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 ⓒ 맨체스터 시티 공식 페이스북

'송영주의 건곤일척(乾坤一擲)'은 송영주 SPOTV 해설위원이 매주 치열하게 펼쳐지는 경기들 중에서 여러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경기를 상세하게 리뷰하는 공간입니다. <스포츠니어스>는 앞으로 한 주에 한 경기씩 송영주 해설위원의 독특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독자들에게 글로 제공합니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 | 송영주 칼럼니스트] 펩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 시티)가 시즌2가 되서야 본색을 드러냈다. 그리고 본색을 드러낸 맨 시티는 강해도 너무 강하다.

맨 시티는 16일(한국시간) 영국 왓포드의 비커리지 로드에서 펼쳐진 2017-18시즌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에서 왓포드에 6-0 대승을 거뒀다. 왓포드에 강한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3골 1도움을 기록했고, 가브리엘 제수스와 니콜라스 오타멘디, 라힘 스털링 등이 추가골을 넣으며 왓포드를 제압한 것. 맨 시티는 점유율 67%, 슈팅 28회, 유효슈팅 10회, 코너킥 11회 등 모든 기록에서 왓포드에 앞설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로써 맨 시티는 2라운드에서 에버턴과 1-1 무승부를 기록한 후, UEFA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4연승을 질주했고, 지난 시즌 FA컵 준결승전에서 아스널에게 1-2로 패한 후, 공식 12경기에서 9승 3무로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최근 공식 3경기에서 무려 15골을 넣으며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 마디로 맨 시티는 전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를 압도하고, 파괴력을 앞세워 상대를 제압하고 있다. 그렇다면 맨 시티는 지난 시즌과 무엇이 달라졌기에 승승장구하는 것일까?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측면 수비 보강, 수비의 안정감과 빌드업의 극대화

맨 시티는 지난 시즌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하면서 팀 개혁에 들어갔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짧고 정확한 패스를 통한 공격 전개와 높은 볼 점유율, 그리고 강한 압박 등을 맨 시티에 이식시키고자 고군분투했다. 시즌 초반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10연승을 달릴 때만 하더라도 과르디올라의 맨 시티는 성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상대의 강한 전방 압박 앞에서 후방 빌드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수비수와 골키퍼가 어이없는 실책을 범하면서 수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무관에 그치며 프리미어리그 3위라는 성적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맨 시티는 여름 동안 당연히 수비라인을 물갈이했다. 기존의 선수들을 대거 정리하고 벤자맹 멘디와 카일 워커, 다닐루 등을 영입해 측면 수비에 변화를 줬고, 에데르송 골키퍼를 영입해 최후방을 강화했다. 비록 센터백을 보강하지 못했지만 측면 수비수들의 변화로 측면 수비뿐 아니라 공격이 강화되면서 측면을 통한 빌드업이 원활하게 이뤄졌고, 측면 수비가 안정되자 중앙 수비도 안정감을 회복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전방 압박을 통해 수비 1차 저지선을 강하게 구축하면서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며 맨 시티의 수비를 강화했고, 맨 시티는 올 시즌 공식 5경기에서 단 2골만을 허용하면서 지난 시즌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했다.

변화무쌍한 전술, 그리고 주축 선수들의 공존

과르디올라 감독은 수비라인에 변화를 주면서도 공격에선 투톱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것은 아구에로와 제수스가 공존에 성공했기 때문. 아구에로가 최전방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측면과 2선으로 폭넓게 움직이며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다비드 실바와 케빈 데 브라이너가 최전방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득점 기회를 창출함에 따라 투톱의 득점력은 더욱 향상됐다. 아구에로는 왓포드전에서 해트트릭을, 제수스는 왓포드전의 골로 4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여기에 라힘 스털링과 르로이 사네, 베르나르두 실바 등도 공격 지원을 효과적으로 하니 전체적인 팀 득점력이 상승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강팀을 상대로 3-1-4-2 포메이션을 가동해 후방 빌드업을 보다 원활하게 만들며 수비의 안정감을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약팀을 상대로는 4-1-3-2 포메이션을 가동해 득점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물론, 맨 시티는 스리백을 구사하기에 센터백이 부족하다. 존 스톤스와 오타멘디, 뱅상 콤파니가 존재하지만 콤파니는 부상이 잦은 편이고 콤파니가 전력에서 제외되면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일리아킴 망갈라와 토신 아다라비요는 신뢰하기엔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그리고 맨 시티는 경기 일정이 빡빡해 상황에 따라 적절한 로테이션이 필요하므로 파비안 델프와 일카이 귄도간을 비롯한 벤치 멤버들이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맨 시티의 로테이션이 위력을 발휘할진 다음 주중에 펼쳐진 웨스트 브로미치와의 리그컵 경기에서 판명날 것이다.

맨 시티는 지금 이 순간 강해도 너무 강하다. 하지만 맨 시티의 강인함이 시즌 내내 유지될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다. 시즌은 길고 경기는 많다. 몇몇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로 맨 시티도 부침을 겪을 수 있다. 맨유와 첼시, 토트넘, 리버풀, 아스널 등 라이벌들도 언제든지 맨 시티에게 패배를 선사할 수 있다. 따라서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금의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만약 맨 시티가 시즌 내내 강인함을 유지한다면 잉글랜드 왕좌 탈환뿐 아니라 유럽 정복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