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누가 신태용에게 돌을 던지나

신태용 감독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거스 히딩크 감독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직접 기자회견까지 열어 “한국 축구에 어떠한 방식으로건 기여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논란은 2라운드로 접어 들었다. 히딩크 감독이 국가대표 사령탑에 앉을 가능성은 0%에 가깝지만 그의 말 한 마디는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의 거짓말 논란까지 더해졌다. 김호곤 부회장은 히딩크 측으로부터 그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했지만 김호곤 부회장과 노제호 히딩크재단 사무국장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노제호 사무국장은 지난 6월 김호곤 부회장에게 카카오톡을 이렇게 보냈다. “부회장님~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 국대감독을 히딩크김독께서 관심이 높으시니 이번 기술위원회에서는 남은 두 경기만 우선 맡아서 월드컵 본선진출 시킬 감독을 선임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월드컵 본선 감독은 본선 진출 확정 후 좀 더 많은 지원자 중에서 찾는 게 맞을 듯 해서요~~~ㅎ” 이 카카오톡이 공개된 이후 “연락을 주고 받은 적 없다”던 김호곤 부회장은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비난의 중심이 됐다. 여기에 이번 논란과는 별개로 과거 협회 인사들의 횡령까지 더해져 협회는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히딩크 노제호 김호곤
노제호 사무국장이 김호곤 부회장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관련자들의 신중하지 못했던 언행
이 문제에 있어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일단 거짓말을 한 김호곤 부회장에 대한 비판은 온당하다. 그는 이 일을 슬기롭게 대처할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말았다. “히딩크 측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지만 두 경기를 임시 감독으로 보내고 월드컵 본선을 치를 감독을 선임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아서 거절했다”고 해도 당위성은 충분했다. “연락조차 받은 적 없다”고 말하는 순간 스스로 당위성을 잃는다는 걸 몰랐던 것 같다. 사실관계를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면 들끓는 라이트팬들이야 어쩔 수 없다고 쳐도 마니아팬들과 언론까지도 등을 돌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슬기롭지 못한 대처가 일을 키운 셈이다.

노제호 사무국장의 행동도 현명하진 못했다. 그는 카카오톡을 통해 협회 부회장과 접촉했다. 이걸 공식적인 제안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일반인도 업무를 이런 식으로 처리하진 않는데 한 나라의 국가대표팀 축구 감독을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선임하는 건 절차상 옳지 못하다. 정식적인 공문도 아니었는데 김호곤 부회장이 ‘읽씹’했어도 이건 할 말이 없다. 또한 감독 선임에 그 어떤 영향력도 행사해서는 안 될 외부인이 “이번 기술위원회에서는 남은 두 경기만 우선 맡아서 월드컵 본선진출 시킬 감독을 선임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월드컵 본선 감독은 본선 진출 확정 후 좀 더 많은 지원자 중에서 찾는 게 맞을 듯 해서요”라고 한 건 월권 행위다. 기술위원도 아닌 이가 협회에 이런 요구를 할 권리는 없다. 묵살해도 그만이다.

히딩크 감독도 이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정 한국 축구에 기여하고 싶었다면 지난 6월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 나갈지 못 나갈지 위기에 빠져 있던 순간 대표팀 감독으로 합류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지도자가 감독대행으로 감독 생명을 걸고 월드컵에 진출하면 그때 가서 달콤한 열매만 따먹겠다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 노제호 사무국장의 입을 통해 협회에 의사를 전달했지만 히딩크 감독의 의중은 이렇게 비춰질 수밖에 없다. 히딩크 감독은 이미 한 해외 방송사와 2018 러시아월드컵 해설위원직을 약속해 더 이상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맡을 수도 없는 상황인데 아직도 이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그냥 해프닝으로 끝났어야 할 문제가 너무나도 커졌다. 관련자들의 언행이 신중하지 못했던 탓이다.

거스 히딩크
거스 히딩크 감독 재부임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신태용 감독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비난받지 않아야 할 이도 싸잡아 비난받고 있다. 바로 신태용 감독이다. 그는 이 논란에 전혀 얽히지 않은 인물이다. 이 과정과는 별개로 어려운 상황에서 감독 생명을 걸고 대표팀을 이끌어 월드컵 9회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내용이야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월드컵에 나가는 것이었고 신태용 감독은 이를 완수했다. 히딩크 감독 재선임 논란에서 신태용 감독이 언급되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는 할 일을 다했을 뿐이고 이제 계획대로 다가올 월드컵 본선에만 집중하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협회를 적폐세력으로 규정하고 지금까지도 히딩크 감독을 모셔오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신태용 감독까지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온당하지 못하다. 신태용 감독은 아무 잘못이 없다. 신태용 감독을 깎아내린다고 해도 이 현실이 바뀌는 건 아닌데 서슬퍼런 비난은 이제 신태용 감독에게까지 향하고 있다. 마치 신태용 감독을 위하는 것처럼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니 이번 월드컵은 히딩크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로 보좌하면서 경험을 쌓고 다음 기회를 노리라”고 하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 그냥 히딩크 감독을 밀면 미는 거지 이건 신태용 감독에 대해 너무 예의가 없는 소리다. 아시아권에서 신태용 감독 만큼 지도자로 경험을 쌓으며 성과를 낸 감독이 없기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을 걱정하는 듯한 주장이지만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조동건을 내세워 ‘아챔’ 먹으신 분인데 이런 감독한테 경험을 더 쌓으라고 하면 한국 감독은 그 누구도 대표팀에 갈 수 없다.

‘왕조’였던 성남일화가 망해가던 2010년 신태용 감독은 이 팀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았다. 지금 중국 슈퍼리그 팀들이 우승 한번 해보겠다고 1년에 수백억 원씩 쓰고 있는 바로 그 대회에서 신태용 감독은 국가대표도 아닌 선수들을 데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한 건 지금까지도 신태용 감독뿐이다. 역사가 찬란한 유럽에서조차 채 10명도 이루지 못한 일이고 아시아에서는 신태용 감독이 유일무이하게 일궈낸 역사다. 심지어 신태용 감독은 그나마 남아 있던 선수들이 다 다른 팀으로 팔려나간 2011년에도 FA컵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며 또 한 번 역사를 썼다. FA컵에서도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한 첫 주인공이 된 것이다.

신태용 감독
신태용 감독에게 오전히 9개월의 시간을 줘야한다. ⓒ프로축구연맹

원칙 지키자던 우리들은 어디에?
보통 구단의 좋지 못한 사정을 언급하며 구단 탓을 하는 감독이 많지만 신태용 감독은 어려운 사정에서도 누구 탓을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게 감독의 몫이다.” 신태용 감독에게 경험을 더 쌓아 다음 월드컵에 나가는 게 순리라면서 지금 어렵게 차지한 대표팀 감독 자리를 내놓으라는 건 칼만 안 들었지 협박에 가깝다. 그는 이미 아시아권에서는 가장 성과를 낸 감독이다. 히딩크 감독 재부임을 주장하는 이들의 의견은 의견 자체로는 인정해도 그러면서 그 당위성을 내세우기 위해 신태용 감독을 깎아내리는 건 문제가 있다. 신태용 감독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거짓말을 한 김호곤 부회장과 절차를 무시하고 월권을 행사한 노제호 사무국장을 탓하는 일은 있어도 신태용 감독이 조금의 비난도 받을 이유는 없다.

대립 구도는 김호곤 부회장과 노제호 사무국장, 김호곤 부회장과 히딩크 감독이어야 한다. 신태용 감독은 오히려 피해자 중의 한 명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협회의 온당하지 않은 처사에 신태용 감독도 한 무리처럼 비춰져서는 곤란하다. 협회가 학연과 지연으로 똘똘 뭉쳐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은데 신태용 감독은 철저한 비주류인 영남대 출신이다. 거기에다가 현역 시절 대표팀 경험도 부족하다. 명성으로 대표팀 감독 자리에까지 올라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줄을 타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도 아니다. 내가 신태용 감독을 응원하는 건 그가 철저한 비주류에서 오로지 실력만으로 대표팀 지도자 자리까지 올라섰기 때문이다. 적폐 청산을 위해서는 오히려 이런 지도자가 더 승승장구해야 한다는 걸 많은 이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최근 1년간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단어가 바로 ‘원칙’ 아니었나.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갈 충분한 자격을 지니고 있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관련자들이야 그에 따른 합당한 비판을 해도 되지만 신태용 감독만은 지켜야 한다. 그는 돌팔매질을 당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위기에 빠진 대표팀을 맡아 온갖 비난을 감수하고 나 같이 훈수나 두는 이들에게 ‘새가슴’ 소리 들어가면서도 목표를 이뤄냈을 뿐이다. 자신의 온전한 축구를 버리고 철저히 목표를 추구해 자칫 엄청난 수렁에 빠질 수도 있는 한국 축구를 소생시켰다. 그런데 갑자기 이 자리를 누군가에게 양보하라고 하면, 그 양보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해 성과까지 깎아낸다고 하면 이 얼마나 불합리한 일인가. 이건 각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입해 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신태용 감독만한 지도자는 소중히 다뤄야 한다. 세상이 마치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이 더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에 라이벌 아이돌 그룹을 헐뜯는 어린 학생이 된 듯하다.

신태용 감독에게 응원을 보내자
이제는 신태용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자. 어차피 해외 방송사와 해설 계약을 맺은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앉을 확률은 0%에 가깝다. 제발 현실을 돌아보고 우리가 누구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신태용 감독을 응원하는 건 협회와 그 수뇌부를 지지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 상황에서 신태용 감독을 흔들고 헐뜯는다고 해 과연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그러하다면 누구라도 희생할 수 있겠지만 지금 대표팀 감독에게 돌을 던진다고 해 달라질 건 아무 것도 없다. 아니 오히려 대표팀에 악영향만 주는 꼴이다. 신태용 감독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굳이 잘못을 하나 꼽자면 죽어가는 한국 축구를 심폐 소생시킨 잘못 정도랄까. 이제는 신태용 감독에게 응원을 보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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