBC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시작된 총파업이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언론인은 해고 혹은 방송을 제작할 수 없는 부서로 인사 발령을 받았다.

이른바 '블랙리스트' 언론인들이 방송 제작에 참여할 수 없게 되면서 그 빈 자리를 채운 사람들이 있다.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가 확인된 현시점에 재조명되고 있는 부분은 '화이트리스트'다. 자사 언론인들을 내쫓고 그 빈자리를 채운 인사들에게 건네준 '하이패스'나 다름없다.

배현진 아나운서가 대표적이다. 배현진 아나운서와 '양치 대첩'으로 갈등을 겪은 양윤경 기자는 좌천을 당했다. 이 '화이트리스트' 논란에 김성주가 연루됐다. 주진우 기자는 여러 매체에서 소개했듯 김성주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신동진 아나운서는 김성주를 향해 아쉬움과 섭섭한 마음을 밝혔다.

김성주 논란은 전국언론노조 MBC 총파업 집회에서 거론되어 사회적으로 쟁점을 일으켰다. 그는 또한 예능인이었기에 연예 매체에서도 그를 다시 조명했다. 그러나 스포츠 관점에서 그를 조명한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김성주가 스포츠 중계를 발판으로 전성기를 누렸다"라는 것이 언론노조 측의 주장임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다.

스포츠 언론도 그를 조명해야 한다. 2000년 MBC 아나운서 공채로 입사한 그는 2007년 프리랜서로 전향, 이후 케이블 채널 방송을 주로 했다. 그가 공중파로 복귀한 결정적인 계기가 2012 런던 올림픽이었다. 그리고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은 종합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예전 동료들은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외치고 있을 동안 그는 성공적인 올림픽 중계로 MBC의 총애를 받았다. 그는 반년 뒤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 출연하며 공중파 복귀에 성공했으며 이후 MBC에서 2014 소치 동계올림픽과 브라질 월드컵, 인천 아시안 게임을 거쳐 2015 호주 아시안컵 중계 등을 맡으며 MBC의 간판 스포츠 캐스터가 됐다.

김장겸 이전에 김재철이 있었다. ⓒ JTBC '뉴스현장' 갈무리

김재철, 그리고 김성주

스포츠 측면에서 김성주와 관련된 쟁점을 거론하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김재철 전 MBC 사장이다. 정치, 사회적인 굵직굵직한 이슈도 이슈였지만 2010년 김 사장 부임 후 MBC는 노골적으로 스포츠를 경시했다. <스포츠니어스> 대표 김현회 기자도 2015년 기사를 통해 MBC의 스포츠 천대를 비판한 적이 있다. 관련 기사에 의하면 MBC는 특히 축구 중계를 소홀히 했는데, MBC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생중계한 K리그 경기는 딱 한 경기에 불과했다.

김성주의 '재기 발판'이었던 런던 올림픽은 2012년에 열렸다. 당시 MBC 언론노조는 김재철 사장의 불공정, 편파 보도를 비판하며 1월 25일부터 무려 170일간 방송 제작을 거부했다. 런던 올림픽이 개막하기 9일 전인 7월 18일이 되어서야 김재철 사장 퇴진을 전제로 파업이 잠정 중단됐지만 이미 그사이에 런던 올림픽 취재단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취재진과 프리랜서로 조직된 상태였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던 MBC 자사의 아나운서들은 붕 뜨고 말았다. 파업 중단 후 다시 MBC로 복귀하려 했지만 이미 김재철 사장의 측근 인사가 경영진을 장악한 상태였다. 이들 눈에 파업에 참여했던 자사 아나운서들이 예뻐 보일 리 없었다. MBC 아나운서들은 방송 역량을 갈고 닦아야 할 시기에 '블랙리스트'에 오르며 현장에서 점점 멀어져만 갔다.

MBC 경영진은 런던 올림픽 중계를 무사히 마쳐준 김성주에게 힘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예능 프로그램이었고 그 예능 프로그램은 국민적 인기를 끌었다. 시청자들의 눈과 귀에 친숙해진 그는 입사 전 케이블 스포츠 채널 캐스터 경험과 런던 올림픽 경험을 토대로 메가 스포츠 이벤트 때마다 MBC 중계석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사이 파업에 참여했던 MBC 아나운서들은 역량을 쌓아야 할 현장에서 배제되고 있었다. 그들이 브라운관에서 한 명씩 사라질 동안 MBC 공채는 없었다. 1년짜리 계약직 캐스터들이 돌아가며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큰 스포츠 이벤트가 있을 때만 불려 나온 '용병' 김성주는 스포츠 중계에서 수차례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했다. 그러나 어쨌든 그는 MBC에 시청률을 선물했다.

그의 중계 실력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MBC로 이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런던 올림픽 때는 한국의 호성적으로 비판의 시선이 분산됐다. 이후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에게 친숙해진 캐스터가 마이크를 잡으면서 MBC 스포츠 중계진의 간판이 됐다. 평소 축구와 스포츠를 즐겨봤던 시청자들은 김성주의 중계 실력에 혹평을 쏟아냈다. 반면 SBS 배성재 캐스터는 전문성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문제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중계 시청률에서 MBC가 SBS보다 호성적을 거뒀다는 점이다. 이후 MBC 경영진은 큰 스포츠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김성주에게 캐스터를 맡겼다.

김장겸 이전에 김재철이 있었다. ⓒ JTBC '뉴스현장' 갈무리

김성주가 MBC 스포츠 캐스터들의 성장을 막았다

결과적으로 김성주가 MBC 스포츠 캐스터들의 성장을 막았다. 시청률은 끌어왔을지 몰라도 후배들의 앞을 가로막았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김재철 휘하의 MBC를 위해 '시청률을 끌어왔다'는 사실이 이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신동진 아나운서는 2012년 MBC 노조 파업 당시 김성주의 런던 올림픽 합류를 회상하며 "저희들이 피눈물 흘리고 있는 상황에 사측에 힘을 실어 준 거다. 그 공백에 (김성주가) 힘을 실어 주면서 파업이 어렵게 된 측면은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신동진 아나운서의 발언이 김성주 논란의 핵심이다. 2012년 총파업은 공영언론의 정상화를 위함이었다. 저널리즘을 바탕으로 사회와 정부를 비판하고 감시하기 위함이었다. MBC는 자사 식구들을 챙기고 그들의 역량 성장에 힘을 불어넣었어야 했다. MBC가 위기의식을 느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김성주의 런던 올림픽 합류가 이 모든 것을 망쳤다.

김성주는 실제로 런던 올림픽 합류 당시 "일단은 MBC를 위해 중계를 하는 게 옳은 일이라고 판단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MBC가 살아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됐다"라며 사측에 힘을 싣는 발언을 했다. 그의 발언으로 옛 동료들의 노력과 투쟁이 졸지에 MBC를 죽이는 꼴이 됐다. 그들은 MBC를 살리기 위해 뼈와 살을 깎으며 무려 170일간 파업에 돌입했지만 김성주는 공정 보도 죽이기에 앞장섰던 경영진의 손을 잡았다.

김성주의 선택을 지켜본 스포츠제작국과 아나운서국에 있던 후배들의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김재철 퇴진이 이루어지고 MBC가 정상화된 후 자신의 역량을 성장시키고 마음껏 뽐내고자 하는 꿈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도 2012년 1월 파업에 돌입할 때에는 하루빨리 MBC가 정상화되고 방송에 복귀하길 원했을 것이다. 하계 런던 올림픽 취재를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김성주의 런던 올림픽 중계진 합류가 결과적으로 MBC 후배 캐스터들의 성장을 막았다. 뜻이 있어 파업에 참여했던 아나운서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그들은 현장에서 쫓겨났다. 성장할 기회를 빼앗겼다. 중계 실력과 경험을 쌓을 수 없었다. 현장을 오랜 시간 동안 떠나있던, 실력으로도 월등히 뛰어나지 않은 프리랜서가 단지 입사 전 경험만으로 후배들의 자리를 차지했다.

김장겸 이전에 김재철이 있었다. ⓒ JTBC '뉴스현장' 갈무리

김성주 논란은 단순히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사회, 연예부에서 다루는 김성주 논란에 아쉬운 점이 있다. 그들이 집중하는 주진우 기자의 발언은 자극적이다. 그들이 보도하는 신동진 아나운서의 발언은 '옛 동료의 배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프리랜서'인 김성주에게 면죄부가 생긴다. 런던 올림픽 취재진 합류 당시 그의 신분은 MBC 아나운서가 아닌 '프리랜서'였다. 이 프레임에서는 '김성주와 MBC 아나운서들의 밥그릇 싸움' 그 이상을 보기 힘들다.

프레임을 벗어나 보자. MBC는 공영방송이다. 보도 공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하는 공영방송이 2010년 겨울 밴쿠버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딸 동안 은근슬쩍 사장을 갈아치웠다. 낙하산을 탄 사장은 편파 보도를 진행했고 그 뒤를 이은 안광환 30대 사장은 2012년 파업 참여자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현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외치는 MBC 언론노조 총파업은 2012년 김재철 퇴진 운동과도 이어져 있다.

그들은 언론 탄압에 맞섰다. MBC 보도 공정성을 되찾고자 했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저널리즘을 위함이다. 비판과 감시의 시선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그래야 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공중파 언론의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언론노조의 총파업은 그들만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위함이며 공공복리를 위한 행동에 가깝다.

'프리랜서' 김성주를 비판할 수 있는 지점이 여기서 발생한다. 그는 노사 간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개인이었다. 개인의 자유와 의지로 런던 올림픽 중계진에 합류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공정 보도를 훼손하고 있는 MBC 경영진에 힘을 실어줬다. 공공질서에 위협을 가하고 있었던 김재철 휘하의 MBC를 위해 중계석에 앉아 마이크를 잡았다. "국민의 기대가 크다"라는 말로 국민을 팔고 올림픽을 팔아 이익을 취했고 공영방송이 추구하는 공익 가치를 가로막는 결과를 낳았다. 아무리 개인의 자유라도 그것이 국가의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김장겸 이전에 김재철이 있었다. ⓒ JTBC '뉴스현장' 갈무리

김성주의 공중파 스포츠 중계를 반대한다

MBC가 공영방송의 권위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이제 그를 공중파 스포츠 중계석으로 불러서는 안 된다. 그는 항상 바쁜 스케줄에 의해 중계 직전에서야 국가대표 선수들 위주로만 벼락치기 공부를 했다. 화면에 잡힌 선수가 어떤 성향의 플레이를 펼치는지, 어떤 스토리를 겪었으며 어떤 경험이 있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는 스포츠가 아닌 예능, 응원에 가까운 중계를 한다. 결국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문성이 부족한 스포츠 중계는 스포츠 본질과 멀어진다. 중계 퀄리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지운다는 의견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욕심이 과하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의 욕심이 불러온 결과가 무엇이었나. 그는 2015년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 호주전 단 한 경기에서만 해도 수차례 실수를 저질렀다. 호주를 중국이라고 불렀다. 선수 이름도 수차례 틀렸다. 핸드볼 파울을 오프사이드라고 했다.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공영방송에 영입된 캐스터가 이런 수준이다.

김장겸 사장이 물러나지 않고 MBC 총파업이 길어진다면 곧 열릴 평창 동계 올림픽과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그의 목소리를 들을 가능성이 커진다. 그때도 "김성주는 연예인이니까"라며 가볍게 넘겨야 할까. 김장겸 사단은 이번에도 시청률을 위해 그를 영입할 것이다. 주판을 튕기고 있을 것이다. 전문성과 공정성보다도 시청률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송사가 '공영 방송' 타이틀을 자랑스럽게 목에 걸고 있다. 그리고 김성주는 '프리랜서'라는 간판을 내세우며 거리낌 없이 그들의 요청에 미소짓고 평창과 러시아로 향할 것이다.

김성주는 방송인이다. 각종 예능 방송에서 더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스포츠 중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SBS는 배성재를 키웠고 KBS는 이미 전문성을 갖춘 캐스터가 많다. MBC와 마찬가지로 파업에 돌입한 KBS는 K리그 생중계를 두 명의 해설위원 체제로 진행했다. '프리랜서' 조우종도 아니고 '프리랜서' 전현무도 아니었다. 반면 김성주는 다소 부족한 전문성을 뒤로하며 중계석에 앉아 마이크를 잡았다.

MBC의 공신력을 위해, 그리고 MBC 아나운서들을 위해 이제는 그가 중계석에서 물러나야 한다. "평창까지만 해주세요"라고 MBC가 사정해도 거절해야 한다. 그가 아닌 MBC 아나운서들에게 마이크를 넘겨주는 것이 그가 말한 "MBC를 살리는 길"이다. 언론 탄압에 앞장선 MBC 경영진에 힘을 실어준 김성주의 공중파 스포츠 중계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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