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명재영 기자] 낭떠러지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그러나 개운치는 않다. 여전히 불안한 경기력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6일 오전 12시(한국시간)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10차전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 경기에서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지만 같은 시간에 열린 이란과 시리아의 경기가 2-2로 끝나면서 조 2위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9회 연속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순간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으면서 기쁜 감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늦은 새벽까지 TV로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안도와 동시에 불편한 내색을 온라인으로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31일에 열린 이란전의 졸전에 이어 이번 우즈베키스탄전도 아쉬운 경기력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3백 포메이션으로 바꾸면서 이란전에 나섰던 선발 라인업에서 4명이나 교체하는 등 신태용 감독은 나름대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경기는 지루했다. 이날 가장 빛난 선수는 선발진이 아닌 교체 선수 중에 있었다. 바로 베테랑 미드필더 염기훈이다.

1983년생으로 한국 나이 35살인 염기훈은 이날 경기에서 후반 19분 몸 상태에 문제가 있었던 권창훈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염기훈이 가세하자 공격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대표팀도 수가 풀리기 시작했다. 염기훈은 30분의 출전 시간 동안 18번의 볼 터치와 15번의 패스, 81.3%의 패스 성공률, 2번의 찬스 메이킹 등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다. 그의 날카로운 크로스와 전진 패스는 우즈베키스탄 수비진이 쉽게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분명 목적을 달성했지만 팬들은 영 개운치가 않다 ⓒ JTBC 중계 영상 캡쳐

모든 것이 염기훈의 영향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염기훈이 투입된 후의 막판 30분은 분명 우리 대표팀이 압도했던 시간이었다. 결정력이 부족했을 뿐 지난 이란전이나 이날 전반전과 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2015년 여름 이후 처음으로 대표팀 경기에 출전한 염기훈은 짧은 출전 시간에도 돋보이는 경기력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만약’이라는 가정이지만 이란전 출전과 이날 선발로 나왔다면 2경기의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떠오를 정도다.

결과적으로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가야 할 길은 너무나도 멀어 보인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간 동안 개혁에 가까운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까지의 상황은 참사로 기억되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보다도 심각하다.

당시도 그렇고 이번 최종예선의 부진에 중심에는 베테랑의 부재가 있다. 젊은 선수단을 그라운드 내에서 확실히 이끌어 줄 선수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염기훈은 짧은 출전 시간 동안 ‘왼발의 마법사’다운 플레이를 펼쳤다. 대표팀 내에서 앞으로의 활용도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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