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선수 이상우가 말하는 ‘멘탈 관리’와 자존감 회복


우리, 자기 자신에게 계속 지고 있지는 않나 ⓒ MBC 무한도전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자존감 수업’,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아무것도 아닌 지금은 없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매일 심리학 공부’

서점에 올라온 베스트셀러들을 다 챙겨 읽지는 못해도 한 번씩 둘러보는 것을 좋아한다. 이 사회가,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은 무엇이고 그 답은 어디에 있는지 베스트셀러들을 보면 대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 세대들은 어릴 때부터 “너 커서 뭐 될래?”라는 질문을 받으며 자라왔다. 그리고 청년이 된 지금 자신이 무엇이 되어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 “지금 내 모습이 어릴 때 내가 되고 싶었던 어른인가?” “내가 지금 이거 하겠다고 여태껏 개고생했나?” 질문은 의심으로 번지고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또다시 묻는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거지?” 그렇게 요즘 사람들은 “커서 뭐 될래”라는 질문보다 “커서 어떻게 살래”라는 질문의 답을 원하는 듯 보인다.

수년 전 경제적 성공을 논하고 청년들을 책망했던 자기계발서는 청년들과 사회 곳곳에 상처만 남겼다. 타인의 성공담을 통해 자책에 빠져버린 사회는 이제 위로가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더 나아가 때로는 위로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혹은 이 힘든 세상살이를 버텨내기 위해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이 많이 보인다. 여러분의 자존감은 안녕하신가.

문득 축구선수들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경기 중 큰 실수를 저질러도 다음 경기에 아무렇지 않은 듯 나오며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골대 뒤 서포터들에게, 상대편 서포터들에게, 미디어와 SNS를 통해 대중들에게 온갖 비난을 받아도 운동장 위에 당당하게 서 있을 수 있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그들은 스트레스 관리를 어떻게 할까. 그들의 자존감과 자신감은 누가 지켜주나.

축구선수들도 좌절하고 무너진다. 그리고 회복하고 부활한다. 나도 그렇다. 여러분도 그럴 것이다. 우리 모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자존감 수업’은 아직 못 읽었지만, 그래서 책값 대신 커피 값을 내고 스포츠심리학을 공부 중인 이상우 선생님에게 물었다. 심리 상담 사례를 통해 우리도 자존감 한 번 높여보자.

“‘KOREA’ 읽을 수 있어?” 이상우가 공부하는 선수 된 이유 (전편 보러가기)

알려주세요! 이상우 선생님 ⓒ 이상우 제공

1교시: ‘멘탈’ 탐구 시간

일단 ‘멘탈’의 뜻을 물어봤다. 선수들이 팬 호응에 차갑게 반응하거나 상대편 선수를 걷어찼다고 그 선수를 향해 “저 XX 멘탈 썩었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예전엔 자주 이런 표현들이 널리 쓰였지만 그나마 요즘은 ‘인성’이라는 단어가 대신 쓰이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정확한 멘탈의 뜻부터 알고 넘어가 보자.

이상우는 멘탈을 “행동을 작동시키는 스위치”라고 표현했다. 행동을 위한 준비가 되어있어야 뛰어야 할 때 뛰고 멈춰야 할 때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멘탈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면 멈춰야 할 때 달리기도 하고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돌발적인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멘탈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선수들의 ‘인성’이 아닌 ‘멘탈’은 실수를 통해 드러난다. 이상우는 “심리 기술을 배우지 않은 선수들은 실수했을 때 멘탈 회복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라고 대답했다. 심리적으로 준비가 잘 되어있는 선수들은 자책골을 기록하는 최악의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현재에 집중하며 제 실력을 발휘한다. 반면 심리적으로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선수들의 경우 경기 내내, 혹은 다음 경기까지 영향을 미친다.

선수들도 선수들이지만 감독들의 멘탈도 중요하다. 심리 상담사는 팀 경기력과 더불어 감독들도 관찰해야 한다. 아무리 선수들 멘탈을 잡아주고 준비를 잘 한다 한들 감독 지시가 적절하지 못하다면 선수들의 멘탈이 무너진다고 한다. 벤치의 효과적인 대화도 그만큼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우는 “향후 5년, 10년 안에 팀에 심리 상담사가 보편화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아직은 지도자들이 심리 상담사의 개입을 꺼리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그는 “지도자들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자신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워하고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도자들이 감독으로서 자신의 축구 철학으로 선수들 멘탈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의식이 지배적이다”라고 말했다.

지도자들이 이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유로는 지도자 자격증 교육에도 심리 파트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상우는 “자격증 코스에 포함된 멘탈 관리 내용에 깊이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경기력과 코칭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자격증 코스만으로는 지도자들이 효과적인 심리 지도에 많은 부담을 느낄 것으로 내다봤다. “지도자들에게 지워진 부담감, 무게감을 심리 상담사와 나눈다면 지도자들의 역량을 발휘하기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하며 “무게를 나누면 출발점이 달라진다. 감독들은 외로운 직업이다. 프로 선수들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대기업 부장급들이 느끼는 정도와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만큼 감독과 코치들이 선수들의 멘탈을 컨트롤하기 어렵다는 뜻이다”라고 밝혔다. 감독들의 무게감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심리 상담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들은 선수들의 멘탈이 흔들릴 경우 그것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잡아주느냐의 문제가 남아있다. ‘언어의 온도’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전달되는 메시지가 어떻게 전달되어야 하는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속에 나온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상우는 상담사와 상담자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멘탈 훈련의 시작이라고 했다. 그는 “기술과 체력을 키우는 것처럼 멘탈 훈련도 마찬가지다. 훈련에 따라 차이가 난다. 심리 상담사의 지도 방식, 선수들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의지가 없는 선수들은 아무리 훈련해도 효과가 없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상담사 자격증 취득 심의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국내에도 1급 자격증 보유자는 30명이 채 안 된다”라며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 말했다. 팀 내 심리 상담사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부분이다.

뭐야! 1교시부터 너무 어렵잖아! ㅠㅠ ⓒ MBC 무한도전

2교시: ‘자존감 회복 시대’,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하는 방법은?

살기 힘든 세상이다. 우리도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하고 싶다. 도움을 받기 위해 상담사를 찾아가면 좋겠지만 그럴 경제적 여유나 시간적 여유가 안 되는 사람들은 어떡해야 하나. 스포츠 심리 상담사인 이상우는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선수들의 자존감과 자신감 회복을 돕는다. 이상우의 심리 지도 상담법을 통해 그 답을 찾아봤다.

이상우는 현대인들이 자존감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사회가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 같다. 목표치는 높아지는데 처우가 정해져 있으니까. 보상 구조가 균등하지 않은 것 같다.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성취감이 떨어진다. 자기 성취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콤플렉스가 되는 것 같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자존감과 자신감 사이에 존재하는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뜻하는 자신감이 있어야 프로젝트에 뛰어들 수 있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 성취감이 생기고 그에 대한 자존감이 자연스럽게 고취된다. 이상우는 “자존감을 얻기 위해 자신감이 필수라고 생각한다”라며 “자신감으로 시작한 일들의 성취는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된다”라고 전했다.

자신감과 자존감을 위한 멘탈 훈련에는 ‘현재 집중’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 실책을 되짚으며 이어지는 자책, 미래 실책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은 자신을 깎아내리는 위협적인 존재다. 더불어 타인의 기준에 자신을 평가하기 시작하면 자존감과 자신감은 땅으로 파고들 수밖에 없다. 프로축구 선수들과 감독들은 항상 대중의 시선에 노출된다. 골대 뒤와 SNS를 통해 수많은 평가와 비난을 받는다. 이상우는 이러한 남들의 평가에 대해 ‘함정’이라는 표현을 썼다. 타인의 의견은 말 그대로 ‘타인’의 의견이며 그것이 옳고 그름을 떠나 “다를 수 있다”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전한다.

이상우는 “타인의 기준을 신경 쓰면 자신과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집중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냉정한 말투로 “타인의 기준에 사로잡혀 있다면 프로 선수로 있을 수 없다. 자신에 집중하는 게 좋다. 프로선수들은 자신의 피치 위에서 평가받는 직업이다. 타인보다 자신이 자신을 평가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집중 에너지를 잃은 선수들의 생각은 과거나 미래로 향한다. 그래서 이상우는 ‘현재 집중’을 강조한다. 과거의 실책은 이미 되돌릴 수 없다. 과거 실책으로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집중력이 낭비되면 과거를 후회한다. 실제 현재 해야 할 일들에 집중하지 못한 채 자신답게 살아가지 못하게 된다. 자신답지 않은 플레이는 또 실책을 낳는다. 반복되는 실책은 미래에 벌어질 수도 있는 실수를 걱정하게 만든다. “신만이 알 수 있는 미래를 인간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고 그는 말한다.

혹자는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들을 향해 “건방지다”라고 말한다. “자만을 경계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선수들의 멘탈을 지도하는 이상우는 지도교수인 김병준 교수의 강의를 인용하며 ‘윈 어글리’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선수들이 너무 착하다는 것이다. 깨끗한 유니폼, 페어플레이는 승리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정당한 범위 안에서 어글리하고 못된 선수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축구는 결과가 중요한 종목이다. 선수의 임무는 승리하는 것이다. “건방지다”라는 평가를 두려워하는 것보다 승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감이 넘쳤던 <타짜>의 고니는 “이 바닥 겸손해야 한다”라고 말한 부산 타짜에게 “그렇게 사쇼. 평생, 겸손하게”라고 대답한다.

더불어 “좋은 선수들은 ‘자만’하지 않는다. ‘방심’은 할 수 있어도”라고 그는 덧붙였다. “내가 난데? 안 되겠어? 되겠지”하는 것이다. 훌륭한 선수들은 의식 수준 자체가 다르다고 전했다. 한순간에 떨어질 것을 알고 있다고 한다. 그는 또 ‘준비’라는 단어를 썼다. 더불어 “멘탈이 타고난 선수는 없다. 멘탈도 운동과 마찬가지로 훈련하고 준비를 잘 해야 발휘된다”라고 전했다. 심지어 국가대표급 선수들도 멘탈 훈련이 부족한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다고 한다. 준비를 잘 했기 때문에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준비하지 않으면 좋은 경기력은 나올 수 없다. 이것은 방정식”이라고 말하며 “멘탈이 좋은 선수들은 시합이 시작됐을 때 경기가 시작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합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경기력이 좋지 않아 한 번 무너져본 선수들은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하게 된다. 준비가 많이 되어있기 때문에 좋은 경기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했다. 최근 놀라운 선방을 펼치며 맹활약한 양한빈도 “올라가는 건 힘들어도 떨어지는 건 한순간”이라고 기자회견에서 전달한 적이 있다.

오오 나도 이제 자존감이 좀 생기는 듯 ⓒ Mentor Split

3교시: 이상우의 멘탈 관리 노하우

이상우는 선수 시절 “김병준 교수에게 도움을 받아 멘탈을 관리해왔다”라고 밝혔다. 이제 선수 생활을 은퇴한 그는 “어려움이 닥칠 때 혼자 극복해야 하는 일이 많다”고 전했다. 사회인 이상우는 어떻게 자신의 멘탈을 관리하고 있을까.

이상우는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심리 기술을 많이 알아도 자신에게 적용이 잘 안 되는 것 같기도 하다”라고 전하면서도 “막히면 쉰다. 핸드폰도 꺼놓고 지방으로 떠난다. 얼마 전에는 울릉도도 갔다 왔다”라며 자신만의 해결책을 밝혔다. 이어 자신감 회복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자기 암시를 많이 한다”라고 전했다.

이상우는 자신을 “미래지향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날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야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 출신 상담사로서 좋은 사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줄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래서 그는 “항상 멈추지 않고 준비하며 목표를 향해 계속 달려가고 싶다”라고 얘기한다. 그도 많은 청춘들처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일찌감치 고민했다. 그리고 그는 그 답을 찾아 지금도 달리고 있다.

삶을 고민하는 청춘들을 향한 조언을 부탁한다는 요청에 그는 “아직 조언해줄 수 있는 위치가 되는지 모르겠다”라면서도 “은퇴한 선수, 은퇴를 앞둔 선수나 새로운 길을 가야 하는 선수들에게 연락이 많이 온다. 그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잘 확인하고 선택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얘기한다”라고 말했다.

원래 강의평가는 ‘매우 만족’으로 통일하는 거다 ⓒ 이상우 제공

그는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과 대화하는 것을 강조했다. 그래야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감을 갖고 걸어가기 시작하면 자존감도 쌓인다고 전했다. 그리고 힘들면 때로는 핸드폰을 끄고 쉬어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 생활과 공부를 병행했고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하며 시대를 관통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가 하는 말이니 믿어도 된다. 우리 존재 모두 화이팅이다.

intaekd@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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