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패를 당해도 페예노르트의 챔피언스리그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 페예노르트 공식 페이스북

'송영주의 건곤일척(乾坤一擲)'은 송영주 SPOTV 해설위원이 매주 치열하게 펼쳐지는 경기들 중에서 여러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경기를 상세하게 리뷰하는 공간입니다. <스포츠니어스>는 앞으로 한 주에 한 경기씩 송영주 해설위원의 독특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독자들에게 글로 제공합니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 | 송영주 칼럼니스트] '네덜란드 챔피언' 페예노르트가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페예노르트는 14일(한국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데 큅에서 펼쳐진 2017-18시즌 챔피언스리그 F조 1차전에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 시티)에 0-4로 패했다.

페예노르트는 지난 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에서 아약스를 승점 1점으로 따돌리며 18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그 결과 2002-03시즌 이후 무려 15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 진출했다. 당연히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그럼에도 조별리그 첫 경기 맨 시티전에서 제대로 힘 한 번 써 보지 못하고 대패를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페예노르트의 챔피언스리그는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안방불패'의 페예노르트, 현실은 냉혹했다

페예노르트는 맨 시티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페예노르트는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무대에서 홈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불러 1-0으로 승리한 경험이 있고, 에레디비지에선 2016년 1월 데 하그에 0-2로 패한 후, 홈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물며 올 시즌 네덜란드 슈퍼컵을 포함해 공식전 5경기에서 전승을 거두고 있었다. 이에 페예노르트의 판 브롱코스트 감독도 "맨 시티는 위대한 감독과 선수들을 보유한 빅 클럽이다. 맨 시티를 상대하는 것은 커다란 도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승리를 위해 경기를 한다.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라며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 페예노르트 공식 페이스북

하지만 페예노르트는 경기 시작 후 5분 만에 골을 허용하며 맨 시티에 끌려가기 시작했다. 페예노르트는 믿었던 토니 빌헤나와 카림 엘 아흐마디가 중원에서 발이 묶이면서 공수 전력이 흔들렸고, 미겔 넬롬과 세인트 유스테는 맨 시티의 측면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하지 못해 크로스를 허용하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장 폴 뵈티우스와 스티븐 베르하위스를 앞세운 측면 공격도 후반 들어 날카로운 모습을 몇 차례 연출했을 뿐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어쩌면 판 브롱코스트 감독이 수비적인 전술이 아닌 기존의 4-3-3 포메이션 하에서 공수 밸런스를 맞추려고 했던 것 자체가 실수였는지도 모른다. 페예노르트가 맨 시티와의 전력 차를 홈경기장의 분위기와 선수들의 패기만으로 극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맨 시티는 한 수 위의 실력을 과시하며 생각보다 쉽게 승리를 획득했다. 맨 시티는 지금까지 네덜란드 원정에서 1무 1패로 고전하고,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원정에서 2무 2패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페예노르트 원정 대승을 통해 이제 원정에도 강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가브리엘 제수스를 앞세운 최전방 공격과 다비드 실바, 데 브라위너, 베르나르두 실바가 이끄는 2선 공격, 그리고 멘디와 카일 워커가 시도하는 측면 공격 등은 유기적임 움직임 속에서 상대 문전에서의 슈팅으로 연결됐고, 무려 4골을 성공시켰다. 점유율 66%, 슈팅 13회, 유효슈팅 8회, 오프사이드 6회, 코너킥 7회 등 기록에서 알 수 있듯 경기 내용에서 페예노르트를 압도했다.

페예노르트의 챔피언스리그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페예노르트의 판 브롱코스트 감독과 젊은 선수들은 맨 시티전의 패배로 현실을 인지했을 것이다. 페예노르트는 맨 시티뿐 아니라 나폴리, 샤흐타르 도네츠크 등을 상대로도 고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냉정하게 말해 이들은 페예노르트보다 전력이 우위다. 또한 페예노르트는 케네스 베르메르와 니콜라이 외르겐센 외의 다른 선수들이 챔피언스리그이 경험이 전무해 원정에서 더 큰 문제를 노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지금의 모습이 페예노르트의 100% 모습이라고 말할 수 없다. 페예노르트는 맨 시티전에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던 니콜라이 외르겐겐과 리데시아노 합스, 스벤 판 벡 등이 복귀하면 공수 전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판 브롱코스트의 아이들은 흐름을 타면 무섭게 돌변하므로 1승만 거둔다면 기세를 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페예노르트의 젊은 선수들이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경험을 쌓으면서 상대적 강팀을 상대로 승리하기 시작한다면 16강 진출을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따라서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도전이 험난한 길이고,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지만 페예노르트는 도전을 피할 이유가 없다. 페예노르트의 챔피언스리그는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UEFA 챔피언스리그 F조 1차전 페예노르트 0-4 맨체스터 시티

[존 스톤스 2, 63, 세르히오 아구에로 10, 가브리엘 제수스 25]

페예노르트(4-3-3 포메이션) > 브래드 존스- 넬롬, 판 데르 헤이덴, 보테긴, 세인트 유스테- 빌헤나, 엘 아흐마디, 암라바트(78분 삼 라르손)- 장 폴 뵈티우스, 크라머(72분 벤테), 베르하위스(46분 토른스트라)

맨체스터 시티(4-1-3-2 포메이션) > 에데르송- 멘디, 오타멘디, 스톤스, 워커- 페르난지뉴(72분 사네)- 다비드 실바(67분 델프), 데 브라위너, 베르나르두 실바- 아구에로(60분 스털링), 제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