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김현(해트트릭한 공격수, 외박예정자)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안양=조성룡 기자] 아산 김현은 축구선수보다 의경에 더 가까운 DNA를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17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FC안양과 아산 무궁화의 경기에서 김현이 제대로 폭발했다. 그는 전반 21분 선제골로 시작해 전반 40분 추가골, 후반 5분 쐐기골까지 모두 기록하며 원맨쇼를 펼친 끝에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팀은 안양을 3-1로 꺾고 4연패에서 탈출했다.

믹스드존에서 만난 김현은 의외로 덤덤했다. 해트트릭에 대한 기쁨보다는 승리했다는 것에 더욱 만족감을 느꼈다. 그는 "이번 경기 전까지 연패 중이어서 꼭 연패를 탈출하고 싶었다. 승리한 것이 기쁘고 내가 골을 넣어서 승리했다는 것이 더욱 기쁘다"라며 경기 후 소감을 밝혔다.

이번 경기에서는 그는 프로 통산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공격수라면 누구나 욕심을 내는 해트트릭이다. 하지만 그는 앞서 말했듯이 차분한 모습을 계속해서 유지했다. "사실 생각보다 엄청 기분이 좋지는 않다. 그냥 얼떨떨한 기분이다"라고 말한 그는 "나도 해트트릭을 하면 행복하고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그는 오히려 다른 것에 기분이 들떠 있었다. 외박이었다. 아산 선수들은 승리할 경우 외박을 나간다. "사실 해트트릭보다 이제 나갈 외박이 더 좋다"라고 쑥스럽게 말한 그는 "한동안 연패 중이어서 외박을 나가지 못했다. 지금 안양 원정을 온 선수들도 기분 좋겠지만 부대에 남아 TV로 시청하고 있는 선수들 역시 행복할 것이다"라며 씩 웃었다.

이번 해트트릭으로 김현은 한 시즌 개인 통산 최다 골 기록을 경신하는데 성공했다. 2015 시즌(제주)과 2016 시즌(성남) 각각 세 골 씩 넣은 것이 기존 기록이었다. 지금은 벌써 두 배인 여섯 골을 기록했다. 그에게는 의경 복무 생활이 오히려 도움이 된 것일까? "딱히 그런 것은 없는 것 같다"라고 말한 그는 "이곳에 나와 맞는 선수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그렇고 동료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도와주니 마음 편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고 비결을 꼽았다.

그동안 김현은 프로에서 촉망 받는 유망주였지만 기대만큼 골을 넣지 못하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기도 했다. "과거 골을 넣지 못해서 나 역시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토로한 김현은 "예전에는 경기 출장 기회가 별로 없었고 경기에 나가더라도 후반 교체 투입이 많았다. 하지만 아산에서는 꾸준히 기회를 잡고 있다. 이 점이 내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현이지만 벌써부터 기뻐하기는 이르다. 꾸준한 모습도 보여줘야 하고 팀 성적도 동시에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아산의 경기력이 좋지 못해서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다"고 말한 그는 "앞으로 더 노력해서 골도 많이 넣고 팀 성적에도 기여할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며 경기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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