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4강 진출을 결정한 상하이 상강의 미드필더 위하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스포츠니어스 | 명재영 기자] 올겨울 열렸던 바르셀로나와 파리생제르망 간의 2016-17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과 같은 명승부가 아시아 무대에서 재현됐다. 주인공은 상하이 상강이었다.

12일 중국 광저우 텐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2017 16강 2차전에서 광저우 헝다가 같은 리그의 상하이 상강을 5-1로 제압했다. 지난달 22일에 열렸던 1차전의 0-4 대패를 만회한 광저우는 1ㆍ2차전의 종합 스코어를 5-5로 동점으로 만들면서 승부차기로 경기를 끌고갔다. 그러나 첫 번째 키커 굴라트가 실축을 하면서 광저우는 승부차기 스코어 4-5로 상하이에 아쉽게 4강 티켓을 내줬다.

이날 경기 중심에는 광저우의 브라질 공격진 듀오가 있었다. 전반 21분 알란이 선제골을 기록하면서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렸다. 이른 시간의 득점으로 경기의 분위기를 잡은 광저우는 상하이를 계속해서 몰아붙였고 전반 35분 알란이 두 번째 득점에 성공하면서 역전이라는 단어를 조심스럽게 꺼내들 수 있었다.

전반전과 달리 후반전은 60% 이상의 점유율과 쉴 틈 없는 슈팅 속에서도 2-0의 점수가 그대로 유지됐다. 결국 경기 종료가 10여 분까지 다가왔고 광저우는 더욱 초조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노련미였다. 중국 무대에서 잔뼈가 굵었던 광저우의 공격형 미드필더 히카르도 굴라트가 후반 38분 팀의 세 번째 골을 만들었다. 4점 차가 1점 차로 좁혀지면서 경기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런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보통 경기가 끝날 무렵이기 마련이다. 이날 경기 역시 후반 추가시간에 결정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후반 추가시간 1분 굴라트가 본인의 두 번째 득점이자 팀의 네 번째 득점에 성공하면서 1ㆍ2차전 종합 스코어를 0-4에서 4-4로 돌려놓았다.

경기는 연장전으로 이어졌고 90분 내내 광저우에 고전하던 상하이는 연장 전반 7분 왕자제가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더욱 어려움에 부닥쳤다. 절벽에서 추락 직전까지 몰린 상하이의 구세주는 브라질 공격수 헐크였다. 연장 후반 5분 헐크가 절묘한 프리킥 골을 성공시키면서 경기는 다시 상하이의 1점 차 리드로 벌어졌다.

긴장감이 이어지던 연장 후반 12분 상하이에 또다시 악재가 찾아왔다. 수비수 왕선차오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반칙을 범하면서 경고누적으로 인한 퇴장과 동시에 광저우에 페널티킥을 내준 것이다. 굴라트가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켰고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연장전에서의 득점은 원정 다득점으로 인정되지 않는 대회의 규정에 따라 4강 티켓의 주인공은 승부차기에서 결정짓는 것으로 넘어갔다.

승부차기에서는 상하이가 웃었다. 120분 혈투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굴라트가 첫 번째 키커로 나서 골대를 맞추면서 승부차기 내내 상하이에 끌려가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상하이는 키커 전원이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고 결국 승부차기 스코어 5-4로 상하이가 창단 이후 처음으로 ACL 4강 진출에 성공했다.

▲ AFC 챔피언스리그 2017 8강 2차전 (9월 12일-광저우 톈허 스타디움)

광저우 헝다 5 (21’ 알란, 35’ 알란, 83’ 굴라트, 90+1’ 굴라트, 118’ 굴라트(PK))

상하이 상강 1 (110’ 헐크)

hanno@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