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제주 유나이티드가 10경기 연속으로 무패를 달리고 있다. 제주는 이번 시즌 7월 16일 홈에서 FC서울에 패한 이후 7월 19일 상주 상무전부터 20일 수원 삼성 원정 경기까지 단 한 번도 지지 않고 있다. 제주는 그 누구도 멈출 수 없는 팀이 됐다.

제주를 항상 따라다니던 '징크스'라는 꼬리표

제주는 유독 징크스가 많은 팀이다. 8년 동안 이어진 서울 징크스가 대표적이었다. 2008년 8월 27일 서울에 1-2로 패한 뒤 2015년 8월 29일이 되어서야 제주 홈에서 2-1로 승리하면서 징크스를 깼다. 제주는 이날 서울에 승리하며 월드컵 우승과 같은 기쁨을 맛봤다. 중계화면은 제주 선수들과 코치진, 팬들의 환호를 가감 없이 보여줬다.

제주는 2016년 새로운 징크스에 부딪히게 된다. 수원만 만나면 고개를 들지 못했다. 2016년 제주는 수원에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순위는 3위를 기록하며 AFC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진 수원을 상대로 복수는 달성하지 못한 채였다.

제주는 지난 7월 9일 김민우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수원 원정에서 패했다 ⓒ 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 징크스는 올해도 계속되는 것으로 보였다. 제주는 올해 K리그 클래식에서 수원을 4월과 7월 두 번 만났고 6월에는 FA컵에서도 한 차례 맞붙었다. 그러나 제주는 올해 수원을 상대로 무승부조차 거두지 못했다. 수원만 만나면 무기력했다. 2017년 세 번의 만남 속에서 제주는 1골 5실점, 3연패를 남겼다.

많은 이들이 제주의 상승세를 지켜보며 '아쉽지만 여기까지일 것'으로 예상했다. 조성환 감독도 사전 인터뷰에서 "올해만 그런 것도 아니고 수원은 힘들어요. 최근 10경기 1승 1무 8패에요"라며 치를 떨었다. 조 감독은 코치 시절까지 포함해 수원에 거둔 성적을 머릿속에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는 기자단의 질문에 단 1초도 생각하지 않고 2승 2무 14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술술 불었다. 그만큼 수원을 신경 쓰고 있었다.

그런 제주가 수원 원정에서 승점 3점을 챙겼다. 압도적인 경기를 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 수원도 자존심이 강한 팀이었다. 마지막까지 제주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제주는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했고 수원의 맹공을 지켜내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수원전 '연패'를 끊었고 리그 '무패'를 이어갔다.

제주는 경향성이 짙은 팀이다. 징크스에 한 번 빠지면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한다. 흥미로운 점은 좋은 징크스도 이어간다는 점이다. 제주는 이날 승리로 10경기 연속 무패를 달성했다. 조성환 감독은 2016년 9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갔던 적이 있다. 조성환 감독은 작년의 아홉수를 깨고 10경기 무패 기록을 달성했다. 조성환 감독의 최다 연속 무패 기록이다.

'징크스'를 넘어 '관성'으로

오랜 시간 동안 제주는 징크스 앓이를 했다. 그러나 이제 '징크스'라는 단어는 제주에 어울리지 않는다. 제주의 경향성을 설명하는 단어는 '관성'이다. 멈추고 싶어도 달리는 힘이 너무 강하다. 멈출 수가 없다.

제주는 관성의 팀으로 거듭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주는 아직 "여름에 부진하다"라는 관성은 떨쳐버리지 못했다. 제주는 2015년 6월 7일부터 8월 19일까지 2승 3무 7패를 기록했다. 2016년 6월 15일부터 8월 17일까지 3승 2무 8패를 기록했다. 2017년 6월 18일부터는 7월 16일까지 2승 2무 4패를 기록하다가 7월 19일부터 반전에 성공했다. 올해는 재작년, 작년보다 부진을 일찍 털어버렸으나 아직 주춤한 부분이 있다.

제주의 진면목은 여름 이후 관성으로 드러난다. 2015년 하반기에는 3연승만 두 번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9경기 무패를 달성했다. 그리고 올해는 10경기 무패를 기록 중이다. 제주는 '승리'라는 '관성'을 타기 시작하면 정말 무서운 팀임을 연속해서 증명하고 있다.

제주는 지난 7월 9일 김민우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수원 원정에서 패했다 ⓒ 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시즌도 3위라는 업적을 달성했지만 올해 특히 강하다. 조용형과 백동규의 징계로 잠깐 흔들리고 여름에 또 한 번 주춤하는가 싶더니 올해도 결국 좋은 관성을 이어가고 있다. 수원전 경기를 앞둔 조성환 감독은 최근 상승세를 증명하듯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가끔 농담도 던지며 사전 인터뷰 현장을 즐겁게 했다.

제주는 확실히 상승의 관성 속에 있다. 단순히 경기력의 차이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최근 제주의 경기력이 좋아졌다는 평가에 조성환 감독은 "경기력 차이는 별로 없었어요. 우리가 압도적으로 진 적도 별로 없는 걸 뭐"라며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여줬다.

중요한 발언은 그 뒤에 나왔다. 조 감독은 "경기력은 원래 괜찮았어요. 대신 기복이 줄었죠"라고 전했다. 꾸준함. 올해 유독 시선이 집중되는 제주 상승세의 비결은 기복 없는 꾸준함이었다. 제주의 꾸준함이 바로 제주의 관성을 만들었다.

꾸준함의 관성을 갖춘 팀이 같은 팀에 또 패배할 이유는 없었다. 조 감독은 수원전을 앞두고 "수원 징크스는 우리 스스로 만든 것 같아요. 반드시 이기려고요. 선수들도 마찬가지예요. 선수들이 가장 이기고 싶어해요. 대신 냉정하게 해야죠. 의욕이 너무 앞서다가 카드를 받으면 안 되니까"라고 전했다. 수원을 상대로 끝까지 냉정함을 유지했던 것도 그들이 꾸준히 해오던 축구를 그대로 했기 때문이었을 터다.

제주 축구 날씨, 한동안 미세먼지 없이 '맑음'이 예상됩니다

지금 제주는 수원전 선발로 나왔던 진성욱과 마그노를 비롯해 류승우, 멘디라는 매력적인 공격 카드도 있다. 조용형이 돌아오면서 수비는 탄탄하고 노련해졌다. 윤빛가람과 이창민은 미드필드를 장악하고 있다. 특별히 언급하지 않은 멤버들 이름도 무시무시하다. 제주는 이제 상주와 광주, 전북과의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흥미롭게도 제주는 올 시즌 이 세 팀을 상대로 패배를 기록한 적이 없다.

한 매체는 제주가 전북의 리그 독주를 위협한다며 '제주발 태풍'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제주는 태풍이 아니다. 태풍은 내륙으로 올라오면 금방 사라지기 때문이다. 무패 관성을 탄 제주는 태풍처럼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 같다. 제주의 축구 날씨는 요즘 가을 하늘 같다. 한동안 미세먼지 없이 '맑음'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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