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종부 감독 ⓒ 경남FC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요즘 K리그 챌린지에서 가장 핫한 감독은 아마 경남FC 김종부 감독일 것이다.

K리그 챌린지에는 새로운 감독들의 모습이 매번 등장하고 사라진다. 그들이 프로의 세계에 좀 더 오래남아있는 방법은 단 하나 밖에 없다. 성적을 잘 내는 것이다. 하지만 성적은 모두가 잘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매년 수많은 감독이 프로에 도전하고 수많은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그 치열한 프로의 세계에서 홀로 유유히 독주하고 있는 팀의 감독이 있다. 경남 김종부 감독이다. 현재 경남은 2위 부산 아이파크를 승점 10점 차로 따돌리고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물론 성적이라는 것이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감독의 역할 또한 비중이 크다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갓종부, 킹종부'라는 찬사와 함께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감독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남의 감독을 맡기 전까지 그는 변방의 야인일 뿐이었다. 선수 시절 촉망받던 유망주였지만 피지 못한 꽃이었다. 그래서 지도자 김종부에 주목하는 사람은 많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노력했다. 학원 축구 지도자를 거쳐 K3리그 감독직을 맡은 그는 양주시민축구단을 준우승으로 이끌었고 화성FC에서 첫 K3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감독 김종부'의 이름이 성인 무대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K3리그는 선수들의 처우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독도 예외는 아니다. 김 감독은 그 때를 회상하며 "K3리그 감독이 어지간한 중학교 코치 월급보다도 적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생활고를 해결하고자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김종부'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시작했다"는 그 집은 바로 장어 집이었다. 그는 이 장어 집을 통해 K3리그 감독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고 프로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에 관한 김 감독의 이야기는 <스포츠니어스> 김현회 기자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현회] '무패' 경남 김종부, "망가진 팀 왜 가느냐는 소리도 들었다"

그는 '김종부'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장어 집을 차렸다. 분명 그 이름을 지키기 위해서는 감독직도 소홀히 해서는 안되지만 장어 집 역시 맛있어야 한다. "돈이나 벌려고 차렸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물론 지금은 김 감독이 직접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경남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가게 운영을 누나와 매형에게 맡겼다. 그래도 그와 함께 꽤 시간을 보낸 곳이다. 애정이 가득할 수 밖에 없다.

김 감독은 인터뷰 당시 "우리 가게 정말 맛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직접 가서 맛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김 감독이 홍보차 '립 서비스'를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직접 찾아가봤다. 객관적인 맛 평가를 위해 사전 연락 없이 기자의 신분을 숨기고 무작정 김 감독이 운영하던 장어 집으로 향했다. 이 기사는 협찬을 받지 않았고 광고 기사도 아니다. 몰래 가서 먹고 <스포츠니어스>가 계산까지 다했다.

이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질문, "혹시 공 차는 사람들이오?"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차로 약 20분 가량 거리인 화성시 진안동에는 먹자골목이 있다. 김 감독의 장어 집은 이 속에 숨어있다. 비교적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멀리서부터 간판이 보인다. 통영과 장어라는 단어가 보이면 제대로 찾아온 것이다. 주차 공간은 비교적 협소한 편이다. 약 5대 가량의 주차 공간이 있다. 만차라고 차를 돌릴 필요는 없다. 가게 안에 문의하면 주차할 수 있는 곳을 가르쳐준다.

겉으로만 보면 축구의 '축'도 보이지 않는 그런 평범한 음식점이다. 아마 김 감독 역시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손님들과 어울리며 장어를 굽고 청소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축구의 냄새가 솔솔 난다. 군데군데 화성FC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작은 실내 포차다"라고 그가 말한 것처럼 공간은 그리 넓지 않았다. 화성FC 선수들이 회식하는 날은 다른 손님을 받기 어려웠을 것 같다.

자리를 잡고 앉자 한 아주머니가 와서 주문을 받는다. 이곳의 장어는 사이즈에 따라 큰 것과 작은 것으로 구분된다. "큰 장어가 맛있는데 오늘은 다 떨어졌네… 작은 장어 밖에 없어요"라면서 아주머니가 멋쩍게 웃는다. 그렇다고 장어를 포기할 수는 없다. 작은 장어를 주문했다. 주문을 받고 돌아가는 아주머니에게 여기가 김종부 감독이 운영하던 집인지 물어봤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씩 웃으며 대답한다. "내가 김종부 누나인데… 혹시 공 차는 사람들이오?"

그제서야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을 방문할 때 서울에서는 서울 이랜드와 경남의 K리그 챌린지가 열리고 있었다. 손님의 주문이 없을 때 그들은 태블릿 PC 앞에 모여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알고보니 축구였던 것이다. 심지어 장어 초벌구이 하는 곳에도 한 쪽 구석에 스마트폰을 두고 중계를 틀어놓았다. 하지만 이날 중계를 보던 사람들의 표정은 썩 밝지 못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아마 경남이 서울 이랜드에 패하며 연승이 끊겼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말로만 듣던 전설을 마주하다

관광객마냥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동안 밑반찬이 나왔다. 간단하다. 여러 종류의 절임과 생강, 마늘과 쌈장 등이 나온다. 한국인의 필수 반찬인 김치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특이한 정도다. 그런데 양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밑반찬으로 나온 깻잎 절임은 자리를 뜰 때까지 단 한 번도 리필이 필요없을 만큼 푸짐하다. 장어를 싸먹고 나중에 밥까지 싸먹어도 남을 정도다.

부추와 함께 '전설의 소스'가 나온다 ⓒ 스포츠니어스

이와 함께 소스가 등장했다. 김 감독이 직접 개발했다는 소스인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숯불에 구워낸 장어를 소스에 찍어 먹는다. 미리 소스의 맛을 살짝 봤다. 보통 우리가 '장어 소스' 하면 떠오르는 일본식 소스와는 확실히 다르다. 비교적 간장의 풍미가 진하게 느껴지고 때에 따라서는 입 안에서 톡 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간장 베이스의 소스지만 마냥 짜지 않고 달착지근한 느낌이다.

불판이 충분히 달궈지면 (김 감독의 매형으로 추정되는)사장님이 직접 초벌구이한 장어를 잘라 구워준다. 깐깐하게 불판의 온도를 체크해서 올린다. 미리 장어에 손을 대는 만행을 저지르지는 말자. 하지만 마냥 넋을 놓고 있으면 안된다. 장어의 살은 굉장히 부드럽다. 따라서 쉽게 탈 수 있다. 잠시 안먹고 멍하니 있다가는 사장님의 잔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이고 이 장어 타면 맛없는데… 살짝 익혀서 먹어야죠 살짝." 분명 경남 선수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 감독은 결코 잔소리하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했는데 말이다. 역시 매형과 처남은 가족이지만 유전자는 엄연히 다른가보다.

그 품질 좋다는 장어, 직접 먹어보니…

잘 익혀진 장어는 살이 탱탱하다. 먹음직스럽다. 테이블 위에는 수많은 선택지가 기다리고 있다. 그냥 먹어도 되고 소스를 찍어 먹어도 되고 각종 절임에 싸먹어도 된다. 먼저 장어만 한 입 먹어봤다. 생각보다 맛있다. 톡, 톡. 입 안에서 장어의 살이 잘게 터진다. 부드러우면서 쫀득하다. 이 식감을 좀 더 음미하려고 하지만 사르르 녹아버린다.

부추와 함께 '전설의 소스'가 나온다 ⓒ 스포츠니어스

김 감독이 개발한 것으로 보이는 소스는 나중에서야 빛을 발한다. 기름이 많은 장어의 특성 상 쉽게 느끼함을 느낄 수 있다. 소스는 이 장어의 느끼함을 줄여준다. 장어의 느끼함보다 담백함을 더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장어 집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생강이 여기서는 뒷전이다. 생강 없어도 다른 것들이 충분히 많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장어의 크기가 살짝 작다는 것이다. 뜬금없이 올 시즌 부상으로 마무리한 이범수가 떠오른다. 그를 올해 더 이상 볼 수 없는 경남 소녀팬들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식감이나 음식의 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크기가 조금 더 컸다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든다. 나와 같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사전에 큰 장어가 있는지 문의하는 것이 좋다.

경남의 말컹, 장어 집의 장어탕

후식 메뉴에는 장어탕과 된장찌개가 있다. 이왕 장어 집에 왔으니 장어탕을 먹기로 한다. 그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이것이 얼마나 훌륭한 선택이었는지 말이다. 이곳에서 장어탕을 먹지 않았다면 말컹 없는 경남 경기 보고 '경잘알'이라고 자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말컹이 골을 넣지 않아도 경남은 어쨌든 잘 이기지만 이왕 경남 경기를 보는 이상 말컹의 골을 보고 싶은 것과 비슷한 이치다.

부추와 함께 '전설의 소스'가 나온다 ⓒ 스포츠니어스

뚝배기에 담겨 펄펄 끓는 장어탕을 한 입 맛봤다. 첫 느낌은 '선지해장국'이다. 된장 베이스의 국물이 걸쭉하거나 진하지는 않다. 시원하기도 하다. 그런데 선지해장국보다 훨씬 깔끔한 느낌이다. 선지 대신 장어가 들어가니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밥이 없어도 숟가락이 국물을 향한다.

가게 이름에 '포차'가 들어있는 것을 증명하듯이 소주 생각이 간절해진다. 장어와 함께 소주 한 잔 하고 장어탕에 또다시 소주 한 잔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마침 가게 벽에는 한 소주 브랜드를 패러디한 '종부처럼' 스티커가 한 장 비밀스럽게 붙어있다. 약간 무뚝뚝해보이는 김 감독의 얼굴과 패러디 광고가 묘하게 이질적이면서 웃음을 자아낸다. 이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김종부는 훌륭하게 자신의 이름을 지켰다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싸고 맛있는' 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포차다. 그렇기 때문에 포차라는 것의 한계점이 있다. 일식집에서 먹는 고급 장어요리를 기대할 수는 없다. 과거 이 가게를 차리면서 "서민들도 장어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던 김 감독의 말처럼 좋은 장어를 비교적 저렴하게, 그리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그는 김종부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이 집을 차렸다. 축구의 길을 계속해서 걷기 위해서는 이 집이 성공해야 함을 그는 알았다. 그래서 소스도 연구하고 장어도 직접 구웠던 것이다. 결국 그는 화성 지역의 맛집으로 자신의 가게를 키워냈다. 적어도 장어의 맛만 봤을 때 그는 자신의 이름을 훌륭하게 지켰다.

지금은 '장어 집 대표 김종부'가 아닌 '경남 감독 김종부'다. 그의 뚝심은 현재 K리그 챌린지에서도 통하고 있다. 경남은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항상 그랬듯이 현재의 작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다. 끝을 볼 때까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다. 작은 실내포차가 맛집이 된 것처럼 가난한 도민구단 경남 역시 승격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까? 그의 뚝심 있는 도전에 작게나마 기대감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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