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친정팀 만난 구대영, ‘사대영’ 만들지 못했다


아산 구대영
구대영은 아산무궁화에 입대해 안양에서 첫 경기를 치렀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지난 5월 27일 안양종합운동장. FC안양과 경남FC의 경기가 끝난 뒤 안양 팬들은 구대영의 이름을 연호했다. 구대영이 이 경기를 끝으로 아산무궁화 입대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4년 동안 안양에서만 85경기에 출장하며 안양을 대표하는 수비수로 자리매김한 그는 이 경기에서 주장 완장까지 차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경기가 끝난 뒤 안양은 대대적으로 구대영을 위한 환송 행사를 펼쳤고 구대영은 마이크를 잡고 팬들 앞에 서기도 했다. “꼭 큰 선수가 돼 돌아오겠습니다.” 그렇게 구대영은 아산경찰청으로 떠났다.

안양에 다시 돌아온 구대영
그리고 불과 넉 달 뒤 구대영이 다시 안양종합운동장에 섰다. 그에게 익숙한 보랏빛 유니폼이 아닌 아산무궁화 유니폼을 입은 채였다. 어제(17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FC안양과 아산무궁화와의 경기에 구대영이 선발로 출장한 것이었다. 아산무궁화 입대 후 하필이면 두 번째 선발로 출전한 경기 상대가 안양이었다. 그것도 프로 데뷔 이후 줄곧 쓰던 안양종합운동장에서의 경기였다. 구대영은 경기 전부터 긴장했다. 익숙한 경기장에서 익숙한 냄새와 익숙한 환호가 울려 퍼졌지만 구대영만 달라져 있었다. 구대영이 경기 전 안양 김종필 감독과 옛 동료들에게 먼저 가 인사를 건넸다. 넉 달 전 행동과 말투도 자유로웠던 그는 절도 있는 경찰이 돼 있었다. “예. 그렇습니다.” “아닙니다.” 그는 불과 넉 달 만에 군기가 바짝 든 경찰로 변신했다.

구대영이 그라운드에 나서자 4년 동안 그와 정들었던 팬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특히나 그라운드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가변석 관중은 넉 달 만에 늠름한 경찰이 돼 돌아온 그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구대영은 경기에만 집중했다. “제가 아산 선수여서 오로지 아산이 이기는 것만 생각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아산은 맹공을 퍼부었다. 4연패를 거두고 있는 팀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김현이 후반 5분 만에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일찌감치 3-0으로 달아났다. 구대영은 친정팀을 상대로 최선을 다했다. 봐줄 마음도 없었다. “경기장 안에서는 친정팀이어서 살살하고 그런 건 없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게 저에게 내려진 임무입니다.”

그리고 후반 16분 운명의 장난 같은 일이 벌어졌다. 구대영이 상대 페널티 박스 안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이었다. 선임들은 구대영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대영아. 네가 차.” 페널티킥을 얻어낸 구대영에게 득점의 기회를 주고 싶었던 선임들의 배려였다. 입대 후 막 적응기를 거치고 있는 후임이 자신감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구대영에게는 이 페널티킥이 더 소중한 의미가 있었다. 구대영이 2014년부터 K리그에서 뛰면서 아직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골을 넣으면 K리그 데뷔골이었다. 그런데 상대는 4년 간 몸 담았던 안양이어서 더 묘했다. 마치 운명의 장난과도 같았다.

안양 구대영
불과 넉 달 전 안양에서 고별전을 치를 당시 구대영의 모습. ⓒ스포츠니어스

운명의 장난 같던 데뷔골 기회
구대영은 공을 페널티 스폿에 내려 놓은 뒤 골문을 노려봤다. 등 뒤에는 그를 4년 동안 응원하던 안양 팬들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미 스코어는 3-0으로 아산이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구대영이 골을 넣으면 ‘사대영’이 되는 순간이었다. 구대영은 골을 넣으면 친정팀에 대한 예의로 세리머니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까지 다 해놓은 상황이었다. 그는 크게 숨을 한 번 들여 마시고는 강하게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그의 발 끝을 떠난 공은 안양 골대를 강타한 뒤 튀어 나왔다. 실축이었다. 구대영은 그렇게 친정팀을 상대로 데뷔골을 넣을 기회를 놓쳤다. 비록 이미 3-0으로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 승패에는 큰 영향을 끼칠 실축은 아니었지만 구대영에게나 친정팀에나 이 짧은 과정은 복잡하게 흘러갔다. 결국 경기는 아산의 3-1 승리로 막을 내렸다.

경기가 끝난 뒤 구대영은 함께 친정팀을 맞이한 조성진, 최익형 코치와 함께 안양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비록 1-3 완패를 당했지만 안양 팬들은 넉 달 만에 돌아온 구대영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따뜻하게 맞이했다. 구대영은 이 장면을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환영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경기 도중에도 제 이름을 불러주시는 걸 다 들었습니다.” 그런 구대영은 페널티킥 실축으로 친정팀을 향해 비수를 꽂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데뷔골을 놓친 아쉬움이 공존하는 듯했다. “페널티킥을 놓쳤을 때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제가 왜 찼을까 후회가 됐습니다. 그래도 안양이 아닌 다른 팀을 상대로 데뷔골을 넣으라는 하늘의 뜻으로 알겠습니다.”

여전히 안양 유니폼이 더 잘 어울리는 구대영은 내년 시즌까지도 아산에서 뛰어야 한다. 이제 갓 입대했으니 아직 제대가 까마득하다. 하지만 그는 이 와중에도 안양 팬들을 향한 인사를 잊지 않았다. “앞으로 아산에서 생활할 시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매 경기 선발로 나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큰 선수가 돼 안양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친 구대영은 아산무궁화 막내답게 주섬주섬 가장 많은 짐을 들고 선수단 버스로 향했다. 그는 프로 데뷔 이후 늘 뛰었던 안양종합운동장에 처음으로 상대팀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그리고는 친정팀을 향한 운명의 장난과도 같았던 페널티킥을 찼지만 아직 신은 그에게 데뷔골을 허락하지 않았다. 구대영은 아직 안양의 피가 흐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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