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K리그 용품 계약, 이제는 ‘공동구매’가 필요해


염기훈 세레머니
ⓒ 수원삼성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K리그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수원삼성은 올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 스폰서인 아디다스와의 계약이 종료된다. 하지만 재계약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런데 이걸 단순히 한 구단과 스포츠 용품 업체와의 계약 종료 정도로 바라보면 안 된다. 수원삼성은 K리그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팀이고 아디다스는 나이키가 K리그를 후원하지 않을 때 그래도 가장 성의껏 K리그와 인연을 맺어온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무려 16년 동안 함께 해온 수원삼성과 아디다스의 계약 종료는 커다란 의미가 있다. 아디다스가 K리그에서 아예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

구단들의 용품 스폰서 계약 현실
취재 결과에 따르면 수원삼성은 국내의 한 중저가 스포츠 브랜드와 새로운 계약에 대해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아직 조건에 대해 협상 중이어서 조심스럽고 확정 단계도 아니지만 수원삼성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와 작별하고 국내 중저가 스포츠 브랜드와 새로운 계약을 논의하는 건 그만큼 시장이 어렵다는 의미다. 수원삼성이 아디다스나 나이키와 손 잡지 못하면 수원삼성보다 주목도나 인기가 떨어지는 나머지 K리그 팀이 이런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후원을 받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나 K리그 챌린지는 국내 중저가 스포츠 브랜드와도 손 잡기가 쉽지 않다. K리그가 스포츠 브랜드로부터 매력적인 콘텐츠가 아니라는 사실 만큼은 분명하다.

올 시즌이 끝난 뒤 수원삼성을 비롯한 여러 구단이 기존 유니폼 스폰서와의 계약이 종료돼 새로운 스포츠 용품 업체를 찾아야 한다. 딱 이 시기가 새로운 업체와 접촉하는 시기다. 그런데 하나 같이 현장에서 만난 구단 관계자들은 한숨을 내쉰다. “XX에 제안서 넣었다가 바로 까였어요. 그래서 XX에 한 번 찔러볼 생각인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미 다른 구단 제안을 거부했더라고요.” 나이키는 이미 K리그를 외면했고 아디다스도 수원삼성과 작별하는 마당에 이들에게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는 언감생심이다. “나이키하고 아디다스는 아예 리스트에서 뺐어요.” 국내 중저가 브랜드 위주로 새로운 용품 계약 업체를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대부분의 K리그 구단이 안고 있는 고민이다.

구단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스포츠 브랜드는 K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을 때 현물 3억 원 정도를 지원한다. 선수단 용품 및 유니폼, 트레이닝복 등이 지원 대상이다. 그러면 구단에서는 용품 업체에 보통 1억 5천여만 원 정도의 매출을 내준다. 많은 수익을 내지는 못하지만 일단 팬들이 사는 유니폼 및 트레이닝복 등을 비롯해 구단 산하 유소년 선수들의 용품 등을 해당 스포츠 브랜드를 통해 구입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지역내 축구계에서 해당 스포츠 브랜드 용품을 구입하는 비용도 푼돈이지만 매출로 포함된다. 규모가 작은 K리그 챌린지 구단에서는 1억 5천여만 원보다 매출이 적을 때도 꽤 있다.

강원 상주
K리그 구단들은 늘 용품 후원 계약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해당 사진은 칼럼 내용과 관련이 엇습니다.) ⓒ프로축구연맹

현실적이고 희망적인 방안은?
앞서 말한 것처럼 스포츠 브랜드가 지원하는 비용의 절반도 매출을 채우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홍보 효과 등을 앞세워 업체를 만나는 건 현실적이지도 않다. K리그의 노출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스포츠 용품 업체에 홍보 효과 운운하는 건 낯 뜨겁다. 또한 중저가 스포츠 브랜드 역시 K리그에서 어느 정도의 홍보 효과가 있는지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니 계약이 끝날 때마다 구단 관계자들은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빅클럽인 수원삼성이 아디다스와 결별한다는 소식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수원삼성마저 국내 중저가 스포츠 브랜드와 계약한다면 다른 K리그 구단은 더더욱 새로운 스폰서 구하기가 어렵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다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대대적인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K리그는 매 시즌 중저가 스포츠 브랜드를 찾아 제안서를 넣고 퇴짜를 맞고 더 헐값에 다른 중저가 스포츠 브랜드를 찾는 일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프로축구연맹에서 아예 K리그 전체와 스포츠 브랜드의 통합 계약을 추진해야 한다. 이 방법이 아니면 K리그 구단이 스포츠 브랜드와 계약을 맺어 자생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힘을 하나로 모으지 않고서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K리그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다. 국내 중저가 스포츠 브랜드가 K리그 용품 스폰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건 감사하게 여겨야 할 부분이지만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외면하는 프로리그는 매력이 없다.

중국 슈퍼리그가 나이키와 계약을 맺은 방식이다. 중국 슈퍼리그는 2013년부터 나이키와 전구단 유니폼 후원 계약을 맺었다. 16개 구단 모두 나이키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이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16개 구단의 새로운 유니폼이 동시에 공개되는 독특한 일도 벌어진다. 중국 슈퍼리그 시장이 워낙 크니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이를 선점한 사례다. 물론 시장이 크지 않고 위축된 K리그로서는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중국 슈퍼리그는 여러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를 후보로 놓고 선택할 여유가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K리그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앞에서 ‘갑’ 역할을 할 수는 없다.

중국 슈퍼리그 나이키
중국 슈퍼리그에 소속된 16개 팀은 모두 나이키 유니폼을 입는다. ⓒ나이키

이제는 ‘공동구매’가 필요해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K리그에 막대한 스폰서 수익을 안겨주기 위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와 전구단 용품 계약을 하자는 게 아니라는 건 다들 잘 알 것이다. 생존을 위해 하자는 거다. 다소 적은 금액이더라도 K리그 구단 전체와 스포츠 브랜드가 총괄 계약을 해야 한다. 아무리 K리그 빅클럽이라도 하더라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는 이제 이 구단들에 큰 매력을 못 느낀다. 수원삼성이나 전북현대, FC서울 등이 개별적으로 나서도 이런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K리그 전체를 후원하면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떨까. 구단의 개별적인 제안이 성사될 가능성이 10% 이하라면 K리그 전체 후원이 성사될 가능성은 훨씬 더 높을 것이다.

수원삼성과 전북현대, FC서울뿐 아니라 대전시티즌과 안산그리너스 등도 함께 살아갈 방법은 개별적인 후원 계약이 아니라 K리그라는 이름 하에서 계약이 더 큰 매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물론 구단별로 현재 후원 업체와의 계약 종료 일이 들쑥날쑥하겠지만 계약 종료 시점에 순차적으로 연맹이 계약한 스포츠 브랜드와 함께 하면 수년 내로 K리그는 통일된 용품 후원 계약을 맺을 수 있다. 관중 수익이나 용품 판매 수익 비율로 이를 구단에 차등 지급하면 볼멘 소리가 나오지도 않을 것이다. 현장에서 만나본 구단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당장 내년을 걱정한다. 그리고 여기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미래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구단 하나 하나가 스폰서 계약에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라면 다 묶어서 K리그가 패키지 상품이 돼야하지 않을까.

후원 금액이 중요한 시기가 아니다. 다소 성에 차지 않더라도 멀리 내다 봤으면 한다. 그래도 이왕이면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를 입고 있는 게 K리그 이미지와 마케팅 측면에서도 훨씬 좋지 않겠나. 어차피 스포츠 용품 후원으로 K리그 구단이 주머니를 두둑이 챙기는 건 지금도 불가능한데 여기에서 돈을 따지고 있는 건 이성에게 인기는 눈꼽 만큼도 없는 내가 여자 외모 따지고 있는 꼴과 다를 게 없다. 누구라도 좀 만나자. 이왕이면 일대일 소개팅이 아니라 단체 미팅을 통해 다 같이 분위기도 좋게 만들어야 미팅에 나온 친구가 자기 친구라도 소개해 줄 거 아닌가. K리그가 리그 전체를 후원할 스포츠 브랜드를 찾아 손을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동구매가 가장 현실적이고 희망적인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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