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체육 정책 개선은 여전히 뒷전


지난 8월 31일 문재인 정부의 체육정책을 점검하는 정책 토론회가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 체육시민연대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지난달 31일(목) 국회입법조사처 대강당에서 체육시민연대 주최로 문재인 정부의 체육 정책을 점검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끝까지 자리를 지킨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비롯해 오영훈, 조승래, 안민석 의원도 참여해 체육계 관련 인사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해당 토론회에는 대한체육회 관계자도 참석해 짧게라도 입장을 발표했으나 정작 중요한 문체부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후보 공약 누락된 체육 정책

동아대학교 정희준 교수의 기조 발제로 현 정부의 체육 정책 점검이 이루어졌다. 평가는 참담했다. 7월 19일 발표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담긴 100대 국정과제 중 체육 관련 과제는 “모든 국민이 스포츠를 즐기는 활기찬 나라” 단 한 줄이었다. 이에 대한 주요 내용으로는 ▲생활체육 지원 확대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적 개최 ▲태권도 10대 문화콘텐츠 개발 및 전 세계 보급이 꼽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공약집에는 7가지 체육 관련 공약이 있었다. ▲스포츠 참여기회 확대 ▲공정한 스포츠 생태계 조성 ▲체육특기자제도 개선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적 개최 ▲체육인 복지증진 및 처우 개선 ▲스포츠산업 육성 ▲남북체육 교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희준 교수는 이 중 체육인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은 ‘체육인 복지증진 및 처우 개선’뿐이라고 주장했다. 나머지 사안들은 이전 정책에서 이어오거나 단기 이벤트를 위한 공약이며 체육계의 오랜 비리 관행의 반작용으로 등장한 것으로 해석했다.

문제는 후보 공약집에서 거론된 공약들이 국정과제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누락됐다는 점이다. 정희준 교수를 비롯한 체육계 인사들의 생각은 매우 비판적이다. “대선 후보로서 내세웠던 공약보다 오히려 후퇴했다”라는 의견이다. 정희준 교수는 누락 이유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구성에서부터 체육이 제외됐음을 꼽았다. 게다가 기존 교육문화수석실이 사회수석실 밑으로 통합되면서 청와대 내 문화 및 체육 책임자는 수석급에서 비서관급으로 격하됐다. 정 교수는 이와 같은 조직 개편으로 인해 “문화 분야 전반이 타 분야에 밀릴 수밖에 없음을 암시한다”라고 전했으며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준비 외에는 국정과제 속에서 체육 분야의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체육계는 정부에서 신경 쓰고 있는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도 장기적인 정책으로서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강원도 및 토건 업자들의 한시적 돈벌이 이벤트일 뿐 체육의 본질적 정책과는 무관하다”라고 해석했다. 서강대학교 정용철 교수는 본인의 칼럼을 통해 “5년 앞을 보고 만드는 국정과제에 당장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메가스포츠이벤트가 포함됐다. 식상한 느낌이다”라고 표현했다.

이와 더불어 태권도 관련 정책은 체육들인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특정 종목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대부분을 이루었다. 정희준 교수는 이에 대해 “뭔가 있다”라고 표현했으며 정용철 교수는 “어떤 경로로 이 공약이 국정과제에 포함되었는지 탐사취재라도 해야 할 판이다”라고 전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태권도 관련 예산 흐름을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동아대학교 정희준 교수는 체육계 폭력의 원인을 ‘특기자 입시전형’으로 꼽았다. ⓒ 체육시민연대

체육계 폭력과 협회 갑질 여전하다

체육계 인사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는 ‘체육계에 만연하는 직간접적 폭력 개선 촉구’였다. 지도자들의 폭력 및 성폭력과 더불어 심판들의 승부 조작, 협회의 묵인에 대한 주제가 거론됐다. 각 종목 협회 임원과 심판, 감독들 사이에 구축된 카르텔을 문제 삼으며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체육계 폭력 문제는 다양한 원인이 거론됐다. 한국스포츠개발원 남상우 박사는 스포츠강사의 열악한 처우가 체육계 폭력과 승부 조작을 일으키는 것으로 해석했다. ’11개월 살이’라는 단어는 지도자들의 고용과 생계 불안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남 박사는 “스포츠 강사의 경우 적립금, 4대 보험료를 제외한 실수령액이 130만 원쯤이다. 2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가 168만 원임을 고려하면 빠듯한 액수”라고 밝혔다. 또한 “재계약 기준이 성적이다. 성적 올리기 위해 지도자들이 선수들에게 손을 댄다. 그래도 안 되면 심판들 찾아가고 교장, 교감 수발도 들어야 한다”라고 전하며 스포츠강사들의 열악한 환경을 전했다. 이어 “생활체육과 스포츠 클럽의 저변 확대, 시스템 구축이 이루어지면 이들의 일자리 확보와 처우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희준 교수는 특기생 대학진학에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유라 승마 게이트를 비롯한 학원 체육 비리의 뿌리를 특기생 입학제도에 있다고 해석했다. 대학 진학의 키를 감독과 지도자들이 쥐고 있으니 폭력사태가 발생해도 학부모들이 묵인한다는 주장이다. 축구의 경우 한 해 고교 졸업생 1400여 명 중 대학, 프로 진출에 실패한 900여 명 선수들은 ‘용도 폐기’가 된다며 학생 선수들의 대학진학 제도의 혁신을 촉구했다. 특히 정 교수는 대학 입학 심사 담당을 기존 체육부, 체육위원회에서 입학처로 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정을 저지른 범법자에게 내려진 ‘솜방망이 처벌’도 원인으로 꼽혔다. 정희준 교수는 노회찬 의원의 말을 빌려 설득력을 더했다. 노회찬 의원은 “이병철이 감옥에 갔었다면, 이건희가 감옥에 갔었다면 이재용은 지금 감옥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전한 바 있다. 정 교수는 이어 “협회, 대한체육회, 문체부 심지어는 사법부까지 솜방망이 처벌, 면피성 징계를 반복해서 내리는 바람에 내력이 생긴 일부 체육인들이 지금도 몰지각한 행위를 한다”라고 전했다.

체육계 주류와 오랜 시간 동안 투쟁해온 나진균 한국야구연구소장 또한 상위기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한체육회 정관에는 선진적인 문구들도 많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하위 단체들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 체육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는 정관이 무슨 소용이냐”라고 전했다. 이어 대한체육회 정관 제27조(임원의 직무) 5항에 적혀있는 ‘임원 직무 정지’의 허점을 꼬집으며 “약식명령이 청구된 경우 직무 정지를 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은 전과자 임원을 양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많은 인원 중에 문체부는 없었다 ⓒ 체육시민연대

문체부는 아예 불참석, 대한체육회는 ‘책임 전가’

이날 체육 정책 토론회에서는 의미 있는 담론이 오갔다. 특히 다수 국회의원이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일은 긍정적이었다. 체육시민연대는 질의응답과 자유토론에 중점을 뒀다. “우리들만의 토론회가 되지 않기 위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학생선수와 더불어 초등학교 체육 교사 등 자유롭게 질문과 제언을 전달했고 토론 발제자들은 참석자들의 질의응답에 성실히 응하며 이견을 조율했다. “스포츠 클럽 저변확대를 통한 생활체육 시스템 구축은 본래 국민의당 체육 정책과 닮지 않았느냐”며 “문 정부에서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남상우 박사는 “여·야를 떠나 생활체육 저변확대는 정책적으로 동의된 부분”이라며 “동의한다면 다 받아들여야 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속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하기도 했으며 스포츠계 인권을 위해 힘쓰는 한 관계자는 “학부모 대상 교육도 확대해달라”라는 의미 있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문체부 관계자들의 부재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아쉬움과 씁쓸함을 나타냈다. 이를 두고 체육계 인사들이 “우리의 잘못도 있다”라며 자책하는 목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해당 토론회에 참석하며 체육계 담론을 지켜본 대한체육회 한 관계자는 “제가 오기 전에 일어난 일”이라며 책임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우리 직원들이 현장으로 뛰어다니며 교육 및 홍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적폐 청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라고 전했으며 “전에 일어난 일은 사과드리겠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또한 “현 집행부 이전에 벌어진 사례들이 많이 나왔다. 앞으로 개선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를 현장에서 직접 들은 나진균 소장은 “정책 홍보로 과거 과오를 물타기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문체부와 더불어 대한체육회의 공식 입장을 발표해야 한다”라고 강하게 추궁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말을 아꼈지만 서강대 정용철 교수도 “과거 정부의 가해자들이 마치 피해자인 양 과거의 과오를 덮고 새 정부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들의 피해자 코스프레에 넘어가서도 안 된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체육계 시장이 작아 목소리가 닿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공정하고 투명한 체육계 환경 조성을 위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 또한 있었다. 해당 토론회를 무사히 마친 정용철 교수는 “그동안 우리는 스포츠 정신, 가치를 잊고 살지 않았나. 답답한 마음은 여전하지만 뭔가 실마리는 찾은 것 같다”며 체육인들이 지속적인 목소리를 내 달라고 당부했다.

intaekd@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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