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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대한민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이 타슈켄트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0-0 무승부를 거두며 가까스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결과가 중요한 경기였다. 그 결과는 월드컵 본선 진출이었다는 점에서 다행인 경기였지만 답답한 경기력이 계속되는 문제를 남겼다.

본선 진출 결과는 좋은 결과다. 경기 내용을 보자. 전반전 패스는 끊겼고 공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반 초반 황희찬의 슈팅이 골대를 맞추고 손흥민도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지만 우리가 만들어낸 기회라기보다 우즈베크의 실수로 얻어낸 기회였다.

우즈베크의 마음은 더 급했다. 우즈베크는 후반이 시작되자 미드필드 자원을 빼고 사르도르 라시도프와 알렉산데르 게인리히를 투입하며 골을 노렸다. 그런데도 후반전 내용은 대한민국이 훨씬 우위를 점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은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이 아니었다. K리그 선수들이었다.

김민재-김민우-고요한의 수비

김영권과 장현수는 이번에도 끝내 중국화 논란을 잠재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장현수의 상황은 조금 아쉽다. 장현수는 전반이 마무리되기 전 부상으로 구자철과 교체됐다. 김영권은 이란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빌드업은 부실했고 어설픈 처리가 눈에 띄었다. 그의 활약 중에서 가장 눈에 띈 활약은 후반전 역습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후반전 경기력이 좋아지자 심리적으로 자신감을 얻은 듯했다.

김민재는 이란전과 마찬가지로 튼튼했다. 수비 빌드업과 역습 차단으로 우즈베크 공격을 꽁꽁 묶었다. 김민우는 수비에도 소홀하지 않으며 틈틈이 공격기회를 노렸다. 수원 삼성 동료이자 선배인 염기훈이 들어오자 펄펄 날았다. 염기훈과 왼쪽에서 끊임없이 연계하며 공격기회를 만들어냈다.

고요한은 지난 타슈켄트 원정에서 악몽을 경험했다. 이번 우즈베크전은 완전 달랐다. 그는 넘어지지 않았고 우즈베크 공격수들과 경합할 때 대부분 어깨를 먼저 집어 넣으며 공을 따냈다. 고요한은 멀티플레이어이며 이번 대표팀에서는 오른쪽 수비수 역할을 맡았다. 슈팅 찬스에서 패스를 한 판단은 아쉬웠지만 그의 역할을 생각해보면 비난의 여지와 정당성은 적다. 그의 활약은 지난 우즈베크 악몽을 깔끔히 씻어낼 만큼 훌륭했다.

후반 실종된 정우영과 구자철

정우영은 오랜만에 대표팀으로 복귀했다. 기성용의 파트너로서 한국영과 경쟁할 수 있는 자원이다. 그러나 우즈베크전은 실망스러웠다. 정우영으로 시작되는 빌드업은 무의미한 결과로 이어졌고 킥은 부정확했다. 부정확한 킥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좋은 공격 상황을 만들지 못하며 기회를 낭비하고 말았다.

구자철은 부상당한 장현수를 대신해 들어갔다. 그러나 후반전 구자철의 영향력은 극히 적었다. 이란전에 보여줬던 대표팀 기둥으로서의 역할과 분데스리가에서 오랜 시간 동안 활약한 그의 능력을 돌이켜본다면 오늘 구자철은 거의 한 일이 없다.

K리그 팬들은 이동국 투입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 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 뒤집은 염기훈, 유효슈팅 만들어낸 이동국, 오른쪽 괴롭힌 이근호

손흥민과 황희찬, 권창훈이 답답한 경기력을 이어가며 공격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동안 이근호는 끊임없이 우즈베크 오른쪽을 괴롭혔다. 전반전 평가는 매우 비판적이었다. 권창훈은 넘어지기 일쑤였고 손흥민은 공을 끌다가 우즈베크 압박을 벗겨내지 못하며 볼 소유권을 넘겨줬다. 황희찬은 뛰는 모습만큼의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염기훈이 들어가자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후반전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친 이유는 염기훈이다. 그가 왼쪽에 배치되자 대한민국 공격의 무게 자체가 왼쪽에 쏠렸다. 김민우와의 연계는 수원 삼성에서 보여준 모습 그대로였고 염기훈의 패스는 누구보다 빛났다. 빠르고 정확했다.

이동국은 할 만큼 했다. 그에게 바라는 것은 골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골을 얻어내지 못했다. 이동국에게 주어진 유일한 부담이라면 무득점일 것이다. 그러나 우즈베크 골문을 괴롭힐 수 있었던 것은 이동국이었다. 오른발 슈팅과 헤더만큼 우즈베크 가슴을 철렁이게 한 상황이 없었다. 헤더는 바운드를 노리며 골키퍼가 막기 힘든 코스를 노렸고 오른발 슈팅은 각을 좁히며 나오고 있는 골키퍼 정확히 반대쪽을 노리며 찬 슈팅이었다. 그만이 우즈베크 골대를 향해 슈팅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K리그는 대표팀을 위해 희생했다

신태용 감독에게 가장 실망한 점은 조기소집을 노리며 K리그 선수들을 대표팀에 중용했으면서도 그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점이다. 김진수와 최철순, 김신욱, 이재성, 조현우를 포함해 총 11명을 뽑았다. 김민재, 김진수, 최철순을 활용한 수비라인은 조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최선책일 수 있다. 그러나 염기훈과 이동국, 김신욱은 들러리나 마찬가지였다.

사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긴 하다. 신태용이 구상한 선발명단이 좋은 활약을 펼쳤다면 신태용 감독의 용병술을 분석하고 칭찬했을 것이다. 하지만 염기훈과 이동국의 영향력은 우즈베크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그들이 노장이기 때문에 체력을 안배했을까? 그래도 그들은 소속팀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이다. 적어도 전반전 답답한 경기력을 개선하고 싶었다면 후반전이 시작될 때 염기훈이나 이동국 한 명은 넣었어야 했다.

대표팀을 위해 리그 일정도 미루고 팀 최고의 선수들을 대표팀에 보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팀 최고의 자원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 당시 "신태용 축구 하지 않겠다"라고 했지만 황희찬과 권창훈,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공격라인은 신태용 감독의 고집이 남아있는 구성이었다. "손흥민 활용법 알고 있다"던 신태용 감독의 손흥민 활용법은 손흥민의 무득점 경기를 두 경기 더 늘렸을 뿐이다.

K리그는 또 대표팀을 위해 희생했다. K리그 일정도 미뤘고 팀 내 최고 선수들을 보냈다. 한국 축구의 위기라며 K리그 선수들을 빼갔으면 제대로 썼어야 했다. 결국 신태용 감독이 K리그 선수들을 제대로 활용한 시간은 후반 18분 염기훈의 투입 이후, 27분뿐이었다. K리그 선수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들의 활약이 강렬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K리그는 희생했고 K리거는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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