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비위 맞춰야 ‘기레기’ 벗어날까


기자들이 '기레기' 논란에 휩싸였다 ⓒ SBS '피노키오' 방송화면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한순간의 해프닝이라고 믿은 내가 순진했던 걸까. 연일 거스 히딩크 감독의 복귀설이 중요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히딩크 측은 절차와 예의를 모두 무시했다. 그의 복귀론에는 정당성이 옅었다. 국내 한 매체는 공식 절차를 무시하고 히딩크 복귀설을 흘린 히딩크 재단 최측근의 입장을 해석하며 ‘꼼수’가 있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도 본질을 알았다. 신태용 감독이 승리를 거머쥐진 못했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손에 들고 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신태용 감독 취임 시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은 그의 계약연장 옵션이 됐다. 누가 봐도 신태용 감독이 감독직을 계속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정당하다.

그러나 포털 사이트 여론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주로 30~40대 남성들이 피력하는 의견은 “히딩크가 신태용보다 낫다”라는 의견이다. 반면 <스포츠니어스> 페이스북 댓글이나 K리그 페이지를 보면 대부분 팬들은 히딩크 감독 복귀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같은 여론인데 포털 사이트와 페이스북의 의견차가 분명하다.

포털 사이트 여론에 한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 ‘국민’ 운운하며 “슈틸리케에 이어 신태용호 경기력이 엉망이다. 히딩크 감독 복귀론에 환호하는 이유가 다 있다”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축구를 지켜본 기자들이 아무리 “이건 아니다”라고 해도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기레기’ 취급을 한다. 기자들이 언제부터 대중의 대변인이 됐나. 기자는 대한축구협회나 각 축구단의 홍보수단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중의 스피커도 아니다. 때로는 팩트를 전달하며, 때로는 숨겨져있는 진실을 찾으며, 때로는 모인 팩트를 취합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기도 한다.

팩트, 신태용호는 목표를 이루었다

제발 본질을 보자. 슈틸리케 감독은 좋지 않은 경기력과 결과로 위기를 겪다가 지난 6월 경질당했다. 그리고 월드컵 본선 진출까지는 아직 두 경기가 남아있었다. 차기 감독 선임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최용수, 김학범 감독을 비롯해 허정무 부회장도 물망에 올랐다. 다들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섣불리 나서지 않았던 눈치 게임에서 협회 기술위원회는 신태용 감독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그리고 그는 감독직을 받아들였다.

신태용 감독을 향한 시선에는 분명 U-20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보여준 화끈한 축구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란과 우즈베크를 상대하는 경기에서는 그의 장점이 발휘되지 않았다. 그 어떤 경기보다 신중한 경기였다. 신태용 감독은 그 무게를 몸소 체험했다. 아쉬운 경기력으로 인해 떠오른 비판점은 있었다. 그의 교체 타이밍과 더 적극적이지 못한 경기 운영은 분명 비판의 여지가 있다.

이란과 우즈베크를 상대하는 두 경기. 이 두 경기에 한국 축구의 사활이 걸렸다고 했다. 승리를 거둬야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단 3개월간 지휘봉을 잡은 인물이 한국 축구의 사활이 걸린 두 경기를 치러야 했다. 그리고 무엇이 중요한지는 모두 알고 있었다. ‘승리’는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이루는 최선책이었다. 그리고 신태용 감독은 최선책은 아니었지만 그 목표를 이뤘다.

신태용 감독이 목표를 이룬 순간 히딩크 재단은 국가대표팀이 귀국하기도 전에 그들의 얼굴마담을 언론에 흘렸다. “히딩크 감독이 복귀 의사를 밝혔다”라는 것이다. “단, 국민 지지가 필요하다”라는 단서조항도 내세웠다.

언론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 N포털 댓글 캡쳐

여기까지가 팩트다. 이후 서술할 내용은 기자의 사견이다.

신태용 감독의 대표팀은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히딩크 재단은 히딩크 감독의 복귀 의사를 흘렸다. 히딩크가 정말 연봉에 관계없이 대표팀 감독직 복귀 의사를 밝혔는가. 히딩크가 재단 측에 발언한 시점이 정말 슈틸리케 감독 경질 후 시점인 6월인가. 이 의문점은 아직 남아있다. 히딩크는 그리 늦지 않은 시점에 본인의 의견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그럼 왜 히딩크 재단은 신태용 감독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시점에서 YTN에 복귀설을 흘렸을까.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보지 않았을까. “국민들 지지가 필요하다”라는 단서조항은 그들의 입김이 어느 정도일지 확인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 와서 대표팀을 이끌게 되면 재단 측에도 이익이 생긴다. 어떤 이익들이 있을지는 정확한 파악이 힘들다. 그러나 그들은 어느 정도 수익 구조를 구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재단 측의 입장 중 상당히 재밌는 부분이 있다.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팀은 맡지 않는다”라는 점이다. 이와 같은 발언은 6월 슈틸리케 감독 경질 후 히딩크 측이 대표팀 감독을 수행했다가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타격을 걱정한 것이다. 히딩크 재단은 이 타격을 견딜 자신이 없다. 그리고 대표팀의 키는 신태용 감독이 가져갔다. 계속되는 실망스러운 경기를 치렀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에는 성공했다. 그렇다면 이제 이 실망스러운 여론을 통해 히딩크 재단이 이득을 취할 수 있지 않을까. 히딩크 감독이 사담으로 흘린 ‘추억 팔이’를 생각하면 히딩크에게도 나쁜 조건이 아닐 터다.

히딩크 감독이 복귀하면 가장 이득을 볼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생각한다면 단연 히딩크 감독도, 축구협회도, 그렇다고 국민들이나 대표팀 선수들도 아니다. 바로 히딩크 재단이다. 그들이 이미 자리를 꿰찬 신태용 감독 체제를 몰아내야 그들에게 자리가 생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태용호 대표팀을 흔들어야 한다. 이 글이 사견임을 밝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이들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본심을 밝히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기자들의 귀를 통해서는 듣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내부고발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은 갖고 있다.

본질과 팩트의 영역은 건드릴 수 없다. 그러나 사견과 의견은 다를 수 있다. 기자의 사견이 설득력을 가진다면 기자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팩트를 근거로 의견을 서술했다. 이정도는 기자가 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나 “대중의 심리를 파악하고 서술해야 한다”는 기자의 영역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기자들이 ‘기레기’ 소리를 들을 이유는 없다.

대중 비위를 왜 기자가 맞춰야 하나

대중의 심리는 팩트로 서술하기엔 무리가 있다. 대중은 집합체다. 공통적인 의견이 모인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공통점을 서술하는 영역은 대중문화 평론가의 역할이다.

‘대중문화 평론가’ 흉내를 조금 내본다면 지금 대중의 심리 속에 있는 감정은 ‘답답함’이다. 2002년 환상적인 활약과 결과를 모두 거둔 대표팀이 아시아 지역 예선 통과조차도 버거워하는 현실에 대한 부정이다. 과거 잘나갔던 시절과 지금은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되는 토로다. 은퇴한 선수들은 이제 부를 수 없다. 하지만 감독은 아직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히딩크를 찾는다. 15년 전 어퍼컷 세리머니를 날리며 대한민국 축구를 영광의 순간으로 이끌었던 그 한 사람을.

시간이 흐른 만큼 시대와 환경이 바뀌었고 아무리 히딩크라도 새로운 대표팀을 파악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가 월드컵 본선에서 영광스러운 업적을 이루기 전에도 시간은 필요했다. 그 시간 동안 그에게 붙은 별명이 ‘오대영’이란 사실을 언급하는 댓글이 없다는 점은 흥미롭다. 그는 시행착오 끝에 오랜 시간을 들여 대표팀을 개선했다. K리그는 홈에서 열릴 월드컵을 위해 일정과 선수들을 희생시켰다. 러시아 월드컵을 위한 시간은 이제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그가 성공을 거둘 확률은 얼마나 될까.

히딩크 재선임에 대한 걱정을 비롯, 절차와 예의, 흐릿한 정당성에 대한 서술은 이미 많은 기자들이 내놓았다. 이들은 오랜 시간 동안 현장에서 누구보다 가깝게 한국축구를 지켜봐 온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두 “히딩크 반대”를 외치고 있다. 대중, 아니, 포털 사이트에 상주하는 30~40대 남성 누리꾼들만 “히딩크 찬성”을 외치고 있다.

거스 히딩크
거스 히딩크 감독이 다시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거론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히딩크 담론에 ‘기레기’ 끼얹으며 본질을 흐리고 있다

기자들은 언론의 유통구조가 변화하는 시점에서 포털 사이트에 노출되기 위해 ‘어뷰징’과 ‘우라까이’를 반복했다. 그래서 기자들은 ‘기레기’소리를 들었다. 특히 스포츠 언론은 예능, 드라마 리뷰를 하며 정말 먹고 살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이는 분명 기자들이 저지른 과거의 업보다. 최근에는 기업 스폰을 받기 위해 언론 고위직 인사들이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에게 굽실거리는 모습이 공개됐다. 분명 기자들이 ‘기레기’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분은 아직 남아있다.

그러나 히딩크 담론에서 기자들은 분명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도 나보다 훨씬 담담한 어조로 대중 비판에 개의치 않으며 자신들의 의견을 서술하고 있다.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중 한 명이다.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한국 축구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선배들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도 한 사람의 축구팬으로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사를 접하는 독자 중 한 사람으로서 히딩크 담론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중보다 선배들이 옳다고 생각한다. 대중보다 그들의 말에 더 설득력이 있다. 기레기 소리 듣기 싫다고 대중 입맛에 맞는 글만 써야 하나. 기업의 홍보 수단, 대중의 스피커로 전락하는 것이야말로 ‘기레기’아닌가.

intaekd@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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